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을 기억하십니까?
[에정칼럼] 지구 폐기물 대란, 불의한 폭탄 돌리기
    2018년 04월 09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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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은 2017년 1월 세계경제포럼이 엘렌 맥아더 재단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 “새로운 플라스틱경제: 플라스틱의 미래에 대한 재고와 행동 촉진”에서 제시된 세계 플라스틱 포장재의 흐름이다.

이 보고서는 그림에서 보듯이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이 전 세계적으로 14%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바다를 가득 채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제목 그대로 밝힌 새로운 플라스틱 경제의 포부는 “plastics never become waste” 즉, 플라스틱 재활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된 2020년대 초반까지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목표는 70%다. 그것도 강제성 없는 디자인 개선, 폐기물 관리 시스템 개선과 플라스틱 포장재의 단일화 등으로 말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막지 않으면서도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이 산업적 해결책으로 과연 재활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획기적으로 늘어난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 확산도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이미지: 세계 플라스틱 포장재의 흐름 (2013년) 자료: Project Mainstream analysis – for details please refer to Appendix A in World Economic Forum, Ellen MacArthur Foundation and McKinsey & Company, The New Plastics Economy — Rethinking the future of plastics, (2016, http://www.ellenmacarthurfoundation.org/publications).

중국 發? 지구 쓰레기 대란

‘중국 發 지구 폐기물 대란’이라 불리는 최근의 사태가 현실의 답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선 이 사태가 ‘중국 發’이라 명명되는 것부터가 문제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플라스틱, 분류하지 않은 폐지, 폐금속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면서 많은 국가들 특히 소위 ‘선진국’ 정부들에 비상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환경을 개선하고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폐기물 규제를 강화한 중국에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비판 받아야 할 것은 자신의 나라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폐기물을 자원 부족 상태에서 고속 성장을 하려는 중국에 편하게 그리고 값싸게 처리해온 ‘선진국’들임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가 출신의 환경부 장관을 둔 한국을 포함해 그 선진국들이 내놓은 임시방편이라는 것이 폐기물을 ‘수출’할 다른 나라를 찾는 것이라니 한심한 지경이다. 이러한 태도가 더욱 우려되는 이유는, 선진국들이 다른 나라로 ‘버리는’ 폐기물이 이뿐이 아니며 ‘버려지는’ 나라도 중국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례로 수백만의 휴대폰, 노트북, 타블렛, 카메라, 장난감 등의 전자폐기물이 독성물질의 처리 없이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가난한 나라에 때로는 불법적으로 매립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폐기물 ‘대란’은 실은 폐기물 수출과 불법매립이라는 선진국들의 부정의한 폭탄 돌리기에 가려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3R : Reduce(발생억제), Reuse(재사용), Recycle(재자원화)
···그중에 기본은 1R이라

자원순환사회의 기본 원칙 3R을 기억하는 사람이 의외로 상당히 적다. 3R은 생산단계에서부터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말고 줄여야 한다는 Reduce와 생산품은 만들 때에도 만들어지고 난 후에도 최대한 재사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Reuse, 그리고 그 다음이 재활용·재자원화 Recycle을 말한다. 각각의 R은 똑같이 중요하다기보다 발생 자체를 억제해야 한다는 Reduce가 가장 기본이다. 언제나 총량 관리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것부터 안 되는데 다른 방책을 아무리 적용해봤자 비효율적이고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3R 운동이 유행한 바 있다. 그렇게 먼 과거도 아니다. 21세기가 된 이후의 일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커피전문점을 가면, 주문 시 직원이 테이크아웃 여부나 머그잔을 원하는지 질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알려졌듯이 2003년 도입됐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2008년 폐지됐고, 2013년에는 테이크아웃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도 사라졌다.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커피전문점에 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나 역시 텀블러를 들고 가서 여기에 담아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커피를 일회용 컵에 받아서 다시 텀블러에 옮겨 부어주는 황당한 경험을 한 바 있고, 최근 한 지인이 비슷한 상황에서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과 머그잔을 함께 받은 사례도 있었다.

해결의 속도와 규제의 문제

결국 규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플라스틱 없는 수퍼마켓 캠페인을 진행하는 영국의 모 단체가 플라스틱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데, 오히려 악마화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규제가 아닐까? 채찍보다는 당근을 선호하고, 산업친화적 해결책을 중시하는 이들이 놓치는 가장 큰 문제는 지구상의 수많은 곳에서 폐기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이다. 우리가 피해자를 정책의 홍보대상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면, 해결의 속도와 책임의 부담 원칙은 무시해선 안 될 이슈다.

산업친화적 해결책이 자발적으로 널리 확산되길 기다릴 시간은 폭탄을 돌리는 ‘선진국’과 대도시의 특권이다. 이것이 국가 사이만의 일일까? 우리나라 안에서도 폐기물 발생지역 따로, 처리지역 따로가 만든 부정의와 매립지 갈등이 목까지 찼다. 논란 끝에 10년 연장이라는 미봉책으로 끝난 수도권 매립지 문제도 불과 3년 전 일이다.

속도와 책임 부담을 강제하기 위해 3R 원칙에 따른 규제의 강화는 피해선 안 될 길이다. 여기서 규제의 주체를 오직 국가뿐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다. 국민주권을 침해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헌법을 개정하는, 21세기의 우리가 아직도 규제를 관료의 것, 낡은 것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 산업이 아니라 소비자이자 주민이자 노동자인 우리가 자발적으로 자원순환 사회를 통제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더 획기적인 상상이 아닐까?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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