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제적 종교’ 바꿀 때
‘녹색국민소득’이라는 새 지표 필요해
[책소개] 『자연자본』 (제프리 힐/ 여문책)
    2018년 01월 20일 12:32 오후

Print Friendly

지난 수십 년 동안 제프리 힐이 개척한 환경경제학이라는 분야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환경경제학이 던지는 질문은 기후변화, 가속화하는 생태계의 소실, 개발도상국의 급속한 산업화 같은 위협 때문에 점점 더 긴급한 해결을 요한다.

그는 학계와 현장을 이끌어온 경험뿐만 아니라 녹색기업가, 환경운동가, 정부기관과 글로벌 기업의 자문 등 평생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호해야 함을 명확하게, 열정적으로 설파한다.

그는 경제학에 정통한 이들은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사람 모두에게 공유지의 비극이나 무신경하게 배출하는 공해 등 자연을 훼손하고 유린하는 경제학적 일상적 긴장관계의 근원을 파헤쳐 알기 쉽게 들려준다.

이러한 파괴는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환경뿐 아니라 기업에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가루받이, 물 순환, 해양과 삼림 생태계 등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자연의 혜택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과소평가해온 탓이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난감한 현실을 구체적이고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조감한 후, 제프리 힐은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입증된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해결책은 자연을 단순한 외부 ‘환경’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본’으로 인식하고 경제활동에 따른 모든 계산에 자연자본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과 기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닥치기 직전이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는 환경과 경제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하고, 환경과 경제를 조화롭게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룰 것인가?

현재 우리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동안 대기오염을 대부분 중국발 공해 탓으로 돌려왔지만, 실제 국내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도 상식이 되었다.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와 함께 세계 최악으로 꼽히며, 경기도는 대기오염 물질 수준 1위, 전남은 미세먼지 수준 1위, 충남은 초미세먼지 수준 1위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전국적으로 대기오염이 점차 심각해져가고 있다. 황사마스크와 공기청정기의 판매량 급증이 이를 잘 보여준다.

누군가의 행동이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 용어로 ‘외부비용’이라고 한다. 공장이 공기를 오염시키면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모든 사람이 비용을 치르게 된다. 금전적 형태는 아니더라도 건강상의 질환, 불편, 고통 등이 야기한 생산성 저하도 비용으로 환산해야 한다. 외부비용이나 편익을 초래하는 일련의 과정을 ‘외부효과’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공해는 외부비용을 초래하는 외부효과’인 셈이며,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외부비용을 치르며 살고 있는 것이다. 오염을 유발하는 쪽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만들면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오염자 부담 원칙’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늘 성장과 번영에 대한 논쟁을 수반한다. 많은 사람이 환경을 보호하는 데는 일정한 불편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돈까지 들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자연환경은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당장 자기 눈앞의 이익과 결부될 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어느 경우든 후손들에게 암울한 미래를 물려주게 된다.

환경경제학의 선도자인 제프리 힐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를 부유하게 만들면 만들지 가난하게 만들지 않으며, 환경보호는 경제성장과 충돌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다고 단언한다. 1990년대 이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자연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중요성을 깨닫게 된 지는 이제 겨우 15년 남짓이다. 그전까지 자연은 그냥 멋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아쉬울 것은 없는 그런 대상이었을 뿐이다.

이제 인류의 삶에 자연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충분히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 연유로 제프리 힐은 자연환경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임을 강조하고자 ‘자연자본’이라는 용어를 제시한다.

우리의 경제체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환경을 자본의 한 형태로 다루어야 하며, 자연자본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이라는 것과 자연환경이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은 새로운 것이다. 환경과학에서 나온 ‘생태계 서비스’라는 개념은 자연자본의 개념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중요한 기반이다. 자연자본이 인류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수단이 바로 생태계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정신세계를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존재로 자연을 받아들이는 대신 필수불가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의 집합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자연에 대한 인식은 급진적으로 바뀐다. 자연이 만들어낸 미학적 정신적 가치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경제적 가치는 구체적인 현실이다. 따라서 자연자본을 다른 경제적 자산과 동일선상에서 인식한다면 자연은 무분별하게 파괴해버릴 수 없는, 당연히 보호하고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은 대부분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다. 위에서 살펴본 산소만 해도 그렇다. 따라서 환경보전이 경제적 성공과 상충되는 사치라는 보편적 인식은 거짓이다. (170쪽)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의 기반

제프리 힐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결코 상충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처한 심각한 환경문제를 먼저 살펴본다. 죽음의 바다, 수산물 남획과 산호초 파괴, 습지 개간, 항생제 내성, 오존층 파괴, 산성비 등 여섯 가지 사례를 조목조목 다루면서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외부효과를 점검해나간다.

