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한·미에 중대한 메시지”
정세현 “(비핵화) 2년이냐 3년이냐, 미북 정상회담에서 결정이 될 것”
    2018년 04월 23일 03: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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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핵 병진 노선을 공식 폐기하고 ‘경제발전’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택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전면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하기로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주재로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킨 데 대한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 빛나게 관철됐다”며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됐다”고 밝혔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료한다는 공식 선언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핵실험 중단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 결정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단계인 핵 동결과 핵 불능화를 동시에 시행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조만간 있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큰 진전”이자 “북한과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의 발표는 앞서 3월 대북 특사단을 통해 밝힌 핵·미사일 실험 중단 의지를 직접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또 과거와 달리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이러한 조치를 취한 데엔 보다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며 한미 양국을 협상장으로 유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 핵’ 포기 ‘현재 핵’으로 협상하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미래 핵은 포기할 테니 현재 핵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하자 하는 얘기”라며 “이는 미국이나 남한에 중대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어 “협상장으로 미국 또는 남한을 불러내는 그런 일종의 선제적인 조치”라며 “경제 쪽으로 주력을 할 테니 군사적으로 압박하지 말고 경제 협력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서 오라는 (북한이 한미에 보내는 북한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부연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해 주변국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대화하겠다고 했다. 북한에 투자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얘기”라며 “그러려면 우선 북미수교를 하고 평화협정이 체결해야 한다. 그것을 이번 7기 3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 스탠스를 가지고 북미회담에서 미국과 거래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과거에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안 받고 수교해 준다는 것만 믿고 리비아가 핵을 포기했다가 카다피가 비참하게 됐다. 그 선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 북미회담에서) 군사적인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핵을 수출하거나 핵 기술을 수출하거나 사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수출을 막고 기술 이전을 막고 싶으면 북한이 요구하는 수교나 평화협정을 체결해 달라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미국이 북한의 이러한 선제적 조처에도 평화협정 등의 반대급부를 내놓지 않으면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기술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인) 2년 내에 못 끝낼 건 없다”며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대신 미국도 북미수교, 평화협정 문제에 속도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제조시설, 핵 재처리시설, 핵무기 제조시설, ICBM 제조시설 등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 경제적인 성의도 필요하고 정치·외교적인 성의도 필요할 것”이라며 “(비핵화까지) 2년이냐 3년이냐 하는 얘기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 선포가 ‘핵보유국 선언’을 강조한 것으로 비핵화 의지 표명보단 핵국가 지위를 확실히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국내 보수언론에선 북한의 조처를 ‘풍계리 쇼’라고 혹평하며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정 전 장관도 국내외 보수언론의 분석에 관해 “틀어서 해석할 수 있는 구절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협상을 통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와 달리, 전제조건 없이 핵 노선 포기를 선포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비핵화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는 지금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운운한 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일부의 지적처럼) 생색만 내고 있다고 평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실험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중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 중지는 협상 칩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그러지 않고 선제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을 우리가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결-불능화-폐기’라는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적어도 핵 실험 중단과 ICBM 발사 시험 중지는 핵 동결의 행동개시라고 볼 수 있고, 풍계리 핵 실험장의 폐쇄·폐기 이것은 불능화의 시작 단계라고도 분석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과거엔 동시행동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핵·미사일 실험중단과 한미군사연습을 연계해서 중단하자고 주장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였다.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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