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인하 요구,
청소년 삭발과 긴급 농성
“청소년 참정권, 국민주권과 인권”
    2018년 03월 22일 04:50 오후

Print Friendly

참정권 보장을 요구해온 청소년들이 ‘선거연령 하향’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22일 삭발 및 농성에 돌입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외치며 삭발까지 단행한 것은 처음이다.

전국의 371개 청소년단체 등으로 구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비롯한 참정권 획득은 절박한 인권의 외침”이라며 “청소년 참정권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문제도, 협상의 대상도 아니며 ‘국민주권과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자 ‘정치적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소속 청소년들은 4월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에 청소년들이 첫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청소년들은 국회에 이러한 절박한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삭발을 결행하고, 긴급 농성에 돌입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절박한 (정치적) 생존’의 문제로 여겨 삭발을 자발적으로 결의했다”며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역사적 도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임시국회가 폐회하는 날까지 농성에도 돌입한다”고 밝혔다.

삭발 모습(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 3명은 삭발에 앞서 선거연령 하향 문제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에 대해 발언했다.

김윤송 양(16)은 “많은 분들이 무슨 청소년 참정권 문제로 삭발까지 하느냐, 왜 선거연령 하향 문제로 농성까지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참정권’이 아니다”라며 “참정권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정치뿐만 아닌 일터, 학교, 가정 모든 사회 구성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윤송 양은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없는 지금의 이 법은,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계속해서 분리시키고 권력 차이가 더욱 커지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권력 차이가 청소년에 대한 수많은 폭력을 낳고 있고 다시 은폐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저는 단지 ‘어린 것이 말대꾸한다’는 이유로 뺨을 맞고 머리채를 휘어 잡힌 적이 너무나 많다. 작고 일상적인 것부터 감히 제 의견을 말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위협을 받고 입막음을 당했다. 이것은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며 “청소년 참정권 박탈은 비청소년들이 어른이라는 권력으로 청소년에게 행사하고 있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김정민 양(17)은 “1980년에 국회 안에서 18세 선거연령 하향이 논의되기 시작됐다고 한다. 38년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나중에 해도 되는 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미뤄지는 것”이라며 “제발 선거연령 하향을 제 1순위 과제로 삼아 달라. 누군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방치하지 말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록 더 강력히 싸워달라”고 촉구했다.

김정민 양은 “청소년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면 기특하다고 평가받고, 어른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미성숙하고 어려서 잘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려는 가장 악랄한 폭력이 바로 미성숙이라는 낙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누군가는 청소년이 삭발을 하고 농성을 하는 것도 어른들에 의해 선동당하고 조종당한 결과라고 매도할 거라고 예상된다. 저는 감정이 있고 생각을 하는 독립된 인격체다. 나중이 아닌 지금 존중받기 위해 독립된 인격체로서 참정권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권리모 양(16)도 “청소년 참정권은 ‘당신들에게도 있으니 우리도 달라’는 단순한 부탁이 아니다.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라며 “청소년 참정권은 그저 하라는 대로 사는, 비주체적인 삶을 강요받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또 다른 청소년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연령 하향은 국회 내에서도 찬성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유한국당만 ‘교실의 정치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들을 ‘시민이 아닌 자’의 자리에 묶어두는 것은 오히려 ‘정치의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20년 가까이 외쳐온 만18세로도 선거연령을 낮추지 못한다는 것은 정치적 부정의이자 게으름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원내대표들이 참석해 청소년들의 참정권 보장 요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소년이 머리를 깎겠다고 나서는데 국회가 4월에 (선거연령 하향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부끄러워서 얼굴 들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18세가 되면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결혼의 자유를 누리는 데도 오직 참정권만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학제 개편을 하면 18세 투표권 줄게’라고 하지만, 투표권을 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학제 개편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4월 국회에 선거연령 하향을 통과시키는데 10초면 된다, 자유한국당의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선거연령 하향은 선거 유불리의 문제도 아니고 청소년 기본권의 문제”라며 “4월까지 갈 필요가 뭐 있나 3월 국회가 열려있으니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또한 서면 발언을 통해 “만 18세 선거권은 우리 민주주의와 인권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며 “4월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선거법 처리를 위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9세부터 선거권 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 만 18세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될 수 있는데, 근데 투표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자유한국당에 불리해서 주지 않나. 그러면 자유한국당이 한국을 떠나라. 그러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 왜 한국에 남아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안 주려고 하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선거연령 하향은) 더 미룰 이유가 없다. 4월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당장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18세 선거권에 반대하려면 정말이지 국회를 떠나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청와대는 선거연령 하향 등 선거 제도 개혁을 헌법에 담겠다고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선거연령 하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어 청소년의 선거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했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