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이방카, 평창행
    남북, 북미관계 진전될까
    김영철 방남 반대에 정세현 “2014년 판문점 남북군사회담 때는?”
        2018년 02월 23일 03:5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25일 방남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북 통치체제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비핵화 문제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대화가 동력을 이어가면서 향후 북미 접촉 여부도 주목된다.

    통일부는 전날인 22일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김 부위원장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한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5일부터 27일까지 2박3일간 머물고, 문 대통령은 북 대표단을 폐막식에서 만날 예정이다.

    김영철 방남 “남북관계 제대로 풀어나가자는 의지”
    북 경제발전 위한 남북-북미관계 개선 방점 찍힐 듯

    통전부장인 김 부위원장의 방남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은 2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회담의 배후조정자 내지는 최종정책결정권자라고 볼 수 있는 통전부장이 직접 온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남북관계를 제대로 풀어나가자는 의지가 담긴 방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또한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김영철은 대남전략의 총책이다. 1989년부터 17년 정도 계속 남북회담장에 나왔고, 군사회담부터 대통령 방문까지 다 다뤘기 때문에 군사와 협상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남북관계 현안을 다 다룰 수 있는 김영철을 보낸 것은 정상회담 속도를 좀 빠르게 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방남에서 국제 제재 완화 등 경제문제에 관한 현안을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접촉을 위한 협의를 밀도 있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지난번 미북 접촉이 불발된 뒤에 앞으로 미국 접촉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서 미북 접촉 내지 미북 대화를 잘 연결시켜 달라는 부탁을 할 것 같다”며 “따라서 그것을 위해 남북 간에 폭넓은 대화를 하자. 고위급 회담,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등 각급 교류협력과 관련된 회담을 폭넓게 벌여나가자 하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견지하겠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핵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경제 쪽으로 비중을 싣는 정책 방향을 결정했다고 본다”며 “경제 발전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가 돼야 하고, 그걸 통해서 미북 관계가 좋아져야만 국제 제재를 피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김영철 방남의) 진짜 속셈은 경제발전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미북관계 개선에 방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철(왼쪽)과 이방카

    김영철 방남에 미국의 냉랭한 반응
    앨리슨 후커 한반도 담당관, 북한과 물밑접촉 있을 것

    김 부위원장 방남에 대해 미국 측이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는 만큼 북미 접촉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른 백악관 공보실은 폐막식에 참석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이 김 부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김영철 방남에 대해 “천안함 기념관에 가서 그의 책임인 것으로 알려진 것을 보길 바란다”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에서 북측에 무례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비밀리에 북미 회동을 계획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미국 측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펜스 부통령이 지난번에 웜비어 아버지와 천안함 시찰하고 탈북자를 만나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규탄하고, 리셉션장에선 김영남과 눈도 안 마주치고 5분 만에 나가버렸다. 그러면서도 그 다음날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지금 미국의 대변인 얘기가 100% 진심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관을 뒤늦게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 또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갖고 있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전 장관은 “이방카보다는 앨리슨 후커인가 하는 한반도 담당관이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며 “지난번 펜스 부통령이 와서 일을 잘못하고 간 것에 대한 보완, 만회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홍 수석연구위원도 앨리슨 후커 한반도 담당관에 주목했다. “이 사람이 아마 물밑에서는 접촉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김영철과 이방카는 안 만나더라도 앨리슨 후커는 아마 리선권하고 만나든지 하여튼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쳐 죽일 작자를…” 김영철 방남 철회 촉구, 국회 보이콧 경고도
    바른미래당은 벌써부터 이견, 박주선 “어쩔 수 없다” vs 유승민 “절대 안 돼”

    보수야당에선 청와대가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허용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등 대남도발을 지휘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부위원장 방남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천안함 폭침의 울분에 찬 기억이 아직도 국민들 뇌리에 생생한데 저잣거리에 뭘 내걸어도 모자를 판에 청와대가 두 팔 벌려 맞아드릴 대상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런 쳐 죽일 작자를 세계인의 평화 축제에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초청한다는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땅을 밟는 즉시, 긴급 체포해서 군사 법정에 세워야 할 김영철을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면 친북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라고도 했다.

    홍문표 같은 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집스럽게 김영철 문제를 받아들인다면(방남을 허용한다면), 저희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국회 전체 보이콧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은 예상대로 북한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쪽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보는 반면, 바른정당 쪽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우리 국민은 판단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에서는 북한대표단 김영철 파견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공동대표는 “만일 김영철이 끝내 북한 대표로 보내겠다고 북한 측이 고집한다면, 평화올림픽 정신에 입각해서 우리 정부로서는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인정한다”며 “어쩌면 분단의 현실 앞에서 우리 국민이 겪어가는 고통이고 쓰라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는 ‘김 부위원장을 긴급체포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당으로서는 너무 과도하고 금도를 넘는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반면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유승민 공동대표는 “(김 부위원장은) 모든 도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자로서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2016년에는 한국 정부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자”라며 “김영철의 방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만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는 대한민국과 우리 군, 국민을 모욕하고 능멸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이어 “야당과 여당은 시민과 온 힘 합쳐서 김영철의 방한에 저항해야 한다”며 “바른미래당의 전 당원과 지지자들은 김영철 방한에 반대하기 위한 국민 청원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김영철 방남 반대하는 보수정당에 정세현 “내로남불” 일침
    우상호 “김영철 반대는 북과의 대화 끊자는 것”

    이 같은 보수정당의 강한 반발에 정세현 전 장관은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정부도 김영철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며 “물론 정찰총국이 역사적으로 볼 때 대남공작, 군사공작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혐의는 둘 수 있지만 확증이 없기 때문에 정부도 (김 부위원장을 배후로) 발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10월 15일 박근혜 정부 시절에 판문점에서 남북군사회담을 했는데, 그때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측 수석대표로 나왔다. 그때는 해도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나”라며 “자기네들이 하면 괜찮고…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수정당에 대해 “이 문제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는 태도는 상당히 잘못됐다”며 “지방선거에 악용하려고 일종에 국민 선동을 하고 있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을 찍어서 초청한 게 아니다. 고위급 대표단을 내보내는데 명단을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이렇게 말하기 굉장히 어렵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펜스는 안 되고 트럼프가 와라. 이방카는 안 되고 멜라니아가 와라. 이렇게 할 수 있나”라고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또 “북한의 대남 도발은 어느 개인이 혼자 결정해서 하는 게 아니다. 결국 최고책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고, 기본적으로 군수뇌부들이 모여서 도발을 결정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무관하게 김영철이 개인적으로 도발을 하는 체제가 아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렇게 하나하나의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면 북한과의 대화를 끊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