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과는 허심탄회하게,
    노동계와는 거리 두는 문재인 정부
    06년 비정규직 악법, 09년 노사관계법 날치기 그리고 2018년 최저임금 개악···모두 민주당 주도
        2018년 06월 05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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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엔 철학이 필요없다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개악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요구하며 농성도 하고,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지난 6월 1일부터 단식까지 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오늘 국무회의는 국회가 개악한 최저임금법 개정법률 공포안을 심의, 의결해 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과 ‘최저임금개악법안’을 국회에서 동시에 통과시킨 것이 지난 5월 28일이었다. 그들은 한쪽에선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위원회를 만들고, 한쪽에선 이미 있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대화로 풀자는 것을 틀어막는 일을 동시에 했다. 그들은 상호 모순이 되는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면서도 아무런 가치 혼동도 못 느낀 듯하다.

    “국회 논의를 중단하고 최저임금위가 산입범위와 인상 수준을 함께 다루자”고 양대노총과 심지어 경총까지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무시되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노총·경총이 논의해도 국회가 강권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또 그렇게 했다. 홍영표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그동안 뭘 했냐?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들로 구성된 11대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그보다 불과 보름 전인 5월 14일에야 출범했다.

    정치라는 게 이해가 상충되는 사람들 사이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라는 상식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이로 인해 뭔가 해보려던 노사정위원회는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양대 노총이 참가하지 않는 반쪽자리로 전락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그들은 불과 4시간하고도 4분 만에 마구잡이 대폭 안을 수정해 악법을 통과시켰다. 워낙 정치철학과 무관한 집단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그러나 학습효과조차도 없는 집단이라면 이건 큰일이다.

    학습효과 제로인 민주당

    어디선가 본 모습이다. 그들은 2006년 비정규악법을 통과시키면서도 민주노총을 욕했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비정규직 보호법]이라 강변했었다. 민주노총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용사유 제한’ 등을 명문화하자고 했지만 지금처럼 양당이 반대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비정규직의 확산이었다. 그리고 불과 4년 전, 노무현 대통령 때 통과된 이 비정규직법에 대해 “잊을 수 없는 참여정부의 상처”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금 대통령이 된 문재인이었다.

    2006년 비규법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 모습

    2009년 추미애 환노위원장에게 항의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

    2018년 최저임금 개악 규탄 민주노총 기자회견

    2009년 12월 30일에도 그랬다. 당시 민주당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수정안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의 출입을 막은 채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단독 통과시켰다. 복수노조 1년6개월 유예 후 시행,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6개월 유예 후 시행,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은 그렇게 도입되었다. 그리고 이 법들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통은 심화되었다.

    이 정도 되면 학습효과를 말하기 이전에 거의 상습범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는가?

    민주노총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한 사람들이 몇 있다. 나는 그들이 정치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노동운동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보다 진보적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해이자 착각이었다. 홍영표는 역사상 최초로 민주노총 출신이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하는 셈인데 하필이면 누워서 침 뱉는 것을 취미로 가진 사람이어서 내가 창피하다. 그는 자신만이 진실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민주노총에게 세상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호통을 쳐댄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위해 나가고 있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고, 민주노총이 잘 협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협박도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1994년 민주노총을 만들 때 함께 일했다는 기억도 지우고 싶다.

    나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민주당이 무언가를 배운 줄 착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도 하기 전에, 당선자의 신분으로 몸소(!)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시청 앞에서 진행된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에 참석해서 그의 비극적인 최후를 함께하면서 한 시대의 좌절을 슬퍼했었다. 노동자를 배제한 그의 실패는 참혹한 역사의 후퇴를 가져왔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반복하려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만들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펴겠다고 했을 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뭔가 달라지는 줄 알았다. ‘노동존중사회’를 말했을 때 그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있다고 감격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을 보고 호감도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과는 허심탄회하게, 아무 때나 친구처럼 만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민주노총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있다. 조짐이 안 좋다.

    최저임금에 집착하는 것은 저임금노동자들의 고통도 있지만 극대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의 모순을 풀어나갈 출발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민주노총 = 귀족노조 = 반대만 일삼는 집단”이라고 입만 열면 말하는 것은 홍준표다. 당연히 그에게선 노동존중사회와 같은 고귀한 언어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최저임금 개악에서 홍영표와 문재인 정부가 한 행위는 그와 별로 다를 게 없다. 무릇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늘게 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사기꾼들의 그것과 비슷해진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자, 그 결말은 뻔하다.

    필자소개
    이근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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