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원청의 직접 책임 물어야
포항제철 질소가스 누출 4명 사망
    2018년 01월 26일 06: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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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질소가스 누출로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질식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은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처벌, 유해위험업무의 외주화 즉각 중단 등 안전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전날인 25일 오후 4시경 노동가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포항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숨졌다. 사망한 노동자는 20대 청년을 포함해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다.

지난 5년간 포스코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는 무려 7번에 달한다. 2013년 노동자 2명이 사망한 질식사고부터 2014년 폭발사고, 2015년 가스배관사고 등이 일어났다. 사망 노동자 대부분이 하청노동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일단은, 원청인 포스코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포항제철소 내 40개 공장에 다수의 감독관과 전문가를 투입해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특히 원청과 하청의 안전보건관리체계와 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감독할 계획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26일 오전 열린 포항제철소 현장브리핑에서 “포스코는 공장 내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집단으로 사망한 산재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어떤 이유로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재해 원인을 신속히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을 엄격히 적용해 원·하청업체 누구라도 책임이 있다며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포스코에는 CEO가 직접 나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예방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위험의 외주화 방지 방안의 입법화 등 산재사고 예방대책도 조속히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송화면

반복되는 하청노동자 산재사고…원청 책임 안 묻는 하청구조 사라져야

앞서 현대중공업에서도 이틀 사이에 하청 노동자를 포함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작년 한해에만 17명이 사망한 타워크레인 사망, 삼성중공업에선 노동절에 6명이 사망했다. 이 밖에 철도정비 보수 노동자, 인천공항 주차관리 노동자, 환경미화원 등 모두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계는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이 현재의 불합리한 하청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청노동자 안전사고가 벌어져도 원청은 자신들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으나, 정부는 이러한 하청구조를 근절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동일 사고에 대해 노동부는 작업허가서, 원청의 책임강화 범위에 밀폐작업 추가 등의 대책을 내 놓은 바 있다”며 “그러나 하청구조가 그대로 온존하는 한 이러한 대책은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이 다단계로 진행되면서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노후장비가 아닌 현장에서도 죽음이 이어졌지만, 정부 대책에는 기술적 대책과 더불어 원청의 총괄책임 강화 내용만 있을 뿐 설치해체 도급을 금지하거나 다단계를 줄이는 대책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환경미화원 안전대책에도 정부는 민간위탁용역에 대한 직접고용 대책은 제외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에서 “불과 3일전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수를 2016년 기준 969명에서 2022년까지 절반 수준인 500명 이하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것을 나열하는데 불과했고, 산재 사망사고는 또 다시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대통령과 정부가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대통령 산하 ‘노동자 산업재해 예방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대통령이 직접 산재사망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청노동자 노조활동 보장 필요

노동계는 이번 사고 조사를 비롯해 산재 예방을 위해 하청노동자의 노조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포스코는 사내하청노동자에게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을 주겠다고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기업”이라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살인기업’이자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 또한 “포스코는 기존의 재벌 대기업처럼 ‘앞에서는 사죄, 뒤에서는 외주화 확대’의 행태를 반복하지 말고, 유해위험업무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하는 구조적 개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하청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하청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당사자인 하청 노동자를 배제한 사고조사는 ‘노동자나 하급 관리자에게 뒤집어씌우기’ 숫자에 불과한 법 위반 적발과 기술적 대책으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포스코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감독 및 처벌은 물론 사고조사 과정부터 대책 마련까지 하청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 책임 강화의 실질화를 위한 하청 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위 참여 등 예방활동 참여 보장을 법제화 등도 요구했다.

‘기업살인 처벌법’ 제정 촉구 목소리 다시 높아져

‘기업살인 처벌법’ 제정의 필요성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하니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굴던 재벌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런 말이 없다”며 “자기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외주, 하청이란 이유로 책임을 미루기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김종훈 의원은 2016년에 ‘산업안전보건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기업살인처벌법)’을 발의한 바 있다. 원청 사업주에 대한 최대 징역 7년에 달하는 강력한 처벌과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과징금을 물도록 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김 의원은 “재벌대기업이 사업장의 안전 조치를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중대재해로 인한 노동자의 사망으로 인한 비용과 비교하며 더 값이 싼 선택을 해왔기 때문에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징금을 물리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비용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논의해주길 바란다”며 “2월 임시회에서 기업살인처벌법이 반드시 논의되어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 본부도 논평을 내고 “위험업무의 외주화가 만든 비극”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나지 않도록 원청과 하청을 구분하지 않고 책임자에 대해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본부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 원하청을 막론하고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심상정 전 대표가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포스코가 자랑하는 매출액 60조원의 성과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청으로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와 이에 따른 후진적 산재사고 등 노동자의 참혹한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에는 귀 닫고 노동자의 안전에는 눈을 가리고 만든 성과라면 포스코의 행위는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의 책임자인 살인기업 포항제철소 외주업체 TCC한진과 포스코의 대표를 즉각 구속하고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사업장의 원청 사용주를 처벌하는 법안은 그동안 다수의 의원들에 의해 발의돼왔다. 그러나 본회의 문턱을 넘기는커녕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 한 번 된 적이 없다.

민주노총은 “국회는 도급금지, 원청 책임 및 처벌강화와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 철도안전법,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법안 발의에만 그치는 국회의 ‘생색내기’ 태도가 반복되는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민주노총은 “사고 때 마다 말잔치를 쏟아내는 정치권이지만, 정작 국회 에서는 외주화 금지나 원청 처벌 강화 법안을 단 한 번도 우선처리 법안으로 다룬 적이 없다”며 “이런 현실에서 사고 때 마다 언론용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대책을 운운하는 재벌 대기업은 결국 처벌에서 빠져 나가고 위험의 외주화를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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