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활선공법 폐지,
특수건강검진 실시하라“
고압선 보수 전기노동자의 백혈병, 전자파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
    2018년 03월 07일 07: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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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고압선 배전설비 보수 일을 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가 전자파로 인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가운데, 전기노동자들은 한국전력과 정부, 국회에 직접활선공법 폐지와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라고 7일 촉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정의당 윤소하·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직접활선공법이 유래 없는 전자파 직업병을 낳았다”며 “한국전력은 직접활선공법을 폐지하고 모든 전기 노동자들에 대해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모습(사진=노동과세계)

앞서 전기노동자 고 장상근 조합원은 25년간 직접활선작업을 하다가 2015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장상근 조합원에 대한 산재를 인정했다. 전기를 다루는 노동자가 전자파 때문에 병에 걸렸다며 낸 산재신청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은 직접활선공법을 폐지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했으나,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이 공법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노조는 “전기 노동자들은 전봇대를 오르내리며 2만2천9백볼트, 살아있는 전류를 고무장갑 하나 끼고 직접 다루고 있다”며 “전자파 산재 인정을 받은 고 장상근 조합원의 사례처럼 전자파로 인한 암이나 뇌종양 등을 직업병으로 인정해 달라며 산재 보상을 신청한 전기 노동자는 10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압선을 다루는 전기노동자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회사원과 비교해 약 400배 높은 수치다.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전자기파에 노출됐을 때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 외국에 많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전기노동자들이 위험상황에서 작업하면서도 제도적으로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었다.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전기노동자들의 건강상태에 어떤 문제 있는지 특수건강검진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직접활선공법 시작된 지 30년 동안 전기공사 현장엔 수백명이 넘는 전기노동자들이 죽고 팔다리가 잘렸다.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엔 팔, 다리가 잘려서 죽여달라고 절규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절망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전기노동자들은 마루타처럼 한전이 시험하는 공법에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불구자가 되고 있다. 만약에 한전이 전기노동자들이 정규직이었다면 이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처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사회적 공기업인 한전은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하고 책임지지 않는 공기업의 비윤리적, 생명경시 풍토를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전기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한전이 직접활선공법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직접활선공법을 완전히 폐지하는 등 한전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희성 민중당 부대표는 “전기노동자에 대한 전수조사 등 적극적인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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