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다, 이동하고 싶다, 차별하지 말라
    2006년 04월 07일 06: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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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달인 4월, 현재 서울시청 앞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20여일이 넘게 장애인 단체들의 노숙농성이 진행중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추진연대 등 3개 단체는 각각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조속한 통과,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며 곡기를 끊고 꽃샘추위의 한파를 맞으며 길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3대 요구안은 각기 성격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 권리’를 보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아이도 교육받을 권리 있다”

지난 30일 서울 세종로에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외치며 삼보일배를 벌이는 1000여명의 장애아 학부모들의 눈물섞인 호소로 가득찼다.

절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정성을 들이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장애를 안고 있는 자식의 교육권을 법률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

이들 중에는 지난 3월 13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18일째 벌인 학부모, 특수교사, 장애 당사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지난 30년간 시행되어 온 현행 특수교육지원법을 폐기하고, 장애 영·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평생 교육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하고 있다.

   
 
▲ 지난 30일 서울 세종로에서 장애 학부모 1000여명이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공동 성안작업을 진행중이고 오는 4월 말 공식 입법 발의할 예정인 이 법안은 평생 교육보장 뿐 아니라 장애유형·장애정도·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하여 지원내용을 다각화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받고 있는 장애인들이 교육현장에서조차 외면당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서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나아가 노동할 수 있는 권리 역시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장애 당사자와 함께 오랜 시간에 거쳐 토론하고 합의한 결과물로 나온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 교육위원회의 한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교육권 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입법 발의되는 날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7일 현재 26일째 단식을 진행중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장애인 교육환경 시정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정부입법 안으로 수용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의 면담 등을 꾸준히 요구하면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과 관련된 공청회와 장애인 교육관련 주체들의 전국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말부터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의 전면개정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난 5일에는 2009년까지 특수학급이 설치된 모든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에 엘리베이터와 점자블럭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애인교육권연대 구교현 간사는 “편의시설 확충이나 특수교육진흥법 개정 등 장애인 교육환경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실천의지를 보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해라”

장애인교육권연대의 농성장 옆방에는 또다른 장애인 단체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추진연대가 11일째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11층은 장애인의 교육권과 인권 향상을 위한 장애인 단체의 투쟁현장이 되는 셈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연대와 공동성안 작업을 거쳤다.

육체적 장애가 사회 전반의 장벽으로 인해 ‘사회적’ 장애로 이어진다는 개념을 바탕에 둔 이 법안은 ▲이중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들의 권리 선언 및 차별금지 별도 규정 ▲시정권고와 시정명령 조치 ▲고의적 차별행위를 반복하거나 악의적인 차별행위에 한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안은 장애인 차별을 효과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리구제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법안 발의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들 외에도 27명의 여야 의원이 법안 제출에 참여해 법제정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장애인 단체들의 기대를 샀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당초 기대가 무색하게도 차별시정기구를 국가인권위원회로 단일화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반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가 지난 4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뒤늦게 다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전체회의에 상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되는 대로 병합심의를 거치자는 일부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표결에 부치지 못하고 법안심사소위로 넘겨졌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는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장애인 차별을 뿌리뽑지 못한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 11층을 점거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이 장애인과 더불어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차별금지 규정을 명시하고 있어 장애인 차별금지에 반하는 내용이 아닌데도 장애인단체의 항의가 잇따르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차별금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두고 당사자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간담회를 다음주 중으로 가질 예정”이라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하라”

지난 5일 오전 10시. 서울 노들섬 예술센터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던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회원 30여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지난 3월 20일부터 중증장애인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도화하라며 서울 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노들섬예술센터 건립 심포지업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가 기습진입해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도화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것으로 지자체의 예산 중 일부를 편성해 중증 장애인의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215만명(보건복지부 추정)인 장애인 중 10만명이 주위에 도움이 없으면 이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들. 이들은 외출은 고사하고 일상 생활자체가 불가능해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회원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보름이 넘도록 농성을 벌이며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꾸준히 면담을 요청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도리어 서울시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농성에 필요한 물품을 빼앗겼다.

이날 이명박 시장이 노들섬 예술센터에 건립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던 도중 행사장에 진입한 장애인들은 “중증장애인의 생존권은 무시한 채 전시행정에만 수천억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중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정(판정)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들로 꾸려진 ‘4·20 공동투쟁단’은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정의하고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장애인차별금지법,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3대 요구사항이 담긴 공문을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각 정당에 보내고 책임있는 답변을 보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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