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미국과 국내 대기업 위한 협상"
        2006년 04월 15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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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레디앙>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호감가는 보수정당 의원이 누구인지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때 모든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의원이 한 명 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다.

    임종인 의원은 여당 내 진보 야당이다.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용산기지 이전 등 주요 현안에서 임 의원은 당론을 거스르며 진보적 입장을 취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조승수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후로는 법안 발의 정족수를 채워주기 위해 민주노동당 ‘도우미’를 자처하기도 했다.

       
    ▲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 임종인 의원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FTA 문제에 대한 임 의원의 견해를 들어봤다. 이 문제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당론은 총론 찬성, 각론 보완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판적인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임종인 의원도 이런 흐름에 합류해 있다.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임 의원은 주요 현안에 대한 당내 개혁그룹의 무기력증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미FTA 문제에 대해서는 예의 그래왔듯 혼자라도 ‘반대’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통상절차법 필요성 갈수록 깨닫게 된다"

    -한미FTA 문제에 대해 당론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어떤 식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나.

    = 김태홍 의원이 주최한 월요일 한미FTA 세미나 모임에 2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이 한미FTA의 심각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주된 문제의식은 왜 이리 졸속으로 추진하느냐, 왜 이리 비밀리에 추진하느냐, 왜 이리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 추진하느냐 하는 것이다. 추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이전에 추진방식과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다.

    -그런 비판적인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나.

    = 그날 따로 합의한 건 없다. 한미FTA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내가 꺼냈는데 논의가 전척되지 못했다. 지금 당내에 한미FTA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제법 많다. 한미FTA처럼 경제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들간에도 의견이 많이 갈린다.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결국 한미FTA는 체결될 가능성이 높은데.

    =한미FTA는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인 협상이다. 미국과 국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상이다. 한나라당은 찬성하리라고 본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반대해야 하는데, 결국 열린우리당 의원이 얼마나 반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용산기지 이전, 금산법 등과 똑같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은 통상절차법을 올려놨는데.

    =아주 필요한 법이라는 것을 갈수록 깨닫게 된다. 지금은 정부의 협상이 국회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협상 끝난 다음에 비준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한나라 대선공약 출실하게 이행한 참여정부의 경제 입법"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한미FTA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제에서의 대연정이라고 표현했다.

    = 참여정부에서 통과된 경제 관련 법률을 보면 한나라당이 대선 때 공약한 것들이 많다. 법인세 인하, 출총제 폐지, 금산법 등.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나.

    = 일본에서 무라야마 사회당 총리가 들어서서 자민당이 가장 원하던 소선거구 개편을 단행했다. 만약 한나라당 정권 같으면 재야나 개혁 세력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사안을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혁 진영이 붕괴되어 있다. 한나라당 등 기득권 세력의 입장에서는 남의 칼로 싸움을 하는 셈이다. 최장집 교수는 현 정부를 지지한 집단의 계층적 기반이 불확실하고 여권과 한나라당의 이념적 기반이 같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 교수의 이런 진단에 나도 동의한다.

    "당 내 개혁그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의 개혁그룹이 너무 무기력한 거 아닌가.

    = 동의한다. 그나마 이라크 파병 등 대외정책에서는 개혁그룹이 좀 목소리를 더 냈는데, 경제정책은 잘 모르니까 제대로 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 어찌보면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인 분들이 우리당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개혁그룹이 정책 사안별로 조직화될 필요가 있지 않나.

    = 나도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만 봐도 그렇다. 개혁그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 집단적 흐름을 조직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게 힘들면 혼자라도 해야겠지. 지난 금요일 국회를 통과한 ‘제조업자 보호에 관한 법률’만 봐도 그렇다. 한미FTA 문제도 있고 해서 우리당에서 30-40명은 반대할 줄 알았는데 결국 나 혼자만 반대했다. 우리당의 정체성을 잃는 정책, 예를 들어 비정규직 법안이나 금산법 같은 것에 대해서는 혼자라도 반대할 생각이다.

    -그 정도로 당내 상황이 비관적인가.
    = 이야기를 해도 잘 안되니까…. 그리고 효과는 비슷하다. 혼자하나, 스무명이 하나.

    – 한미FTA와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은.

    = 좀 더 광범위한 반대 흐름을 모아낼 수 있는 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김태홍 의원이 주도하는 모임의 성원들과 임 의원의 생각이 같다고 보면 되는가.

    = 그렇다.

    -현재 당내에서 FTA를 반대하는 의원 수가 그 정도라고 보면 되는가.

    =그것보다는 좀 더 많을 것이다.

    "잘못된 정책을 지적해서 바꾸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 위하는 길이다"

    -한미FTA에 대한 반대가 대통령에 대한 반대로 귀결되지 않겠는가.

    =FTA 정책은 매우 잘못됐다. 연구도 부족했고, 왜 그리 서두르고 비밀스럽게 하는지. 하더라도 우리하고 손해가 덜나는 나라하고 먼저해서 경험을 쌓아야지.

    -대통령에 대한 반기로 비춰지지 않을까.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다. 나는 지금껏 그래왔다. 반기라는 말 자체가 적절치 않다. 잘못된 정책은 지적해서 돌리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다.

    -협상 시한이 촉박한데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 여야를 아우르는 조직적 틀이 필요하지 않나.

    =틀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 반대 때도 보니까 틀을 만드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그것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더라. 개인적으로 글도 열심히 쓰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할 생각이다.

    -조직적인 흐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그런 노력도 할 것이다. 다만 그것만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 문제에 대해서는 김태홍 의원이나 다른 선배 의원들이 많이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는 나대로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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