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노동자들은 왜 노옥희를 선택했나
        2006년 04월 20일 11: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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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옥희 전 울산시 교육위원이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추천하는 울산시장 후보로 결정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소속된 조합원 43,765명 중 32,638명이 참가해 74,6%의 투표율을 보인 이번 총투표에서 노옥희 후보는 16,236(49.7%)표를 얻었고 김창현 후보는 15,827(48.5%)표를 얻었다. 두 후보의 차이는 407표. 박빙의 승부였다.

    노옥희 후보는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형식의 인준투표를 거쳐 후보로 확정된다. 그러나 사실상 이날 선거로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로 결정된 셈이다.

    노옥희 후보는 “울산지역의 민주노조운동과 함께 했던 이력을 인정하고 선택해준 조합원들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20일 오전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개표소를 방문한 노옥희 후보(가운데 왼쪽)와 김창현 후보(가운데 오른쪽) ⓒ울산노동뉴스
     

    새벽을 넘기며 계속된 개표

    19일 저녁 8시부터 전교조 울산지부 교육관에서 시작된 개표는 새벽 한때 한 사업장의 투표인정 여부를 놓고 양쪽 선본이 대립해 5시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새벽 6시를 넘게 재개된 개표는 9시경쯤 마무리됐다.

    처음 개표가 시작된 현대자동차는 김창현 후보가 1,156표차로 앞서 나갔다. 이어진 현대미포조선에서는 노옥희 후보가 402표차이로 앞섰지만 김창현 후보가 여전히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자정 무렵, 세 번째 사업장인 전교조 개표에서 전체 1,978표 중 1,566표를 전교조 출신인 노옥희 후보가 가져가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두 후보의 차이는 407표. 이후 추가된 중소형 사업장의 개표결과 노옥희 후보가 100여표 정도의 차이를 더 벌리면서 노옥희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박빙승부를 가른 요인은

    경선이 시작될 무렵부터 박빙의 승부는 예상됐다. 다만 1998년 지방선거에서 동구청장으로 당선된 경험이 있으며 인지도에서 훨씬 앞서는 김창현 후보가 다소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본선인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김창현 후보 쪽의 인지도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은 김 후보 측의 주된 홍보 논리이기도 했다.

    노옥희 후보는 정파를 넘어 울산지역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넓은 신망을 가지고 있다. 현대공고 교사 출신으로 울산지역 대공장의 노동운동가들과 사제지간이기도 하며 해고기간 동안 지역 노동상담소 등을 통해 노동운동 지원과 해고자 지원에 앞장섰다. 전교조 소속이지만 금속, 공공 등 지역 노동운동 전반에 걸쳐 명망이 높은 것이 강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결국 활동가 수준의 높은 평판을 어떻게 일선 조합원들에게까지 확산시킬 것인가가 노옥희 후보 진영의 최대 과제였다.

    최대 승부처는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이번 총투표의 최대 승부처는 역시 현대자동차였다. 울산지역 민주노총 조합원의 절반이 현대자동차 소속인 만큼 현대자동차의 선거결과가 당락을 결정했다. 개표결과는 1,156표차로 김창현 후보가 크게 앞서기는 했지만 애초 예상보다 표차이를 좁힌 것이 노옥희 후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조합원이 많은 현대미포조선과 노 후보가 소속된 전교조는 초반부터 노 후보 쪽의 우세가 예상됐기 때문에 김창현 후보로서는 현대자동차에서 차이를 최대한 벌려야만 했다.

    현대자동차 개표결과에 대해서는 경선 막판에 평소 민주노동당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현장조직 다수가 노옥희 후보를 최종 선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조합원 대중의 정서와 전교조 출신 교육감으로까지 전망되던 노옥희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던 교육위원 재출마를 접고 시장후보 경선에 참여한 것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있다.

    예비경선 방식, 흥행에 성공했나

    반면 민주노동당이 당규에 보장된 당원들의 후보 선출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받아들인 조합원 총투표 방식의 예비경선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선이 유권자들이기도 한 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 후보자를 사전 노출시키는 효과와 지역언론의 조명을 받기는 했지만 경선이 진행된 3주간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특별히 상승했다는 분석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경선과정에서 시당 주요간부가 선거에 개입해 물의를 빚기도 하는 등 경선과열과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당원은 경선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당내의 불만도 없지 않다.

    앞으로 울산은 무엇을 해야하나

    이제 노옥희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인 박맹우 현 시장, 열린우리당 후보로 확정된 심규명 변호사 등과 실질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노옥희 후보로서는 5.31 지방선거가 공식 개막까지 한달 남은 기간동안 지역 인지도를 최대한 높이고, 특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 등으로 나뉜 노동자 계층을 최대한 하나로 묶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맡았다.

    그 전에 당을 하나로 묶고 당원을 비롯한 조직을 최대한 가동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야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50% 가까운 주민지지도를 보이며 재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박맹우 현 시장을 공식선거운동 개시 전까지 최대한 따라잡아야 한다.

    한편 이번 경선에서 패배한 김창현 민주노동당 전사무총장은 지난 해 최고위원 동반 사퇴 이후 다시 한번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지역에서 그의 역할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전 사무총장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다른 당직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노옥희 후보는 경선기간 동안 시장선거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지역 진보정당 운동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민주노동당이 울산에 거는 ‘특별한’ 기대가 아니더라도 울산시장 선거 결과는 ‘정치인’ 노옥희의 이후 행보를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선거운동 만들겠다"

    <레디앙>은 20일 오전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노옥희 전 울산시 교육위원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합원 총투표 결과 민주노총 추천후보로 결정된 소감은?

    – 우선 조합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인지도가 상대 후보에 비해 떨어져서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울산지역 민주노조운동, 노동자와 함께 해온 경력을 조합원들이 인정해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새 희망을 불어넣어주기 바라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시당 당원들의 인준투표가 남았지만 사실상 울산시장 후보로 결정돼 당장 오늘부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시장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 어떤 내용으로 울산시민과 노동자들을 만날 것인가?

    – 5.31지방선거와 관련해 지역을 대상으로 의제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사회양극화 해소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양극화 해소와 여기에 맞물릴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 화두로 놓고 시민들을 만나겠다.

    또한 울산은 한나라당의 집권이 계속되면서 성장위주, 외형위주의 행정이 우선시 됐다. 사실 울산은 지역만 놓고 보면 이미 2만불소득을 이룬 곳이다. 이제는 ‘돌봄과 나눔’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평등울산’을 주장하는 시장 후보가 되겠다.

    지난해 울산북구 재보선에서도 드러났듯이 울산지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리와 반목이 심해지고 있다.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 우선 비정규악법과 같은 현안문제에 대응하고, 산별노조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 그리고 울산시청을 비롯한 산하 자치단체들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겠다.

    울산지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반목은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 지지층을 이간질시키기 위해 선거시기마다 악용한 측면도 있다.

    울산지역 민주노총 조합원이 4만5천명이다. 한국노총을 합해봐야 조직노동자는 10만 정도다. 전체 40만 노동자중 대부분이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다.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를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조 아래 묶는 큰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선거운동’을 만들겠다.

    경선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이 발생했다.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 경선 시작 전에 후보들끼리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 상대방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약속했다. 이런 과정에서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치유될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은 보수정당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경선에서 탈락한 김창현 전 사무총장이 이후 울산시장 선대본부장을 맡는 것인지?

    – 그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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