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격찬한 보고서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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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4일 08: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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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부총리나 이쪽 면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보면 경제논리에 따라 추진됐다고 봐야할까요.

“한덕수는 그냥 친미주의자, 김현종은 한건 올리고 싶어 했겠죠”

   
 ▲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사진=연합뉴스)

= 그냥 친미주의예요. 한덕수 부총리의 개방론과 외교부의 친미주의가 결합됐다고 보면 돼요. 김현종 본부장은 한건 올리겠다는 생각이었겠죠. 김현종 본부장이 경제에 대해 뭘 알겠어요. 사실 김현종 본부장과 좀 친했어요. 나이도 비슷했고.

– 청와대 경제정책 수립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 모든 정책은 정책실을 거쳐요. 위원회는 정책위원장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해요. 부처는 정책실장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하죠. 지금은 위원회도 정책실에 넣었기 때문에 위원회건 부처건 정책실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한미FTA에는 정책실장이 관여했는지 모르겠어요.

한미FTA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김현종 본부장이 직거래한다고 보면 돼요. 이게 얼마나 비밀리에 추진되는가 하면, 제가 사실은 2월 16일이 한미FTA 확정일이라는 걸 알아서 보고서를 좀 얻으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평소에 웬만한 보고서는 비서관들 통해 다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보고서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날 와서 배부하고 다시 다 걷어갔다고 하더군요. 사실 별 내용도 없었다는데. 유시민 장관이 그러더라고요. “자식들, 별 내용도 없는데 다 걷어가더라”고.

실무기획단, 국내팀 vs 국제팀 갈등 속 국내팀 없애

아무런 전략도 없고 내용도 없는 걸 가지고 비밀을 유지하면서 대통령과 직거래하고 있으니 그게 굉장히 위험합니다.

대통령도 경제 전문가가 아니고 김현종 본부장도 경제 전문가가 아니에요. 지금 수석대표도 경제 전문가가 아니에요. 내가 국민경제자문회의 있을 때 가서 보니까 외통부 산하에 통상교섭본부가 있었고 그것과는 별개로 범정부 차원의 조직인 대외경제위원회 실무기획단이 있었어요. 산자부 1급이 단장이었고 실무는 상근조직의 총괄책임자인 재경부 국장이 담당했어요. 그 외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있었죠.

통상교섭본부가 대외 협상을 주로 담당했다면 대외경제위원회 실무기획단은 통상교섭본부를 견제하면서 협상 과정에 참여하려고 했던 건데, 이 둘 사이에 대립과 반목이 너무 심했어요. 그래서 제가 조정회의도 만들고 또 실제로 회의도 몇 차례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실무기획단을 없애버리고 통상교섭본부로 일원화해버린 거예요. 지금은 아마 외통부 라인이 협상을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을 거예요. 아시다시피 외통부는 친미주의 일색이잖아요.

– 다른 나라 정부도 우리 정부처럼 협상 전략을 숨기나요?

= 다른 나라는 이런 일 없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은 없었어요.

정부가 숨기는 이유는 내용이 없기 때문

– 왜 그럴까요? 내용이 없기 때문일까요, 숨겨야 할 내용이 있어서일까요?

= 저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대통령의 논리는 제조업이 중국에 잡아먹힌다, 그러므로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서비스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다, 고로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 이거예요. 서비스업을 개방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한미FTA의 핵심이에요.

그런데 서비스업만 개방하나요. 농업도 박살나죠. 또 서비스업 개방하면 결국 우리가 다 먹히는 거예요. 금융에서 다 경험했잖아요. 국내 대형 로펌은 다 먹힐 거예요. 꽤 세다고 하는 독일도 FTA 하고 나서 7개가 먹혔어요.

– 서비스부문 고용창출 효과는 어떨 것이라고 보세요? 

=  생각을 한 번 해보세요. 의사, 변호사 다 고급 자격증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늘어봐야 얼마나 늘겠어요. 컨설팅업은 좀 늘겠죠. 그러나 전문성이 있는 분야기 때문에 늘어나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수요가 늘어난다고 공급이 늘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공급 독점이 되기 쉬워요.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비전>, 대통령 위한 장밋빛 보고서

– 서비스 질이 높아져 소비자의 효용이 증가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 그럴 수도 있죠. 대신 값은 훨씬 비싸지겠죠. 중요한 건 공공서비스가 무너진다는 거예요. 병원을 보세요, 모든 병원을 의료보험 지정기관으로 놓는 것이 강제지정제도입니다. 미국 의료기관이나 보험회사 들어오면 가장 먼저 강제지정제도부터 폐지지하거나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영리법인이란 돈을 벌어야 하는 건데 의료보험 때문에 돈을 못 벌겠다, 건강보험 환자는 받지 않겠다, 그러니 강제지정에서 빼달라 이거죠. 국내 대형 병원들은 당연히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겠죠. 이렇게 큰 둑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겁니다.

대통령이 격찬한 보고서 있잖아요?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비전’이라는 보고서요. 대통령이 보기에 지금까지 나온 보고서 중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격찬한 보고서. 그 보고서는 사실 대통령이 개방을 강조하니까 거기에 맞춰 장밋빛 그림을 그린 거거든요. 거기에 보면 교육 영리 법인 허용, 강제지정제도 폐지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그 보고서를 가지고 공무원들이 토요일 워크숍을 했어요. 그러면 그게 대통령 지침이 되는 겁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유시민 장관이 자기가 그것만은 막는다, 자기가 그것도 모르는 줄 아느냐고 자신 있게 말했거든요. 그거 막으면 의료 부문은 한미FTA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건데, 한번 두고 봐야죠.

– 국내 대형 병원들은 의료개방을 찬성하는 입장이죠.

= 대형병원은 자기들 영리법인 문제 때문에 의료시장 개방을 주장하고 있어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요. 미국 병원 들어오면 삼성, 현대 병원 영리법인화 시켜달라고 할 거고 이 병원들이 건강보험에서 발을 빼버리면 건강보험 다 무너진다고 봐야죠.

삼성, 현대 병원 영리법인화 되면 건강보험 무너질 것

– 이미 민간의보는 부분적으로 도입되어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민간의보를 활성화하려면 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피보험자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금감원은 거기에 수긍하는 듯한 얘기를 흘리고 있거든요. 정부 하는 걸 보면 민간의보 전면도입이나 강제지정제도 폐지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재경부 의도가 실제 그럴 거예요. 교육과 의료는 재경부가 진작부터 개방하고 싶어 했던 거죠. 오히려 금융 부문은 재경부가 직접 손을 대야하는 거니까 개방하기 좀 찝찝했을 거예요. 복지부나 교육부 입장에선……교육부는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교육시장 개방하면 교육부의 통제권이 없어지면서 공교육체계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미국의 영리 교육법인들이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 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더라도 만약 우리나라에서 더 욕심을 내서, 지금 경제자유지대에서 재경부가 그 짓을 하고 있는데, 하버드같은 비영리법인도 여기 들어오면 영리법인으로 허용해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 이래서 예컨대 하버드가 분교가 들어온다, 그러면 다 깨지는 거죠. 연대, 고대 다 역차별 시정 요구하면서 영리법인화를 요구할거고, 그러면 공교육은 다 깨지는 거예요.

– 강제지정제도에 대한 유시민 장관의 소신은 아직 변함없나요?

= 대통령도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확고해요. 내게 그런 마지노선, 그러니까 우리가 절대 지켜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만들어오면 지켜주겠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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