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 해고 권고한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
    [기고] 해고를 가르치는 교육 현장
        2018년 02월 09일 03: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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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기를 앞둔 학교에선 사람들이 사라진다. 몇 년을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면 아무리 초등학생들이라도 수군거림이 없을까 싶다.

    “그 쌤, 왜 안 보인데?”

    “몰라, 짤렸겠지”

    이런 일상 속에서 학생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체득하게 될까? 1~2월 학교의 겨울은 해고의 계절이 돼버렸다. 노동존중이라는 국정철학을 내걸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에서 없어서는 안 될 관계는 정교사 중심의 사제관계만 있는 게 아니다. 정규 교과목 외에도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고 돌봄 등 교육복지도 절실해졌다. 그 모든 교육사업이 노사관계 속에서 이뤄지는데, 학교는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배움과 돌봄의 공간이듯, 노사관계에서도 교육적 모범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학교에선 노동존중은커녕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반교육적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존중? 정규직 전환? 정부는 과연 실천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학교현장이 최악이다. 정규직 전환율은 작년까지 2%, 올해를 포함해도 평균 10%가 넘지 않는다. 심지어 경기도교육청은 상시지속업무로 2~9년이나 일해 온 방과후코디(30여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총괄 운영하는 인력) 비정규직 250여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전국 최대의 집단해고다.

    더 문제는 피해 당사자는 물론 누구도 해고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발하는 노동자들에게 교육청은 방과후 사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사업 축소도 없다고 한다. 어이없는 답변이다. 결국 업무는 지속되지만 사람은 들어내 버리겠단 말이다. 정규직 교사들도 “누구더러 일하라는 말이냐”며 난리다. 교육청의 태도는 비정규직이니 그냥 해고한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납득할 수 없는 해고 이유, 여당도 질타

    학교는 해고에 익숙하고 차별에 무감각해진 교육현장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표적인 학교 비정규직 노조 중 하나인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즉각 투쟁에 나섰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넘긴 혹한에도 노숙농성을 벌이고 청와대로 교육청으로 오체투지, 삼보일배 행진에 나섰다. 제 몸을 고난에 내던지며 해고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 8일부터는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단식투쟁이 시작됐다.

    단식을 선언한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방과 후 교실을 도맡아 운영해 온 어느 방과후 코디 선생님은 “어느 순간 이 일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바쁜 부모와 사교육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품어주는 교육과 돌봄,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해고도 화 나고 억울하지만 우선 사람을 없애고, 그 다음엔 맡을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사업까지 없애면 학교 밖으로 내몰려 경쟁하게 될 아이들은 어쩔 셈이냐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정규 공무원이나 교원을 시켜달라는 게 아니다.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방과후 학교가 지속되고 일할 수 있게, 해고만은 중단하라는 호소다. 업무는 지속되고 지난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어도, 심지어 교사들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감사를 표해도 해고당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멈춰 달라는 호소다.

    호소는 국회로 전달됐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을지로위원회와 전국교육공부직본부가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교육부와 노동부도 참여한 자리에서 의원들은 학교의 정규직 전환 심의의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에 추가적인 전환논의 및 대량해고 사태의 중단도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뒤늦은 실태 파악에 죄송하다고 했다. 2월 중 여당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육부, 노동부 장관과 대책마련 테이블을 열고, 대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대정부 질의는 물론 교육부장관 사퇴 및 대통령 면담도 요구할 것이라고 의원들은 밝혔다. “교육부총리는 물론 노동부 장관까지 물러나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께 급히 보고해 비상명령이라도 내려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국회가 나서서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등 신랄한 대정부 질타가 이어졌지만, 물론 두고 볼 일이다.

    오른쪽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성지현 경기지부장(이상 사진=교육공무직본부)

    비정규직 해고 권고한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그러거나 말거나 시도교육청은 전혀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국 최대 해고지역인 경기도교육청은 유독 고집불통이다. 면담 요구도 문을 걸어 잠그고 응하지 않고, 농성 끝에 어렵사리 이뤄진 면담에도 책임자 없이 면피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교육청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의 심각한 배신행위도 발각됐다. 교육청별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정부 시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의 심의위원회는 정규직 전환 노력은커녕 전환 제외 결정에 더 적극적이고, 심지어 교육청에 해고를 권고한 회의 기록이 8일 드러난 것이다. 황당한 직무유기에 악랄한 월권이다. 노동자에 대한 배신이자 정부에 대한 하극상이나 다름없다.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가 아니라 해고심의위원회라는 상징을 눈앞의 현실로 목격한 지금,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성지현 경기지부장은 밥을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단식농성 이틀째, 곧 설 명절이고 막상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니들도 어쩔 수 없을 거라 여길지 모를 이재정 교육감은 아니길 바란다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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