• 상가법 개정 위해
    소상공인·시민단체 모여
    국회 계류 상가법 개정안만 24개
        2018년 07월 11일 10: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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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상인단체와 시민사회, 종교계 등이 연대해 ‘상가임대차보호법(상가법) 개정 국민운동본부’를 출범했다. 계약갱신요구권 기간 연장, 환산보증금 제도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는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고 “임차상인의 정당한 권리나 생존권보다는 건물주의 소유권이 우선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 이상 억울하게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600만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상가법을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계약갱신요구권 10년 이상 보장 ▲퇴거보상비 또는 우선입주권 보장 ▲월차임 상한 제한 현실화 ▲환산보증금제도 폐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법제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상가법이 2013년, 2015년에 두 차례 개정된 적은 있지만 여전히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장치를 부족하다. 5년이라는 짧은 영업보장 기간이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각종 독소조항들은 건물주의 말 한마디에 임차인들의 삶을 파괴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서촌 궁중족발 사태는 중소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상가법이 ‘권리금 약탈’ 문제 등에 있어서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궁중족발의 건물주는 월 300만원이던 월세를 1200만원으로 올렸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조차 빼앗아갔다. 기존 임차인은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건물주가 이렇게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를 책정해 애초에 새 임차인이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건물주는 새 임차인이 들어오면 권리금을 요구, 기존 임차인에게 돌아가야 할 권리금을 빼앗을 수 있다. 월세 받던 계좌번호 바꾸거나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식으로 월세를 고의로 연체하게 만들어서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자주 등장하는 방법이다.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 출범식(사진=유하라)

    민변 소속 김남주 변호사는 “2015년 상가법이 개정되면서 5년 후 계약이 종료돼도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지만, 임대료를 폭등시키면 새로운 임차인에게 받을 수 없게 된다. 궁중족발 사태가 단적이 예다. 너무 높은 월세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조차 중개를 거절하면서 결국 기존 임차인은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인 궁중족발 사장은 반발했지만 건물주는 강제집행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임차인이 건물주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운동본부는 “법이 조금이라도 빨리 개정됐다면, 보호범위가 확대됐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다”고 지적했다.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 이상까지 보장하는 것도 중소상공인들의 오랜 요구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엔 기한을 정하지 않고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이든, 10년이든 해당 기간을 다 채우면 건물주에 의해 쫓겨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민변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계속해서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원칙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5년 한도 내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쫓겨날 위치에 있는 임차인은 건물주와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을 하지 못하고 임대료 인상을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며 “(원래는) 임대차 계약을 기간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상가법 위해 모인 소상공인단체들
    “맘 편히 장사하고 싶다. 이번엔 반드시 바꾸자”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과거엔 건물주가 임대료 이렇게 올리는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재벌들의 시장 독식과 무도한 경제 윤리가 개인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바꾸는 일은 개인의 윤리로 절대 못한다. 반드시 법제화를 통해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 회장은 “상인 여러분들이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란다. 궁중족발 사건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며 “자영업자와 그 가족까지 2500만 명이다. 우리가 무너지는 것은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무너지면 안 되는 경제적 주체라고 생각하고 우릴 억누르는 모든 법률을 끌어내는 투쟁을 하자”고 말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에 더해 건물주 횡포도 대단하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를 두 배 올려서 쫓아내는 일은 비일비재”라며 “이런 경우 법과 제도 그리고 정부가 임차인을 반드시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상가법이나 카드수수료 문제 등 소상공인들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 없기 때문에 이 환경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 활동을 통해, 아니면 사회적 관심을 통해서 상식적인 선에서, 세입자와 건물주가 같이 상승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야 모두 상가법 개정에 공감대

    국회에 계류 중인 상가법 개정안만 24개에 이른다. 10명의 의원이 동의했다는 전제 하에 법안 발의에 이름을 올린 의원만 240명(중복포함)에 이르는 셈이다. 하지만 단 한 건도 본회의는커녕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과 관련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관계 모두 운동본부가 공개한 개정안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올해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우원식 전 원내대표 등 전·현직 원내지도부 등 11명이 참석하며 법 개정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에선 성일종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 민주평화당은 조배숙 대표, 정의당은 추혜선 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상가법 개정이 도대체 국회에 언제 제출됐나 생각해보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됐다. 오늘까지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운동본부까지 출범해야 한다는 것에 송구스럽다”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서 임차인이 가게 문을 닫게 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지금까지 이 법이통과가 안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은 “‘맘 편히 장사하고 싶다’는 말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말이다. 이제 국회가 장사하는 모든 분들이 눈물을 닦아줄 때가 됐다”면서 “그들의 삶을 일으킨다는 각오로 국회는 이 법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오늘 들은 말 중 아픈 말이 ‘법대로 했더니 쫓겨나더라. 그러니까 법을 바꾸자’는 말이었다”며 “법무부는 오늘 결의할 6개 논점에 대해 전폭적으로 같은 의견 갖고 있다. 후반기 국회에서 이 법이 (운동본부의) 뜻과 같이 개선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또한 “임차인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정부도 굉장히 무겁게 받아 들인다”며 “특히 상가법 개선은 비단 소상공인 안정적 영업하는 데에 의미 그치지 않는다. 서민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해서 국가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범식은 더불어민주당 민생평화상황실 공정경제팀·을지로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경제파탄특별대책위원회, 민주평화당, 정의당 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등이 주최하고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운동본부가 주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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