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는 민족주의자인가,
사회주의자인가, 국가주의자인가?
[인도100문-41] 자와할랄 네루, 인도의 설계자
    2018년 04월 26일 04: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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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는 반식민 투사이자 인도라는 근대 국민국가를 세운 사람이다. 그는 마하뜨마 간디와 함께 영국 식민 지배를 종식시킨 민족 운동을 전개하는데 앞장섰고, 독립 후에는 의회주의, 세속주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기틀로 삼아 국민국가를 건설하였다.

연방제를 구성하는 중앙 단위부터 지역 말단의 자치기구까지 철저하게 민주주의의 구조를 세웠고, 3부는 물론이고 군(軍)이나 언론과 같은 또 다른 권력 기관 또한 그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해주었다. 경제는 사회주의적 분배를 중시하는 국가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경제 정의의 실현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었고, 이와 관련하여 급속한 산업화, 농업 혁명, 국제 경제 협력 등을 자신의 운동 실현을 위한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네루의 위대한 사회주의의 꿈은 실패했지만 그가 공화국 인도에 남긴 공은 매우 지대하다 @이광수

네루는 운동의 목표를 사회주의적 사회의 건설이 아닌 주권 국가의 건설로 삼았다. 다시 말하면 그와 인도국민회의는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이 아닌 국민국가 건설이라는 정치적인 목표를 제1의 의제로 설정한 것이다. 그는 사회·경제적 변혁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독립된 국민국가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네루가 추구하는 변혁의 기저가 되는 사상이 부르주아 계급이 주체가 되는 민족주의 사상 수준의 사회주의이다.

결국 그가 세운 국가와 사회 구조의 토대는 식민 지배를 하는 영국의 방식을 철저하게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산업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당시 인도의 절대 절명의 과제인 ‘빈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경제 성장에 있어서 간디가 주장한 탈산업화이자 탈중앙의 농촌 중심의 소규모 산업 방식을 무시하고, 국가 주도의 대규모 중공업에 기반을 두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네루는 간디의 방식을 비현실적인 몽상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네루의 사회주의 인식은 철저히 실용주의적인 것이다. 그는 사회주의를 단순한 도그마나 이상주의적 논리가 아닌 철저한 실용적 태도로 보았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이 너무나 교조적이고 이론적이며 인도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것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식민 국가의 반민족적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으로부터 출발했던 데다가 근본적으로 근대 사회에 대한 강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19세기 유럽에서 발전한 산업화 성장론의 포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전적으로 농업 사회인 인도의 입장에서 농업 문제의 해결이 없이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라는 전략이 얼마나 비효과적인지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네루에 의하면 근대 국민국가를 건설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전체 사회의 변혁을 계획적으로 이끌고 나아가야 할 전문인이어야 했다. 그들은 과학과 기술에 의해 이루어진 최근 지식을 섭렵해야 하고, 경제의 면밀하면서 실증적인 상태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확보해야 하며, 경제의 진보를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폭넓게 수용 가능한 과정을 제안할 수 있는 탁월한 균형 잡힌 관점을 갖추어야 하고, 그래야 사회를 구성하는 각 집단의 특정 요구와 이해관계를 조정 중재할 수 있어야 했다. 네루가 많은 공과대학을 육성하고, 자연과학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 오늘날 인도가 세계 산업의 인재풀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그의 이러한 ‘과학’과 ‘계획’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루에게 가장 중요한 기능 주체로 부상한 것은 국가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필요한 요소들을 정치적으로 한 곳에 모으는 일은 유일하게 국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네루에게 국가는 인민 전체 이익의 균형을 잡고 그 이익을 최대치로 모으는 일을 하는 대표체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그래서 특정 집단이나 계급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되고, 계급 간의 투쟁의 장이 되어서도 안 되며, 여러 가지 갈등 위에 서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국가가 수행해야 할 제1의 역할은 산업화였다. 결국 네루는 식민지 인도를 해방시키고 단일한 국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민족주의,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점진적 사회주의, 국가를 지배 계급의 도구로 보지 않고 사회 복지의 도구로 보면서 산업화를 이끌어가는 국가주의, 이 모든 것이 다 융합되어 있는 사람이다.

네루의 뜻에 따라 인도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제대로 국가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점진적 사회주의는 지주제조차 제대로 철폐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농촌 사회의 봉건 병폐의 뿌리로 작용하고 있다. 1991년 이후 경제 개방이 이루어지면서 인도 정부는 네루식 사회주의를 사실상 폐기하였다. 네루의 ‘위대한’ 사회주의는 결국 실패하였고, 인도는 철저한 자본주의의 첨단으로 가는 중이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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