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민심으로 돌아가자
    비정규직 오·남용 적폐 청산의 과제
    [노동자 내전·갈등⑥] 정규직 전환의 단계적 접근
        2018년 01월 16일 10: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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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정규노동》 제128호(2018.01)에 게재되는 원고임을 밝히며, 게재를 허락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감사를 드린다. <편집자>

    촛불 민심과 문재인 정부 출범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 민심은 새로운 사회질서를 외쳤고, 마침내 국가권력의 교체를 이루어냈다. 그렇게 촛불 민심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제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고, 이틀 뒤 비정규직 남용 사업장으로 악명 높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전격 방문하여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것은 ‘상시적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천명한 대선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지난 1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숙원 사항이기도 했다. 우리는 촛불 정부의 촛불 대통령을 보았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 vs ‘정규직 전환 제로’ 정책

    이제 문재인 정부는 2년차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의 기대, 우리의 환호는 아직 유효한가? 아니면 촛불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과 약속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 대선공약은 이미 포기되었는가?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석 과반 미달의 구조적 제약을 안고 출범했기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부터 실시하여 모범사용자 전형을 수립하며 사적 부문으로 확산하는 전략은 합리적 선택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 상시적 업무의 규모를 20만 명 수준으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 7만 명 정도를 1차 년도 계획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1차 년도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실적은 목표치의 1/3 수준을 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주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문제 토론회에서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수립된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를 정규직전환 거부위원회로 성토하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정규직 전환 제로’ 정책으로 명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7년 촛불집회 1주년 노동자 집회 모습(사진=공공운수노조)

    자회사 방식은 대통령에 대한 도전

    지난 7월 20일 관계부처합동 명의로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외에 자회사 정규직 고용 방식을 제시했다. 자회사 방식은 노무제공자를 사용 기관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제3자가 고용한 인력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간접고용 비정규직 고용형태다.

    자회사 방식은 인건비·관리비를 절감하기는커녕 자회사의 이윤과 관리비용 등 추가적 거래비용만 추가하는 방식임을 가이드라인도 인정하고 있다. 자회사 방식은 사용자-고용주 불일치의 삼각 고용관계로 10년 이상 불법파견 문제로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KTX 여승무원 사례에서 보듯이 코레일 자회사들에서 그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 방식은 업무의 상호연결성이 높은 망(network) 산업에서 하나의 체계로 통합된 업무들 가운데 일부 업무를 외주화함으로써 업무 간 연결고리를 약화·단절하여 위험을 생산할 수 있음은 서울지하철의 스크린도어 관련 산재 사망사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자회사 방식의 주요 논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라는 점에서 자회사 방식에는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은 물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까지 동시에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도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자회사 방식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제3의 카스트를 도입하는 것에 불과하며, 어떠한 실익도 없이 사용자 책임 기피 의도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악용하는 관행을 고착시키는 효과를 수반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공공부문의 상시적 업무 담당자들을 모두 직접고용 정규직이라는 단일 고용형태로 통합하겠다는 원칙을 표명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가이드라인의 자회사 방식은 정부의 모범사용자 역할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훼손하는 중대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정규직 기득권 세력의 저항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발목을 잡은 것은 가이드라인의 자회사 방식뿐만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실현하기 위한 상시적 업무 담당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정규직 전환 제로’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계기는 지난 9월 9일의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 결정이었다. 동 위원회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의 무기계약직 전환도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화, 알고 보니 정규직화 제로화’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정부는 7월 20일 가이드라인에서 초·중등 교육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 등 타 법령 조항들의 상이한 고용 기간 설정을 이유로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교육부가 8월 8일 서둘러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전향적 정책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었고, 가이드라인의 정규직 전환에서 예외 사유로 분류되었던 비정규직 교사·강사들도 정규직화 혹은 무기계약직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정규직 교사들은 ‘비임용 출신은 정교사가 될 수 없다’며 비정규직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전방위적 반대 행동을 주도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규직화 전환 반대 서명운동을 조직했고, 예비교사들도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을 공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매도하며 가세했다. 결국, 교육부의 전환심의위원회는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교육부문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거부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가이드라인과 동일한 논리가 거부 결정 사유로 제시되었다.

    교육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은 정규직 교사와 예비교사들의 적대적 행위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정규직과의 관계는 우호·협력의 관계에서 적대적 관계로 급전했다. 정부에 의한 희망고문의 후과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육현장에서는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이 학생들로부터 “선생님, 우리한테 잘 보이셔야 합니다” “평가를 잘 받아야 재계약되지요”라는 모욕적 언사까지 들으며 인간적 모멸감을 견뎌내야 하는 반(反)-교육적인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촛불 민심에 화답하는 단계적 접근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그렇게 성과 대신 폐해만 남기고 첫 해를 마무리했다.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은 자회사 방식의 가이드라인과 정규직 기득권세력의 저항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놀라운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 담당 주체들의 위기의식이 박약하고, 일부 부처 관계자들이 대선공약 유린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국가기관의 2017년 5월 국민여론 조사에서 공공부문 상시적 업무 담당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찬성하는 비율이 유효응답의 81%로 나타났다고 한다. 적폐 청산을 촉구한 촛불 민심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가 확고부동함을 확인해 준다.

    피고용자의 절대다수를 점하는 확대일로의 비정규직 규모와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등 노동조건 양극화 현상은 비정규직 오·남용 관행이 빚은 노동시장의 최대 적폐다. 비정규직 문제 악화에 책임을 져야 할 기득권세력들이 자회사 방식과 채용 절차를 운운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는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기 비정규직 사용 유연성 극대화 추세에 편승했던 세력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적폐 청산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갈망하는 국민여론과 촛불 민심을 담은 대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방안은 자명하다. 공공부문부터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천하며 모범사용자 역할을 바로 세워야 한다. 비정규직 가운데 사용자의 의무·책임을 기피하기 위해 악용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부터 최소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대선공약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회사 방식은 즉각 폐기하고, 노동시장 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촛불 민심에 화답하는 비정규직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우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두 단계의 단계적 접근을 제안해 왔다. 첫 단계에서는 상시적 업무 담당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인사관리체계의 점진적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이해당사자·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진행하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합적 동의는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하며, 현재의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 이해관계자도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동의를 지향해야 한다. 사회적 협의 과정은 취업절차의 공정성 결여라는 문제제기가 일정 정도 타당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노무제공자의 근속은 업무수행 능력의 형성 과정인 동시에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근속년수는 두 번째 단계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선별 기준에서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앞 회의 글 [노동자 내전·갈등⑤] 고졸 정규직 청년과의 대화

    필자소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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