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디앙 詩] 우리 황새울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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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27일 06: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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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잠이 잘 안 왔습니다.
    낮술을 3차던가 하고 저녁 7시경에 떨어져 자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더니 잠이 안 오더군요.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이루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동네 슈퍼로 소주 한 병 사러 나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잔 하고 술 기운에라도
    잘까 했는데, 그냥 그곳에서 마시고 왔습니다.
    제가 사는 가리봉 구종점 마루마다 새벽인력시장이 서는데
    그곳에 그분들이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얼굴이 검고 작업가방 하나씩을 둘러맨 어른들.
    50대, 60대가 대다수였습니다.
    작은 슈퍼가 빼곡히 차 있었습니다.
    삼삼오오 들어와 하는 일이란 게
    소주 한병 까서 돌돌돌 사발에 나눠 마시고
    삶은 계란 하나 소금에 찍어먹고 나가는 일이었습니다.
    담배 한 갑, 작업장갑 하나씩 사서 넣고요.
    그런 사람들로 구종점 언덕배기가 술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나 잡고 저도 술 한잔 마시고 싶었습니다.
    나는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만약 나의 삶이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새벽잠 깨어 식구들 몰래
    차디찬 작업가방 챙겨 조심스레 문 따고 나와
    소주 한 꼬뿌 들이키고 오늘 날 사갈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삶이라면 내가 자살하지 않고 살 자신이 있을까.
    사실 전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추호도, 단연코
    난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맑고 순정한 사람들입니다.
    쓸데없는 얘길 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자기 이야기도 없이
    함부로 말씀 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싶어
    그냥 제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뭐 별다른 이야기 아닙니다.
    이번 주 토요일날 평택 대추리
    함께 가주셨으면 하는 얘기입니다.
    군대 투입을 하겠다고 하지만 아직은 아닌 듯도 합니다.
    차량도 대절해 놨고, 돼지도 한 마리 준비해 놨고,
    만신이 와서 굿도 한다 하고, 노래도 한다 하고, 마임도 한다 하고,
    며칠 안 있으면 빼앗길 땅,
    대추리 마을에 버려진 동산을 청소해
    평화동산으로 만드는 기공식도 한다 합니다.
    문화예술인들이 거기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해 주세요. 평택이 위험합니다.
    우리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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