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에너지전환 계획은 없다
[에정칼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의지 박약 비판
    2017년 12월 18일 09: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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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가 지난 14일, 2031년까지 앞으로 15년 동안 진행될 발전 설비 변화를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을 확정해 국회 통상에너지 소위에 보고했다. 문제인 정부의 탈핵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의 천명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어떠한 내용이 담길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계획이다.

큰 윤곽만 보자면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7차 전력수급계획 전망보다 12.7GW 줄어든 100.5GW가 될 것으로 전망하여 전력수요 증가폭 하락을 확인한 것과 함께, 현재 발전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원전 업계와 경제신문들은 대책 없는 탈핵 탈석탄 정책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과감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미사여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장기 전망에 대한 판단과 입장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당장 현 정부의 임기 동안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하여 5기의 핵발전소가 완공되거나 건설이 진행되게 되고, 지난 5월에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원점 재검토까지 이야기되었던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도 9기 중 2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생했다는 점을 보면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절대적 설비량이 급증하는 것이 분명하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 없이 행정절차가 지연되어 왔던 삼척포스파워마저 회생 대상 석탄화력 계획에 포함되어 더욱 큰 갈등마저 예고되고 있다.

그나마 노후한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영덕과 삼척에 건설이 추진되었던 4기를 포함하여 6기의 핵발전소가 계획에서 제외된 점, 신규 및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중 6기가 LNG 발전으로 전환된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노력한 결과라기보다는 그동안 각 지역 주민과 환경운동 조직들이 지난하게 싸워온 결과를 확인한 것, 즉 정부가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 보는 게 실상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전력설비 확충에만 열을 올렸던 과거 정부 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변론이라면 그것은 에너지전환을 너무도 안일하게 이해하는 태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오히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은 총 발전설비 증설과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의 확충 계획에도 불구하고 22% 대의 전력예비율 고수, 그리고 당분간 전력요금 인상은 없다는 정부의 공언이 결과적으로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로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은 한발 혹은 두발 제동이 걸리고 후퇴한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 포항 지진으로 핵발전소 증설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졌고 사용후핵연료 처분 계획도 거의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를 벌충할 보다 적극적인 세부 계획과 대책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보완이 됨직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아니 확실히,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의 구체적인 의지가 박약한 탓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갈등과 인기 없음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정책 전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탓이다.

실제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세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왼손과 오른손이, 머리와 발이 따로 노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환경성을 높이고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한다고 하면서 LNG 발전을 늘린다고 하지만, 정작 LNG 발전량은 연평균 1.9% 정도 증가하여 2030년에 18.8%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나온다. LNG 발전의 가동률을 급격히 높이면 연료가격 차이로 인해 조만간 예상될 수 있는 전력가격 상승 부담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경제급전 대신 환경급전으로 방향을 전환한다고 했지만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 하나, 별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번 계획에는 총 2000MW에 달하는 3기의 양수발전소 신설이 포함되어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원에 대한 백업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인데, 입지 갈등을 잘 예방해야 하겠지만 그 자체는 필요한 설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전력예비율 목표 자체를 낮추지 않는다면 이 양수발전소 신설은 설득력이 반감되고 말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20%, 총 설비용량을 58.5GW까지 늘린다는 목표는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공급 계획 비중에서 미미하고 실제 전력수급에서 정책적 비중은 더욱 부차적이다. 핵발전과 석탄화력 같은 경직성 에너지원과 간헐적이지만 유연한 재생가능에너지 및 백업 에너지 설비를 모두 살리고 가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경직성 전원들의 ‘기저발전’ 지위는 위협받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이 안일한 계획의 이유는 무엇일까? 가보지 않은 불확실한 에너지전환의 행로에 따르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70%대 박스권을 유지하는 정권 지지율도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높은 지지율을 흔들 수 있는, 반대가 높거나 정부가 부담을 져야 하는 골치 아픈 정책은 일단 배제하고픈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에너지전환도 박스에 갇히고 마는 것은 아닐까?

아직 기회는 있다. 신고리 5,6호기 이후 신규 핵발전소 계획도 없기 때문에 15년 단위의 전력수급 계획은 사실 결정적인 중요성이 없어지기도 했거니와 내외의 여러 에너지 상황 변화를 고려하는 중단기 보조 계획들이 요구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포함하여, 내년에 수립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효율화 사업 계획과 전력요금 및 세제 개편이 진정한 에너지전환을 촉발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어느 나라든 평온한 에너지전환은 없다는 것이고, 한번 두 번 떨어뜨린 바통을 다시 주워서 달리기 위해서는 더욱 큰 힘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부와 대통령의 선의보다 앞에 있는 진실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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