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사드장비 반입 강행
    평화협정 전 사드 '알박기'
    정상회담 등 평화 국면, 사드 공사 전혀 급할 거 아닌데 왜 이렇게···
        2018년 04월 23일 06: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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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가 23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를 반입했다. 이 과정에 경찰병력 3천여 명을 투입해 장비 반입을 막아선 주민들을 강제 진압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일대에 공사 인력과 자재 등을 실은 차량 22대가 사드 기지로 진입했다.

    앞서 주민과 경찰은 전날인 22일 오후 6시 40분경부터 진밭교 일대에서 대치했다.

    경찰은 23일 오전 8시 15분경부터 병력 3천여 명을 동원해 주민 200여명을 강제해산하며 이들과 충돌했다. 주민은 경찰의 강제해산에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주민들은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격자형 시위도구를 연결하고, 몸에 녹색 그물망을 덮어씌운 채 비폭력 시위로 경찰에 맞섰다. 그러나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커터칼 등의 장비를 이용해 집회도구인 천막을 자르려고 시도하면서 주민 일부가 베이는 등 주민 2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끝내 경찰은 집결한 반대 주민 강제해산에 나선 지 3시간여 만에 장비를 반입했다.

    사진=사드철회평화회의

    국방부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 자료에서 “현재 시급한 성주 기지 근무 장병들의 생활 여건 개선 공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경찰과 협조해 오늘부터 공사에 필요한 인력, 자재, 장비 수송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주민들은 지붕누수 공사와 화장실 공사를 먼저하고 한 달 후에 있을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나머지 공사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국방부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6개가 모인 사드철회 평화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는 결국 사드를 완전 배치를 위한 망치질을 했다”며 “소성리 80-90대 할머니들과 600일 넘게 평화촛불을 치켜든 김천 시민들, 진밭교에서 409일째 평화의 기도를 올린 원불교마저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평화회의는 “사드 부지 공사를 한다는 것은 미군 생활환경을 안정시켜 어떻게 해서든 사드를 완전배치 시키겠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는 의심은 너무나 합당하다”면서 “국방부는 수천의 경찰을 동원해 평화협정 전 사드를 못 박기 위해 오늘의 유혈사태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부지 공사 강행으로 명확해졌다. 이는 한미 장병들을 위한 복지개선 공사가 아니라 평화협정 전 사드를 못 박기 위한 사드 부지 공사”라며 “우리는 앞으로 있을 3개월의 공사기간 매일 공사 인부 출근 및 공사자재 출입 저지를 통해 평화정세에 역행하는 사드를 못 박기 하려는 불순한 기도를 철저히 막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더 이상 주민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강행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평화’ 국면에서 사드 기지 공사는 전혀 급한 일이 아니다”라며 “남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북한의 확약이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 한미 정상들이 확인한 후에 사드의 운명을 재논의하는 것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는 운명을 가를 중요한 대화들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를 위한 새로운 미군기지의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방부는 전혀 급하지 않고 근거도 없는 사드 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부상당한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물리력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제압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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