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주거권특별보좌관
    “한국 강제퇴거 등 행태, 국제인권법 위배”
    주택임대차보호법 문제, 청년·장애인 등 주거권 심각 지적
        2018년 05월 23일 07:0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레일라니 파르하 UN주거권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파르하 유엔특보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국제인권법을 심각히 위반하는 강제퇴거 행태의 위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며 “개발 관련 법률체계를 ‘UN의 개발로 인한 퇴거와 이주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 등을 완전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이같이 권고했다.

    파르하 유엔특보는 지난 14일 방한해 전날인 22일까지 정부부처 및 시민사회 등과 현안과 관련한 당사자들을 면담하고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조사했다. 한국의 주거권 실태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에 따르면, 파르하 유엔특보는 한국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의 권리만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파르하 유엔특보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아 임차료의 상한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서 민간임대주택의 등록을 늘리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은 미미한 영향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을 비롯한 세입자의 주거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안은 주택임대차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라며 “임차료 상한제도를 작동시키기 위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는 조치와 모든 민간임대주택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입자의 점유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파르하 유엔특보는 주거 지원을 위한 한국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에 대해 “국제인권규약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조치”라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음에도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전무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주민과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보장접근을 가로막는 제도를 즉각 개정하고 ‘UN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르하 유엔특보는 쪽방, 고시원 등 주거빈곤층과 사업장 내에 마련된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난민신청자 가족의 열악한 거주환경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국제인권법에 따른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안전성마저 취약하다”면서 “주거빈곤층의 주거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야 하며, 주거급여를 평균 월세의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주거빈곤층이 거주 안정조차 보장받을 수 없어 임대인에게 주택 수리조차도 요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어떠한 환경에 거주하더라도 반드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르하 유엔특보는 한국 정부가 ‘홈리스’의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해 그 규모조차 과소추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홈리스를 향한 어떠한 차별과 폭력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고정된 주소지가 없는 사람도 사회보장급여를 수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연금기금을 포함한 공적연기금, 기관 및 민간투자자가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인권실사 제도를 도입해 인근의 거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파르하 유엔특보는 “오로지 수익만을 좇는 투자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정부가 투자의 책임이 있는 이들이 반드시 금전적인 이득보다 거주민이 입는 피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특보는 이날 발표한 권고 사항을 토대로 내년 3월 UN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의 주거권 실태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