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발적 대북공세 심상찮다
    2006년 04월 02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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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고강도 대북 공세가 다발적으로 잇따르면서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상원은 27일 북한 주민의 정치적 망명 허용을 골자로 한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 재무부는 30일 북한과 거래한 스위스 회사와 개인의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는 30일 “아시아 국가들은 북한을 변화시키도록 조율된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31일 탈북자 문제와 관련, 중국 정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논평을 내놨다.

미국이 내놓고 있는 일련의 고강도 조치들은 6자회담에서 좀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체제전환’의 틀로 접근하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북한 체제전환’ 접근 강화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지난 3월 10일자 기사에서 전현직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행정부는 뭔가 직접적인 응징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6자 회담이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었는데 지금의 전략은 북한을 압박하되 협상 틀은 유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이 협상 틀을 결국 북한의 항복을 받아들이는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런 정책은 회담을 항복 절차에 다름없게 만든다"고 불만을 표시한 국무부 고위관리의 말도 전했다.

미 정부의 안보 관련 각종 보고서에서도 이런 기조는 확인된다.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북한을 폭정국가로 규정하고, 폭정의 종식을 미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핵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단기간 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 국방부도 최근 발표한 ‘4개년 국방계획(QDR)’에서 재래식 무기와 핵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한미간의 군사동맹 강화를 각별히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을 영국, 일본, 호주와 비슷한 수준의 동맹으로 설정하고 있다.

정택상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6자 회담의 성격을 재규정하는 문제까지 거론하는 것을 보면 북한 체제를 바꾸기 위한 ‘변환외교’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심각한 국면"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순성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지금 연성 압박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가늘지만 촘촘한 그물을 가지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6자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이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9.19 공동합의 이후 미국 태도 바꿔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19일에 있었던 북미간 공동합의가 미국의 대북 정책이 공세적으로 돌아서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순성 교수는 "9.19 합의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한숨을 돌린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약점을 찾아내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택상 연구위원은 "미국이 공동합의 후 20시간 만에 위조지폐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국면을 돌려버린 것도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되고 계획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이 내놓은 일련의 강경 조치들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제안보 전문가는 "미 정부의 이런 태도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면서 "미국 내 보수세력 분열에 대한 우려 속에 딕 체니 부통령의 통제력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대응이 변수

미국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한의 체제 변환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북한의 대응이다. 일단 북한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신 현재의 교착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박순성 교수는 "한반도에서 저강도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남북 관계 개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담판을 요구하면서 핵 실험 등을 강행하고 나올 경우 일촉즉발의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순성 교수는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는 북한 지도부의 자금원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북한 지도부의 인내심이 고갈될 경우 험악한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국-6개월만 시간을 달라", "미국-NO"

지난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조치를 자제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대북 강경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은 우리 정부가 6개월의 시한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6개월 후에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도 미국의 대북 공세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제 해결에 우리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갈수록 좁아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미묘한 시기"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서울대 정치학과·외교학과 총동창회의 조찬모임 강연에서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장관이 이날 말한 "미묘한 정세 변화’는 대단히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정택상 연구위원은 "지금 한미관계는 한미FTA, 전략적 유연성, 북핵 문제 등 거의 혁명에 가까운 총체적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북미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접근법은 여러 변수들을 대입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순성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중장기 정책 변화를 읽고 앞으로 어떻게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할지 로드맵을 그려야하는데 아직까지는 정부의 그림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앞으로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숱한 난관이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면서 “그럴 때일수록 일희일비하지 말고 의연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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