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관료들은 M&A 브로커 노릇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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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14일 05: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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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분히 정부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부실기업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 결과 재벌그룹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중공업 민영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등에서 드러나듯이 경제 관료들은 재벌이나 투기자본이 매입의사를 보이면 관련 법령뿐만 아니라 평가 자료까지 왜곡하며 과감한 특혜주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국중공업 민영화 당시 두산은 출자총액제한제에 묶였기 때문에 인수자격이 없었다. 그런데 민영화과정 개시 후 정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출자총액제한제도에 19개 예외조항을 삽입하여 두산에게 인수자격을 주었다. 공기업 민영화 경우에는 출자총액제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예외사항 가운데 포함됐던 것이다.

    그 후 한국중공업 민영화 주무담당관이었던 산자부 홍모 국장은 동생 사업의 편의를 두산이 봐주는 형태로 9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두산의 한국중공업 인수과정에서 특혜를 준 대가라 할 것이다. 외환은행의 경우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를 도운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이 보고펀드를 개업한 후 500억원의 투자금을 론스타로부터 유치하는 거래가 확인되고 있다.

    공기업과 구조조정기업의 매각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경제 관료들의 행태는 국민경제와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호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M&A 브로커’를 연상케 한다.

    엄청난 연봉이 보장되는 금융기관의 고위직 자리를 마음먹은 대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직접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M&A브로커역할을 하며 재벌과 투기자본의 하수인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IMF외환위기를 초래한 한 축으로서 청문회의 대상이 되었던 경제 관료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화려하게 부활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버렸다. 무능한 정치세력들은 척결되어야 할 구시대적 정경유착 관행과 무원칙한 대외경제 개방론에 빠져있던 경제 관료들을 시대를 앞서가는 엘리트로 추켜세웠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의회권력에의 참여폭을 다투어 활짝 넓혀 주었다.

    그 결과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사회세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견제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는 격언은 론스타게이트를 통해 잘 증명되고 있다.

    이들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와 쌍용건설 등 5개 회사가 매각시기가 되자 즉각 작전에 들어갔다.

    전경련이 출자총액제한제가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치고 나오자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의장과 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이를 받아 출총제 폐지 또는 완화론을 제기하였다. 이들은 주도면밀하게도 폐지론 논쟁에 완화론을 슬쩍 끼워 넣으면서 여론의 예봉을 피하면서 재벌들의 당면 현안을 해결해주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출총제 완화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자격이 없던 두산, 한화 등 재벌들은 대규모 기업사냥에 나설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특히 매각절차에 이미 착수한 대우건설의 경우는 실사과정에서 인수자격을 얻게 된 두산과 한화가 성사 후 경제 관료들의 하해 같은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 것인지는 불문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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