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년 청소하는 '전태일' "휴일 쉬자 했더니 해고로 응답"
    By tathata
        2006년 04월 24일 0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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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군의 청소부 노동자들은 반개혁적이다. ‘공공부문 개혁’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효율성 높은 행정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하는 아저씨들이 개혁적이기 위해서는, 20여년 다니던 곳에서 갑자기 다른 용역회사로 자리가 옮겨져도, 임금이 삭감돼도 ‘나라’를 위해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은 반개혁적인 노동자들이다

    ‘공공부문 개혁’을 외쳐대는 사람들은, 그게 자신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나 공공 영역의 일이 민간업체에게 넘어간다. ‘효율성, 경쟁력 제고’ 등의 꼬리표를 달고서. 청소, 상수도, 하수 종말 처리 같은 공공 서비스가 민간 업체에게 넘어간다.

    공공부문의 개혁은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원한다. 관료들의 비효율성을 고친다는 명분으로 가장 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쥐어짜거나, 고된 노역을 강요하는 것으로 그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것도 아주 자주.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힘없는 자의 외침은 힘있는 자들의 목소리에 파묻히기 때문이다. 경북 칠곡에서 수십년 청소를 하던 아저씨들이 1년 가까이 싸우면서 무엇을 외치고 있는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인구 12만명 규모의 작은 도시. 칠곡군(군수 배상도)이 청소업무를 용역업체에 민간위탁 한 것은 지난 2002년 7월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칠곡군은 환경미화원 48명을 ‘상용직 공무원’으로 직접 고용해 청소업무를 담당했다.

    "5년 동안 안 짜를테니, 임금은 동결합시다"

    칠곡군은 02년 7월 민간위탁 입찰을 통해 경북위생, 세창환경 등 세 개 용역업체를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청소 노동자들도 위탁업체로 직장을 옮겨야 했다. 칠곡군은 그들에게 ‘5년 고용보장, 임금 동결’을 약속했다.

       
     
     ▲칠곡군청 앞에 칠곡환경지회의 천막농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칠곡군의 ‘상용직 공무원’에서 하루아침에 ‘용역업체 계약직 직원’으로 됐으며, 그들의 근로조건과 임금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 경북위생의 경우, 칠곡군에서 옮겨간 5년 계약직 노동자 5명과 신규채용 된 1년 계약직 노동자 7명을 합해 모두 12명이 일한다.

    세 업체의 노동자를 모두 합하면 35명. 칠곡군이 직접고용 할 당시에는 48명이 하던 일을 이제 35명이 한다. 허리가 더 휘고, 땀방울이 더 떨어질 건 당연한 일.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인간을 쥐어짜는 걸 ‘효율성’이라고 얘기한다. 노동자는 그 이름으로 과거보다 훨씬 더 ‘마모’되면서 살아간다.

    민간업체에게 근로기준법이란 애당초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일요일, 공휴일, 명절도 없이 일을 시켰고,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연월차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오전 2시부터 오전 9시까지 하던 업무는 오후까지 이어지기 일쑤였지만 한번도 특근비는 나오지 않았다.

    3년을 죽도록 청소했는데, 임금은 조금씩 줄어들고

    주말에도 군이 주최하는 행사가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준비와 청소를 해야 했다. 아파도 붕대를 감고 청소를 해야 했고, 아버지의 장례는 하루만 치르고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청소를 해야 했다. ‘높으신’ 분들의 집 앞 청소도 이들에게 내려진 ‘특별업무’였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임금은 인상되기는커녕 조금씩 줄어들었다.(인터뷰기사 참조) 휴일과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회사 사장이 한 말은 “칠곡군과 이미 계약한 내용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휴일 없이 1년 365일 3년 동안 청소했다. 믿을 수가 없어서 몇번을 다시 물어도 "그렇게 일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임금은 도리어 깎이다니. 여기서 분노하지 않고, 투쟁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2005년 1월이었다.

    "더 참으면 사람도 아닌 것 같아서"

    민주노총 공공연맹 산하 대구공공서비스노조 칠곡환경지회. ‘보수의 아성’인 칠곡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민주노총 노조였다. 경북위생사 노동자 전원이 노조에 가입했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일요일, 공휴일을 쉬게 해 달라." "퇴직금, 연차,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 이건 요구 이전에 권리이고 사용자들의 의무다. 그들은 또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요구도 내걸고 있다.

