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은 여전히
    MB 손바닥 위에 있다
    [에정칼럼] 탈핵 선언과 UAE 핵발전소, 이 분열적 모습과 주장
        2018년 03월 30일 01: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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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아랍 에미레이트(UAE)로 날아가 바라카 핵발전소 1호기 준공식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우리 원전 기술의 우수성과 대한민국의 역량을 직접 눈으로 보니 자랑스럽다”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문 대통령이 UAE 행에 앞서, 국내에서는 일부 핵발전 지지자들이 ‘원전수출국민동맹’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반면에 핵폐기물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서 관련 기관에 보낸 모형 깡통을 문제 삼아, 검찰은 탈핵 운동가들은 기소했다.

    사진=청와대

    1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2009년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아랍에미레이트에 원전 수출 계약을 맺고 환호했다. 이명박은 한전과 UAE 원자력공사가 협정하는 행사에 직접 참석하여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2011년 3월 12일, 이명박은 UAE 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핵발전소 건설 기공식에 참석한다는 목적이었다. 그 전날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지진 이후 일본을 어렵사리 빠져 나온 한 대학교수는 다음과 같이 글을 썼다.

    “이런 상황에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원전 기공식에 참석한 것은 동북아 지역 전체의 비상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또한 그것은 이웃 일본인들이 원전 폭발로 공포에 떨고 있는 지금 시점에 해선 안 되는 비윤리적 행동이었다.”(신진욱, 2011. 3. 16)

    그 ‘비윤리적 행동’은 이명박 정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핵발전소 위험성을 이유로 한국에서 탈핵하겠다고 천명을 하고 ‘탈핵 로드맵’까지 발효한 정부가, 다른 나라에 가서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상찬하는 것은 결코 윤리적인 행동은 아니다. 정치는 윤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할는지 모르지만, 그러면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와 문재인을 구분할 이유는 무엇인가.

    1997년 대만은 북한과 핵폐기물을 북한 지역에 ‘수출’하여 처리하는데 합의하였다. 한국은 발칵 뒤집혔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위험한 핵쓰레기를 다른 나라, 특히 북한에 저장․처분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내 땅에서 안 되는 것은 다른 땅에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문재인 정부는 내 땅에서 안 되는 것이지만 다른 땅에서는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발전소 수출을 지지하는 이들이야 핵발전 자체를 찬성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 분열적인 주장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우길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이명박 정부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있고, 그것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발전소 준공식에서 찬사를 늘어놓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의 꿈을 꿀 때,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UAE 왕세자와 200GW 규모의 태양광발전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인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와 손정의 회장은 손잡고 핵발전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노력하자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나 UAE에서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UAE는 한국이 건설하고 있는 핵발전 이외에 추가적인 건설 계획이 없다. 대신 한국이 짓고 있는 원전의 143기에 해당하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이라는 지구적 트렌드를 선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핵재앙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겨우 올라탄 한국의 ‘우물 안 개구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핵발전소를 수출할 꿈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명박이 구속되었지만, 문재인 정부에게는 UAE의 핵폐기물을 국내에 반입하여 처리한다는 이면 계약이 있다는 따위의 의혹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의 죄목에는 4대강 사업이나 UAE 핵발전소 수출과 관련된 것은 없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사라지고 문재인이 대신한다고 하더라도, 토건족과 핵마피아의 ‘머신’들은 별 지장없이 계속 돌아가고 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감옥을 간 이명박도 아니고, 70%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아닐지 모른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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