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근로자법 개정 위해 다시 투쟁
    퇴직공제부금 천원 올리려 10년 싸워
    4일부터 국회 앞 농성투쟁, 8일엔 대규모 결의대회
        2017년 12월 01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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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노동자들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건고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대국회 압박 투쟁에 나선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들은 이날부터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위한 더 큰 투쟁에 돌입한다”며 “입법 촉구뿐 아니라 건설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국회를 규탄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산업노조연맹은 건설노조 4만, 플랜트건설노조 4만, 건설기업노조 1만명 등 9만 명으로 구성된 노조다.

    건설근로자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이견이 적어 지난 달 28일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법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예상치 못한 반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처리가 무산됐다.

    당일 국회 앞에서 추위에 떨며 법안 통과를 기다렸던 건설노동자들은 좌절했다. 보수언론과 정치권 등의 ‘교통대란’, ‘시민불편’, ‘불법파업’ 등 온갖 악의적이고 선정적 프레임을 동원한 비난을 예상했음에도 그들은 마포대교로 향해 연좌농성까지 벌였다.

    예상대로 보수언론은 한 국제회의가 불법파업으로 인해 무산됐다거나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는 등의 보도를 쏟아낼 뿐,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이 한 청년 국회의원에 의해 어떻게 박탈당했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1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이영철 수석부위원장도 광고탑에서 내려왔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광고탑에 왜 올라갔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너무 절박하다. 건설노동자들은 퇴직공제부금 1천원을 올려 달라고 10년 동안 싸웠다. 그리고 우리는 10년도 더 싸울 수 있다. 그만큼 절실하게 원한다. 문재인 정부라서 싸우는 게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에도 똑같이 애원하고 호소했다. ‘제발 열악하게 사는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들어달라’고 그렇게 외쳐왔다. 부탁드린다. 이제는 국회가 정부가 건설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에 답해 달라”

    건설근로자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사진=유하라)

    10년 내내 일해도 고작 600만원…
    천원 인상도 안 된다더니, 의원 세비 몰래 올린 국회
    “이 정도면 국회 해산 투쟁 나서야 하는 상황”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풍족한 삶과는 관계가 멀다.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정말,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다.

    10년 간 하루 4천원으로 정체된 퇴직공제부금 인상, 목수는 받는데 굴삭기는 못 받는 현실 개선을 위한 건설기계 노동자 퇴직공제부금 전면 적용, 퇴직공제부금 누락 및 투명한 정산을 위한 전자카드제 시행, 임금 체불 근절 및 임금 유용 방지를 위한 임금지급 확인제 등이다.

    특히 퇴직공제부금 4,000원에서 1천원 인상안은, 내년도 최저임금인 7,530원과 비교해도 턱 없이 적은 금액이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는 “퇴직공제부금제도는 고용불안과 임금체불, 산업재해에 신음하는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라며 “하루 4천원 주는 퇴직공제부금은 1년 내내 일해도 60만원이고, 10년 내내 일해도 6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5천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것이 뭐 그렇게 대단한 요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4천원에서 겨우 5천원 올리자는 거다. 최저임금 정도로 올리자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 정도 요구를 가지고 광고탑에 올라야 하는지, 한강다리까지 막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낮은 수준의 요구”라며 “이 정도 요구도 국회가 막아서는 것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해산 투쟁 나서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박영찬 건설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로 현장 노동자들은 복리후생, 안정적 생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건고법 개정은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절규다. 당연 통과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적폐대상인 자유한국당이 막아섰다”면서 “가장 열악한 노동자인 건설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마저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천원 인상도 가로 막았던 국회가 ‘몰래 세비 인상’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건설노동자들의 분노는 더 높아지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의원 세비 중 일반수당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2.6%만큼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원 월평균 세비(1천149만원) 중 일반수당은 월평균 646만원에서 663만원으로 오른다.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건설노동자 퇴직공제부금은 10년째 동결해놓고 국회의원 세비를 자기들끼리 모의해서 통과시켰다고 한다”며 “의원 세비만 올릴 것 아니라 낮은 곳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존권 박탈해놓고 ‘합법’ 훈계하는 어이없는 청년 정치인

    건설노동자들의 ‘생존법안’이 연내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적다.

    지난 달 28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논의를 막은 이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었다. 근기법 개악을 우선 처리하지 않는 이상 건설근로자법 개정안도 처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볼모로 여야 이견이 첨예한 근기법 개악의 소위 통과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 처리에 앞장서 반대했던 의원들의 최근 발언을 뜯어보면 더 회의적이다.

    신보라 의원은 건설노동자들이 마포대교를 점거한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조가 자신의 의사와 주장을 펼치더라도 충분히 합법적인 발언으로 하셔야지요. 마포대교 기습 점거해 퇴근길 시민들 불편을 초래해서야 되겠습니까. 불법적이고 극단적인 투쟁방식은 주변의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신보라 의원은 1일에도 “옥외광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고, 사적 재산을 훼손하고, 마포대교를 점거하는 불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요즘 시대는 얼마든지 집단이 자신의 주장과 의사를 정치권에 전달할 효과적이고 합법적인 수단이 다양하다”고 했다.

    건설노동자들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지난 10년 동안, 1천원 인상을 목 놓아 외쳤다. 그런 목소리에 귀를 막고 눈을 감은 건 국회였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 의해 생존권이 박탈당한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빈 말도 없이 ‘효과적인 합법적인 수단’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28일 많은 국민들이 힘들었다고 한다. 여의도에서 국제회의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무산됐다고도 한다”며 “하지만 건설노동자들이 마포대교를 막았나. 마포대교를 막은 사람은 누구인가. 저 안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국회의원들”이라고 질타했다.

    김종훈 상임대표도 “국회 담장을 붙자고 울부짖는 건설노동자들의 마음을 헤아려봤다면 국회가 이럴 순 없다”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운운한다. 원인 제공자는 누구이고, 분노 일으킨 자는 누구인데 누가, 누굴 대상으로 사법처리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심판받고 청산돼야 할 대상은 국회이고 국회의원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찰은 지난 28일 마포대교 점거 등이 불법 집회·시위라며 건설노조 지도부 5명에 출석을 요구했다.

    건설노동자들은 건고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대국회 압박 투쟁에 돌입한다.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는 오는 4일부터 나흘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 및 국회의원 면담 투쟁을 벌이고, 8일엔 12월 임시국회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를 압박하기 위한 결의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사무처장은 “얼마 남지 않은 국회 회기 안에 건고법이 통과되길 국회에 촉구한다. 간부들과 함께 농성천막 치고 다시 한 번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다. 지역에선 각 정당의 시도당을 방문해서 우리의 절절함 얘기하겠다”면서 “그럼에도 통과되지 않는다면 연맹이 주최하는 간부 결의대회 진행해 국회를 규탄하고 결의 모아서 더 큰 싸움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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