    노조가 만들어진 후 교섭이 시작됐지만 번번이 결렬됐다. 11차례의 교섭이 진행되던 중, 회사는 지난해 5월 27일 문들 닫아버렸다. 무슨 파업이나 단체행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불법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준법투쟁’을 벌였을 뿐이었다.

    사실상 위장폐업이나 마찬가지였으나, 이후로 사장은 행적을 감추어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조합원 전원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었고, 청소업무를 경북위생사에 맡긴 칠곡군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제 칠곡군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였고, 고용승계와 민간위탁 철회를 요구했다.

    휴일 보장 요구에 응답은 직장 폐쇄

    하지만 칠곡군은 “노사간 분쟁은 칠곡군에서 관여할 사항도 권한도 아니며, 칠곡군이 노동 투쟁의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칠곡군은 “군에서 시행하는 모든 사업의 95% 이상이 민간위탁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민간위탁 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민간위탁 철회와 군청 직접고용이 어렵다면 대화를 통해 협상해보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군청과 노조가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묵묵부답이었다.

    칠곡군은 경북위생사의 폐업에도 불구하고, 신규업체에 입찰을 하지 않는 대신 나머지 두 용역업체에 각각 3명의 환경미화원 노동자를 고용해 경북위생사의 일을 담당하게 했다. 12명의 업무를 6명이 하게 한 것인데, 피로와 고단함은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칠곡군이 대화를 거부하자 노조는 지난해 7월 7일부터 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이 동원됐다. 4천여명의 서명을 받아낸 서명전, 거리 홍보, 문화공연, 상복 투쟁, 청장실 점거, 시민단체 지도자 양심선언 발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 구성, 배상도 칠곡군수 퇴진운동 등.

    여섯 차례 구속과 2천7백만원 손배 가압류

    그러나 칠곡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돌아온 것은 여섯 차례에 걸친 구속과 그리고 손배가압류다. 지난해 11월 청장실을 점거하면서 기물파손 등으로 조합원 전원에게 2,700만원의 손배가압류가 떨어졌다. 지난 1년여동안 한 푼도 벌지 못한 조합원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액수였다.

       
     
     ▲ 칠곡군청이 지난해부터 게시한 ‘칠곡환경지회’ 관련 현수막
     

    이들이 끈질기게 싸우는 이유가 밝혀지면서 지역사회의 여론은 노조에게 우호적으로 변해갔다. 그러자 군청은 예의 못된 짓을 했다. 여론 동원 및 조작. 칠곡 거리에 난데없는 현수막이 나붙기 시작했다.

    ‘왜관읍 이장 동우회’, ‘왜관읍 남녀 의용소방대’, ‘칠곡군청 공무원 일동’ ‘6.25참전 전우회’ 명의로 각종 현수막이 게시되기 시작했다.

    “군민에게 불편 주는 시위 즉각 중단하라”, “군수실 불법점거와 기물파손이 웬말이냐? 전 경북위생사 노조행위를 규탄한다” 군청 건물에 붙어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읍면동 마을 곳곳에도 이와 비슷한 현수막이 걸려졌다. 칠곡군청이 노조와의 대화 대신 노조를 고립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남아있는 5명,  많이 힘들지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노조활동을 그만두면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는 회유도 이어졌다. 몇몇 조합원은 장기간의 투쟁으로 가계의 어려움에 직면하자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지만, 군청이 이들의 일자리를 알선해주지는 않았다.

    현재 남아있는 조합원은 다섯 명. 서서히 조여오는 생계의 어려움보다 더 힘든 것은 갈수록 소진해가는 투쟁의 동력이다. 김증근 대구서비스노조 조직국장은 “투쟁이 장기화될수록 조합원들도 지쳐가고, 연대도 서서히 느슨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조직국장은 “칠곡환경지회의 싸움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투쟁을 가름하고 이어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배상도 칠곡군수는 오는 5.31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되어 재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작대기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된다” 말이 나돌 정도로 그의 재선도 확실시 되고 있다. 선거기간이 다가오자 이전부터 배 군수의 퇴진운동을 벌였던 조합원들이 이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도 잦아졌다.

    휴일을 달라는 노동자들에게 구속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지방 자치단체. 그들의 요구는 40년 전 전태일의 요구와 같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생존과 자존심을 찾기 위해 싸운는 2007년 ‘늙은 전태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들에 대한 ‘뉴스’와 그들과 함께 하는 ‘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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