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불법 매각 단서 확인
    2006년 03월 21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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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청와대와 재경부 등 정부가 깊숙히 개입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정부는 재경부, 금감원, 청와대, 외환은행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밀 대책회의를 열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취득 시나리오를 직접 계획하고 관련 법률도 직접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정부의 직권남용 및 불법매각 논란이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비밀 대책회의’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도 확인돼 일각에서 제기해온 ‘론스타-관료 유착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3년 7월 중순 ‘비밀 대책회의’,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기획하다

지난 19일 ‘KBS스페셜’ ‘전격해부-외환은행, 왜 론스타에 팔렸나’ 프로그램에 따르면 정부의 외환은행 최종 매각 승인이 있기 두달 전인 2003년 7월 중순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재경부 관계자, 금감위 관계자, 외환은행 관계자, 매각 주간사 관계자,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밀 대책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가 매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외환은행 인수의 걸림돌인 론스타의 자격 문제의 처리 방향에 대해 가닥을 잡았다.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규정해 은행법상의 예외규정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쪽으로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었다.

당시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재경부의 변양호 금융정책국장, 추경호 은행제도과장, 금감원의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 유재훈 은행감독과장, 청와대의 주영환 행정관, 외환은행의 이강원 행장, 이달용 수석부행장, 모건스탠리의 신지하 전무, 자문 변호사 2인 등 모두 10인이었다.

"도장값을 받아야 한다"

‘비밀 대책회의’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관료들의 금전적 보상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김석동 당시 감독정책1국장(현 재경부 차관보)은 "빨리 처리하기 위한 도장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와 관련, "외환은행 매각이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자격없는 펀드에 은행을 넘기면서 ‘투기자본은 막대한 돈을 벌고, 관료와 은행 경영진은 도장 값을 챙기고, 변호사와 재정자문사의 엘리트들은 자문료 명목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3각 먹이사슬’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 회의 자리에 참석한 전원에 대한 즉각적인 검찰조사 및 압수수색, 출국금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도 보도자료를 통해 "김차관보가 비밀대책회의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도된 ‘빨리 처리하기 위한 도장 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대가성 금전이라면 그 금액이 얼마이고 누가 그 대상자였는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밀 회의’ 이후 8-9% 수준이던 외환은행 BIS 비율이 6.2%로 급락하다

금감원에서 BIS 비율을 산정하는 부서는 ‘실무검사국’이다. 2003년 7월 직전에 ‘실무검사국’이 산출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8-9% 수준이었다.

그러나 ‘비밀 대책회의’ 이후 BIS 비율을 산출하는 부서가 ‘실무검사국’에서 ‘상시감시2팀’으로 갑자기 바뀌게 된다. 그와 함께 BIS 비율 산출 방법도 바뀌었다. 이른바 손실경험률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손실경험률을 적용하면 BIS 비율을 산정할 때 이전 3개년의 손실율을 추가로 반영하게 된다. 과거의 손실률은 현재 BIS 비율에 이미 반영되어 있는데 중복 적용하는 납득할 수 없는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그래서 나온 수치가 BIS 비율 6.2%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외환은행은 부실은행이 됐고,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매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심상정 의원실 이채환 보좌관은 "현행 은행법상 은행의 인수 자격인 ‘은행 또는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지 않는 론스타펀드에 외환은행을 ‘편법매각’하기 위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5000억원 증자계획이 1조4000억원 매각계획으로 바뀌다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의 경영사정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당초 경영진은 5000억원 증자 계획으로 대상자를 물색중이었다. 대략 그 정도면 위험을 방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던 것이다.

그러던 중 론스타펀드의 스티븐 리가 외환은행 경영진을 먼저 찾아왔다. 5000억원 증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5000억원 증자 협의는 1조4000억원 매각 협의로 바뀌었다. 

5000억원 증자 협의가 1조4000억원 매각 협의로 바뀌는 시점에 앞서 말한 ‘비밀 대책회의’가 있다. 비밀 대책회의’의 결정 이후 외환은행의 부실 추정 규모가 커지면서 5000억원 증자로는 충분치 않게 됐고, 결국 1조4000억원에 매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매각 속도내는 론스타

2003년 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론스타는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불법 매각 및 탈세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매각을 더욱 서두르는 분위기다. 현재 국민은행, 하나은행, DBS(싱가폴개발은행) 등이 입찰에 참여중이며, 오늘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현행법으로는 세금 한 푼 받기 힘들다

만약 론스타의 계획대로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론스타는 약 2년만에 3조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챙겨 이 땅을 떠나게 된다. 현행법으로는 세금을 물릴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90년대 말부터 일본, 멕시코, 스페인 등과 조세조약을 체결하면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규정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한 펀드가 주식 25%를 보유했다가 팔아 양도차익이 생겼을 때는 과세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넣어 이들 나라에 근거지를 둔 투자펀드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79년 미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면서 이 조항을 넣지 않았다. 때문에 미국에 본사를 둔 론스타펀드에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릴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재경부가  오는 7월부터 외국계 펀드의 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先) 원천징수, 후(後) 심사 환급’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제조세조정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적용이 쉽지 않고 그나마 7월 이전에 팔고 떠나면 손을 쓸 수가 없다.

외환은행 재매각 중단해야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서는 2003년 외환은행의 불법 매각 정황이 드러난만큼 현재 진행중인 매각 작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찬근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도 "론스타는 6월 이전에 매각하고 떠나는 즉시 벨기에에 있는  LSF-KEF 홀딩스’를 해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사후적으로 론스타의 불법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금까지 BIS비율조작과 도장 값 의혹만으로도 매각을 중단시킬 이유가 충분하다"며 "정부당국자와 투기자본의 공모에 의해 은행매각이 결정되었다면 당연히 관련 의혹을 밝히고 2003년 당시 매각을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또 "만일 금감위가 매각중단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은폐하기위해 론스타에게 오히려 먹고 튀도록 방조한다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며 금융감독위원회의 존립 자체가 심각한 도전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금감위는 지금 즉시 회의를 개최하여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중단을 요구하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의원실도 성명을 통해 "매각과정의 수 많은 의혹이 있고 담당 임원이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도피중인 상황에서 론스타는 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없으며, 또 매각당사자라고 보기 힘든 정부 관료들이 매각의 전 과정에 불법 개입한 것이 확인된 이상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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