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에너지효율 개선, 2010년에 멈춰?
[에정칼럼]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탈동조화
    2017년 12월 11일 08: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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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통상적으로 GDP)은 에너지수요를 증가시키고,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에너지수요가 증가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경제성장이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감소한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상상조차 금기시된다. 그렇기에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탈동조화(decoupling)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 세계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GDP당 에너지소비와 에너지소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것이다. 에너지원단위(또는 집약도)로 표현되는 GDP당 에너지소비는 경제구조와 에너지효율 수준을 포괄한다. 그리고 에너지소비당 온실가스 배출량 원단위는 경제 전반의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의미한다.

에너지원단위를 낮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제조업 비중이 감소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되는 등의 경제구조가 변화하면 에너지원단위가 낮아진다. 또 경제구조의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제조업의 공정효율 개선 등을 통해 해당 업종의 에너지효율이 개선되면 에너지원단위가 감소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원단위를 줄이는 방법은 석탄 화력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등 전원믹스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기후정책은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원단위를 줄이는 전원믹스 개선에 집중되어 있고, 에너지원단위를 낮추는 정책은 거의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전체 최종에너지소비 중 62.5%(2015년 기준)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시행 3년을 맞은 배출권 거래제는 올해 초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 개편 및 소관부처 이전, 할당계획의 변경, 배출권 가격 상승 등으로 산업계에 휘둘리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시행 초기 과다 할당된 배출권은 산업계에게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보다 정부 로비 및 몽니가 더 효율적이라는 학습효과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제조업 에너지원단위 추이. 자료: 국가에너지통계정보시스템

이러한 의심의 근거는 제조업의 에너지원단위(천TOE/백만원)가 2010년 이후 정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초기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우리나라 주요 업종의 에너지 효율 국제비교’를 통해 철강, 정유,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제지업종의 에너지효율이 세계 최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교시점이 모두 2010년 전후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한 업데이트된 자료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2010년 이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7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경우 에너지효율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10%의 높은 개선 효과를 나타냈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에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에너지효율 향상 효과는 한국보다 높았고, 특히 중국의 경우 2008년 이후 개선 효과가 크게 증가했다.

주요국가들 에너지효율 개선 추이(IEA(2017), Energy Efficiency 2017)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핵심적인 방안이 에너지효율 향상이다. 파리협약에서 결정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효율의 기여는 재생에너지와 연료 전환을 포함한 신기술 보다 더 높게 전망된다. 에너지효율 향상 없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이미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산업부문의 에너지효율 개선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비중이 높은 것이 구조적인 한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전원믹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저탄소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해야만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peak)을 달성하고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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