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휴일근무 판결 노동계 반발
    “상식·법리 넘어선 ‘창조적 법해석’”
    1주 5일 보는 박근혜 정부의 행정해석 수용한 판결
        2018년 06월 21일 07: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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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구 근로기준법 상 휴일근무는 연장근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수당을 휴일가산과 연장가산을 중복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1주’를 5일로 보고 주당 노동시간을 68시간까지 허용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행정해석까지 수용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국민의 상식을 법의 이름으로 짓밟은 사법폭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신 대법관)는 21일 오후 2시 성남시 환경미화원 37명이 성남시를 상대로 낸 휴일근로 중복가산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옛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인 ‘1주’에는 휴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관 다수 의견”이라며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과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은 중복해 지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휴일근무에 대해 연장근무수당은 주지 않고, 통상임금의 50%인 휴일근무수당만 가산해 수당을 지급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는 2008년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대법원에 상고된 지 6년6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특히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1주’가 휴일을 제외한 평일만 해당된다는 판단 하에 휴일근무를 연장근무라고 보지 않으며 주당 최대 노동시간 역시 52시간이 아니라 68시간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행정해석을 받아들인 것이기도 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결의 법리적 근거로 지난 3월 국회를 통과된 주52시간 상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안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수 의견을 낸 8명의 대법관은 “1주에 ‘휴일을 포함한 7일’이란 규정을 추가했고,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달리하는 부칙을 뒀다”며 “이는 옛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시간이 1주간 기준근로시간 및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전제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1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상식과 법리를 넘어선 ‘창조적 법해석’에 할 말을 잃는다”며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국회와 사법부가 주거니 받거니 한 사상유래 없는 짬짜미 판결”이라며 “법 개정 이전의 사안을 개정법을 이유로 판단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판결임을 반증한다. 대법원 판결에 정치적 영향을 끼치기 위한 국회 입법과 그 법안을 근거로 한 적폐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주당 노동시간 68시간’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행정해석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행정부 수반이 스스로 행정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는데도 적법하다고 한 판결은 사법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자본권력에 봉사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로 확인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에 이어 이번 판결에 대해 가장 환영하고 반기는 집단은 재벌대기업과 자본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사회의 사법정의는 역시 살아있지 않음을 또 한 번 증명한 판결”이자 “재계의 손을 들어준 편향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꿨지만,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어느 한 곳 바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불법이 판을 쳐도 ‘기업에 부담이 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만 내세우면 판사들이 알아서 판결해 주고, 국회는 알아서 재계가 주장하는 대로 법을 고쳐준다. 이러고도 우리나라가 ‘기업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반대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김신·김소영·조희대·박정화·민유숙)은 “법률해석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충실해야 하며, 법 조항의 ‘1주간’은 통상 달력상의 7일을 의미하고 법에도 휴일을 제외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며 1주일을 7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신 대법관은 보충의견으로 “법원은 국민의 권리보호요구에 대하여 경제적 상황이나 정치적 타협을 고려하여 정당한 법해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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