흔히들 바다를 오염시키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기름유출이라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농업용 비료가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에서 세계경제가 어느 정도로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공유자원 문제를 겪고 있는 분야인 어업의 경우, 어선별로 잡을 수 있는 어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의 절반 가량을 버려야 하는 부수어획의 문제가 얼마나 비극적인지도 지적한다. 그런 다음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네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외부비용과 오염자 부담 원칙, 공유자원과 남용의 문제, 번영의 기본 요소인 자연자본, 그리고 자연자본의 변화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이다.

처음 도입되던 1970년대만 해도 환경단체조차 우호적이지 않았던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 잘 반영된 제도로서 현재 공해를 통제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남아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시행 중인 유류세 또한 (외부효과에 대한 기본 개념을 수립한 경제학자 피구의 이름을 딴) ‘피구세’의 일종인데, 그 수익으로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사회보장에 이용하면 폭넓은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 행동주의’도 상당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하버드 대학에서 행한 실험을 보면 소비자들은 공정무역 등 외부비용이 낮은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기 산업시대를 살아가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발전시설이다. 저자에 따르면 수력발전은 시간당 1킬로와트의 전기를 만드는 데 2~5센트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석탄발전은 6센트 이상, 원자력발전은 10센트 이상이 들어간다. 노르웨이에서는 99퍼센트 이상의 전기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고, 스웨덴 역시 노르웨이만큼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의 전기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소중한 자연자본의 뒷받침으로 깨끗한 환경과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 역시 지구의 물 순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의 한 측면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정말 중요한 자연자본 가운데 꿀벌 같은 가루받이 동물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복합 생태계 구조물에서 2년간 여덟 명이 자급자족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지를 실험한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의 실패를 통해 그 중요성이 극적으로 입증된 가루받이 동물의 자산가치는 무려 14조 달러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정부가 추산한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기준으로 할 때 전 세계의 숲은 2,620억 달러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온실가스 가격으로 계산하면 그 가치는 두 배 이상으로 뛴다. 이 모두는 자연자본이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입증한다.

다이아몬드와 물의 역설

우리 눈앞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와 1리터짜리 물병이 있고 둘 중 하나를 가져가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당장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은 비싼 다이아몬드를 선택할 것이다. 수백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보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 물은 공짜인데, 쓸모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다이아몬드는 왜 그리도 비싼지 곤혹스러워했다.

19세기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제학자였던 앨프리드 마셜Alfred Marchall이 내린 대답은 이러하다. 물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지만 다이아몬드는 원하는 만큼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을 더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없으므로 물은 공짜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얼마든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다이아몬드-물의 역설’이며,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는 높은 가치를 지닌 자연자본이 상업적으로는 낮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렇듯 자연자본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과 자연자본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경제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존이 걸린 선택이라면 당연히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연자본을 희생한들 미래를 보장받을 수는 없다. 미래는 당장 우리 후손들의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00년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현상이다. 20세기에는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태워 눈에 띄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 질적으로 전혀 다른 변화를 초래할 상황에 빠져 있다. 앞으로 수십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세계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멸종의 속도도 역사적으로 선례가 없다. 우리는 물적 자본, 금융자본, 인적 자본 등 어떠한 형태의 자본으로도 자연자본의 모든 측면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광물자원은 자산에 불과하다. 광물자원이 보유국에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시장에서 부를 창출해주는 것이다. 알래스카, 노르웨이, 보츠와나처럼 부를 축적해 광물자원의 고갈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숲이나 산호초 같은 생태계는 자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태계는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뿐더러 금융자산이나 물적 자본으로 절대 대체할 수 없다.

이제 경제적 종교를 바꿀 때가 되었다

제프리 힐은 그동안 우리가 여태껏 엉뚱한 신을 숭배해왔다고 말한다. 거의 맹목적으로 ‘GDP 성장률’에만 매달려왔다는 것이다. 이제 힐의 말대로 ‘경제적 종교’를 바꿀 때가 되었다. 범죄율 증가나 태풍의 피해를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계산하는 통계 시스템이 있을까? 여러 곳에서 지금도 정확한 잣대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는 무엇보다 성장을 국민의 복지와 밀접하게 연관 지어 측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모델을 재검토하기 위해서는 GDP(국내총생산) 대신 자연자본의 변화를 계산할 수 있는 더 나은 잣대를 찾아야 한다. 힐은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진 GDP의 대안으로 NDP(국내순생산),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DI 등을 다각도로 적극 활용할 것과 인간의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소득 측정에 반영하는 ‘녹색국민소득’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시한다. 이는 물론 더 정교한 연구와 합의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세계가 날로 좁아져가는 만큼 복지를 총체적인 성장률에 반영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시장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세상과 동떨어진 사회주의 사상도 아니며 불필요한 규제나 세금을 도입하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경제체제를 애덤 스미스의 이상적인 원칙으로 돌려놓는 변화가 될 것이다. 경쟁시장 구도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비로소 분명히 드러난 문제들을 수정하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적 이유로 아직까지 대처하지 못했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란 현재의 경제체제를 산업시대와 후기 산업시대의 현실에 맞추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278쪽)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