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 뒤에 남는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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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24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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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이 났다. 너무 많은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지만 별로 유명해지지 않은 사건 두 개가 뇌리에 남는다.

    첫 번째 일은 흔히 ‘일보삼배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삼보일배 행렬이 서울로 가까워지면서 민주노동당에서도 삼보일배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시 이재영 정책국장에게 연락을 했다.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지 모르지만 지난 대선 때 민주노동당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공약을 제출하였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당시 대선 환경공약을 변현단(자활영농사업단 연두농장 대표)씨가 주관했기 때문에 상당히 강한 공약이 나온 셈이다.

    어쨌든 나는 권영길 대표가 삼보일배에 참가하는 그림을 보고 싶었다. 그 와중에 이재영 국장과 나누던 메일 답변 가운데 ‘일보삼배’라는 말이 들어갔는데, 나도 무심코 그 메일을 ‘전달’했다. 그러다 보니 그 메일이 몇 사람을 거치다가 결국 전국의 대부분 환경활동가들에게까지 배달이 됐다.

    일보삼배? 삼보일배가 약하니까 더 ‘쎄게’ 해야 한다는 말인지, 아니면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혼자서 일보삼배를 하겠다는 말인지 문의가 왔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절을 세 번 하고 한 걸음 간다면 확실히 오체투지 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양식이기는 하지만, 무릎이 성하게 남아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가 삼보일배에 참여하기는 했는데, 마침 외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라서 그리 오래 하지는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됐고, 땀에 범벅이 되어서 쉬고 있는 권대표 얼굴을 옆으로 보면서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잠깐이라도 일보삼배를 진짜로 했다면 재밌기는 했을 것 같다.

    서울에서 삼보일배를 정리하는 시청 앞 집회는 마침 그날 벌어진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과 날이 겹쳐서 삼보일배를 마치고 좀 거룩하게 퇴장하던 사람들과 축구 응원하기 위해 들떠서 시청 앞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겹치면서 묘한 앙상블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민주노동당은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새만금과 관련해서는 나름대로 할 만큼은 했다.

    두 번째 생각은 여전히 고민거리인데, 민주노동당의 대선공약으로 새만금 공약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공공부문에 해당하는 당시의 농업기반공사, 지금의 한국농촌공사 노조에서 상당히 강하게 어필했던 사건이다. 이건 좀 생각할 거리이다.

    농업기반공사는 IMF 이후에 농업 관련된 공공 기관들을 구조조정하면서 생겨난 조직이다. 농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기보다는 간척과 수로 사업을 많이 했는데, 인력면으로 보면 해양토목 전문가들이 많고 농업토목 전문가는 생각보다 적다. 이들의 직업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결국은 간척과 같은 해양토목 사업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몇 사람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계속 간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한국농촌공사는 농촌 지역에 아파트 짓는 일을 하겠다고 아예 노골적으로 농촌개발로 나섰기 때문에 계속 이걸 공공 부문에서 하는 게 옳은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종종 생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전과의 관계도 비슷한데, 여기에서는 그래도 노조와 환경단체 사이에 얼마 전부터 정상적인 대화와 모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업기반공사의 노조에서 새만금에 대해서 반대하면 안 된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옳은 일인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환경단체의 눈으로 보자면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에 아쉬운 일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생각만큼 잘 협조가 되지는 않는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기 전에는 민주노동당이 소위 민중단체와 시민단체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을 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라는 기대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막상 원내 정당이 된 다음에 그런 역할을 생각만큼 잘 한 것 같지는 않다. 바쁜 일들이 있겠지 생각하고 만다.

    몇 년 전에 노동자들의 보건 문제와 작업장 환경을 연계시킨 약간 큰 작업팀을 만들어서 실제로 어떠한 문제점이 장기적으로 발생할 것인지를 찾아보고 작업장 내의 작업환경을 포함해서 지역 환경에 대한 개선 방향 자체를 제시하는 것을 노사 합의에 의제로 제출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씩 같이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그 때에는 노조가 그렇게 사회적인 일까지 생각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정말 궁금한 것은 원전과 같이 원자력에 상당 시간 노출되는 사람들에게 어떤 보건적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정말로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무 문제’가 없는지 데이터가 궁금한데, 이런 종류의 자료는 정말로 구해보기가 어렵다.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인 벤젠을 직접 다루어야 한다거나 유사한 발암물질을 직접 다루는 작업에 이제는 위험성을 잘 모르는 비정규직을 시킨다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시키는 경향이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작업환경에서의 위험여건은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즐겁게 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새만금 같이 바로 눈에 보이고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잘 눈에 보이지 않고 오랫동안 체내에 축적되어야 비로소 문제가 생기는 문제들이 제 때에 해결책이 제기되고 사회적으로 답변을 찾아가게 되는 것은 아직도 더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한국농촌공사의 노조에서 새만금을 보면서 어떤 축하들을 서로 했을지 참 궁금하다. 배 아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문제들이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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