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카드사들 "시민보다 돈이 중요하다"
        2006년 03월 27일 04: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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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27일)부터 후불제 교통카드를 운용하고 있는 BC카드의 교통카드발급(신규·재발급)이 전면 중단됐다. 후불제 교통카드의 신규·재발급 서비스의 중단은 지난 10일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LG, 국민에 이어 BC가 4번째이다.

    작년 말부터 수수료 책정 문제를 놓고 한국스마트카드와 신용카드 8사간에 불거진 갈등으로 인해 우려됐던 ‘교통카드 대란’이 카드사간의 서비스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인 올 3월부터 본격화됐다.

    이에 대해 서울 YMCA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수도권을 합쳐 약 2000만명의 시민들의 발목을 잡는 후불교통카드 밥그릇 싸움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BC카드가 신규·재발급 서비스를 중단한 27일 진행한 거리 캠페인에서 “시민교통권 안중없는 카드사와 한국스마트카드(KSCC), 서울시의 밥그릇싸움에 레드카드를 보낸다”면서 “더 많은 시민불편이 야기되기 전에 각 주체가 협상타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0.5% 수수료 가지고는 운영이 불가능”

    작년 말부터 불거진 KSCC와 신용카드사간의 갈등은 수수료율 때문이다. KSCC는 현재까지 후불 교통카드 서비스 제휴를 하고 있는 각 카드사로부터 후불 교통카드로 책정되는 수수료의 1.5% 중 1/3인 0.5%의 수수료를 배당받아왔다.

    KSCC측은 작년 말 각 카드사에 기본적인 관리비용으로도 턱없이 모자란 현 수수료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추가 관리비 3,800원에 후불 교통카드 수수료 1.5%를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KSCC가 후불 교통카드 수수료로 받은 0.5%의 총액은 약 60억원. 이들은 현재 T머니 카드로 운용되고 있는 선불 교통카드 수수료(1.65%, 약 120억원)에 비해 신용불량 카드 정보 입력 비용 등 추가 관리비가 소요되는 후불 교통카드 운용에 골머리를 썩혀왔다고 주장했다.

    KSCC 전략기획팀 황성민 과장은 “애초 신용카드사와 협의한 수수료율은 현재의 0.5%가 아니었다”며 “제휴를 맺고 있는 7개 카드사가 모두 우리(KSCC)의 주주들인데, 은행대출 받기 위해 필요한 주식담보를 0.5%의 수수료율을 받아야만 허가를 해주겠다는 카드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3만대에 달하는 단말기 관리와 신용불량 카드 정보 입력 등 추가 관리비용은 0.5%의 수수료를 받아서는 도저히 운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은 우리 입장으로선 매우 안타깝고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삼성·신한 카드와 좋은 마무리를 짓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십억 추가 비용 요구하려면 근거자료 먼저 제시해라”

    한편 지난 22일 협상시한을 극적으로 연기해 서비스 중단을 막은 신한카드측은 “(KSCC측과)서로 이해할만한 타당한 수수료가 제시되어 협상이 타결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이번 달 말까지 협상시한을 연기한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다음달부터 서비스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 상품개발팀 이재영 과장은 “KSCC가 작년 말에 요구해온 연관리비(3,800원)와 1.5%의 수수료율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면서 “KSCC의 요구에 따른다면 연간 몇십억의 추가 비용이 지출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몇십억의 추가 비용을 아무런 근거 자료없이 이런 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면서 “일단 서울시의 중재안을 기본안으로 KSCC와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지난 3월 20일 이후로 KSCC와 공식적인 협상시한이 만료됐지만 삼성카드와 더불어 이번달 말까지 비공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15일 KSCC로부터 서비스 중단 공문을 받고 몇차례 협상기한 연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원에 협상 연기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KSCC가 이번달 말까지 시한을 연기하자 가처분 신청을 취하한 바 있다.

    “BC, LG카드는 아직 협상시작도 안했는데…”

    한편 27일로 교통카드 신규·재발급 서비스를 중단한 BC카드와 KSCC의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낸 LG카드에 대한 KSCC의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현재 카드발급 서비스를 중단한 카드사는 모두 아직 KSCC와 계약기간이 3개월 이상 남아 있어 협상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것이 KSCC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이들 카드사의 서비스 중단 ‘시점’을 놓고 이들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 협상을 진행중인 타 카드사에 압박을 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국 피해자는 누구?

    KSCC와 각 카드사의 수수료를 둘러싼 공방은 이번 달 말 삼성·신한카드의 협상이 어떻게 풀리느냐가 관건으로 남아있다.

    KSCC는 삼성·신한카드와 협상이 끝나면 외환카드와의 협상에 바로 들어갈 예정이고 오는 5월부터 국민·현대·LG·BC카드와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신한카드와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 이들의 협상안을 근거로 타 카드사와의 협상도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각 당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이들의 수수료 공방으로 인해 서울·수도권 약 2,000만 시민들의 교통권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달까지 후불 교통카드를 이용했다던 공석진씨(24세·영업직)는 교통카드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공문을 보고 2,500원의 추가 수수료를 내면서 선불 교통카드로 바꾸는 불편을 겪었다.

    공씨는 “(선불 교통카드는)쓰다보면 언제 돈이 떨어질지 몰라 항상 잔액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평소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데 교통카드 체제가 왔다갔다 하니 짜증이 난다”고 역정을 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수도권 버스의 서울진입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되는 등 시민들의 교통권을 담보로 불거지는 각종 논란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에 표적을 맞췄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후불제 교통카드 서비스 중단사태를 놓고 “KSCC 지분의 35%를 확보한 최대주주인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데도 강건너 불구경하기에 급급했다”면서 “비난여론이 일자 뒤늦게 KSCC의 손을 들어주는 중재안을 내놓는데 일관한 서울시는 당장 시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서울시와 KSCC는 정산 수수료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경영적자 원인을 당장 공개하고 차후 비용절감을 위한 자구 계획부터 밝히라고 강조했다.

    서울 YMCA도 “BC카드 등도 계약기간 만료 전에 신규, 재발급을 중단하는 행위는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면서 “작은 이익에 매몰되어 다수 소비자들의 약속을 팽개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YMCA 서영경 신용사회운동 팀장은 “각 카드사간의 협상 타결 경과를 보면서 타결되지 않을 경우 가두 캠페인 및 대국민 서명운동, 소비자 민원접수를 받을 예정이며 신규·재발급 서비스를 중단한 회사들의 담합의도에 대한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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