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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기성정치에의 반란 기대
        2018년 02월 17일 10: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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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등록한 예비 후보자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31일 이전까지 일부 선거운동이 허용된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첫날, 소수 원외정당인 녹색당에서 두 명이 각각 서울시장, 제주도지사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는 “당신의 꼰대 정치를 뒤엎으러 나왔다”는 출마 선언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지방선거에서 이들이 얼마나 선전할지 지켜봐야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기성 정치의 한계를 느끼고 이들이 출마하게 되기까지 여러 사람의 동의를 얻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의 출현과 함께, 2018년은 여러모로 큰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을 자문할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출범하면서 지방선거에 맞추어 개헌이 될지의 여부도 큰 관심사다. 이 지방선거를 에너지 칼럼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무얼까?

    얼마 전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에너지와 같은 중요한 문제를 이념이나 당위성 같은 주관성 짙은 논리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과 경제적인 이유로 판단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칼럼의 제목인 ‘에너지 정치 칼럼’에서도 볼 수 있듯, 에너지는 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사실 질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과 ‘경제적인 이유’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그러한 판단을 하는데도 이념적 요소가 배가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삶의 여러 요소는 곧 정치이고, 우리가 개인적인 문제라고 여겨왔던 것이 사실은 사회적 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삶 속에서 경험해왔을 것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충전하기 위해 쓰는 전기가, 저 멀리 핵발전소에서 생산되어 밀양 송전탑을 거쳐 오는 전기라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내가 생각 없이 카페에서 편리하다고 받아쓰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이 저 멀리 중국 연안 지역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는 이들의 몸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정치인들의 과제는 삶의 이슈를 정치권으로 끌어올리고 일반 시민들의 요구를 공론화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삶의 이슈를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해내야 한다.

    지방자치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현안을 직접 논의하고 해결해 줄 정치인을 뽑아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어떨까? 에너지는 국가적인 문제라 지방선거에서 에너지를 이야기하는게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 판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것은 곧 지금까지 중앙에서 권한을 독점하고 있었던 에너지 문제가 지역 곳곳으로 분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를 갖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역의 재생에너지 확산 정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자체장의 의지라고 한다. 지자체장에게 에너지 문제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바로 지방선거이다. 지방선거에서 에너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데는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이 가장 컸다. 이와 함께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지속되면서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었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시민단체는 지방선거를 맞아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회를 열며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지나 2018년 지방선거를 맞은 지금, 지역의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서울은 타 지역에서 오는 전기를 줄이자는,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슬로건으로 에너지 자립을 선언했고 올해는 태양의 도시를 선포하며 태양광 설치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에서는 2030 에너지 비전을 선포했으며 충청남도는 과도하게 생산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량을 줄이겠다고 했다. 제주도는 풍력발전과 전기차 확대로 탄소 없는 섬을 이뤄가겠다고 했으며 서울과 제주에서 에너지공사를 설립하는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현재 한국의 전력 생산/소비 구조는 왜곡되어 있다. 인천과 부산, 충남 등지에서 전력을 과도하게 생산하여 타지로 송전하는 구조이며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그 전기가 경유하면서 지나는 곳, 전기를 소비하는 지역 모두에서 여러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지역에너지계획을 광역시·도에 수립하도록 강제했지만, 국가에서 지자체에게 큰 권한을 주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2030년까지 20%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지역에서 감당해야 할 재생에너지 설치량도 늘어날 것이고, 그간 태양광과 풍력 설치로 갈등을 겪었던 지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역의 정치인이 지역 토호와 결합하여 지역의 개발을 주도하는 사례는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목격되었다. 이제는 다른 정치, 생명.에너지.평화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기성 정치를 뒤엎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후보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길 기대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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