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퉁 박사' 무더기 적발
        2006년 03월 17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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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학원에서 ‘짝퉁’ 러시아 유명대학 음대 박사학위를 취득해 국내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 20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사설학원을 운영하며 이들에게 가짜 학위를 취득하게 해주고 돈을 받은 유명 피아니스트  도아무개 씨는 구속됐다.

    또 도씨와 짜고 사설학원을 러시아 대학의 분교인 양 꾸미고 학위증을 발급해준 러시아 음대 총장은 지명수배 돼 러시아 법무성과 공조수가가 검토되고 있다. 이 사설학원에서 마치 러시아 음대의 교수인 것처럼 음악강의를 하는 등 가짜 박사학위 발급에 적극 가담한 국내 대학교수 2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이들 박사학위자 외에도 ‘사설학원 표’ 러시아 음대 가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100여명 이상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너무 많아서 우선 박사부터 털고 간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넘쳐나는 3000만원짜리 박사

    ‘짝퉁’ 박사학위 취득 과정은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허술한 검증시스템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방치하고 확대시켰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17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의 수사발표에 따르면 도아무개 씨가 100여명에게 가짜 석사학위를, 20명에게 박사학위증을 발급하고 받은 돈은 총 25억원에 달한다. 4학기인 석사과정은 학기당 400만원을 받았고 4~6학기인 박사과정은 500만원을 걷었다. 당초 도씨는 음악학원 겸 유학 알선업체를 설립하고 영국쪽과 석사학위 인증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98년 러시아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유명 음대 총장인 Z씨가 적극 도왔다. 일단 박사학위 취득 희망자를 모집하면 Z씨가 연간 10여일 가량 음악원에서 강의를 하고 박사학위증을 발급했다. 등록금은 도씨와 Z씨가 반씩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학위 취득과정 허술

    이렇다 보니 학위를 취득한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ㅈ대 강사인 정아무개 씨는 음악원에서 방학기간을 이용한 몇시간의 강의와 10여일간의 러시아 방문만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국박사학위 신고 접수를 하는 학술진흥재단에도 박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이를 근거로 정씨는 대학 강사로 취업해 박사행세를 해왔다. 이런 과정은 나머지 20명도 다를 게 없었다.

    이는 학사 3년, 석사 2년의 과정을 거치고 전공과 외국어, 철학 등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통상적인 러시아 음대 입학과정과 너무나 차이가 났다. 또 정식학위에서 논문심사는 내용을 러시아어로 설명하고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지만 이 사설학원에서는 한글로 작성해서 내면 번역인이 번역해 제출하는 등 심사가 대충 이뤄졌다.

    이렇게 쉽게 박사가 되다보니 검찰 조사에서 러시아어로 기재된 자신의 박사학위증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국내에는 이번에 적발된 ‘짝퉁 박사’외에는 이들 대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전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해외 학위라면 굽신굽신

    더욱 황당한 것은 이렇게 쉽게 딴 학위로 이들 가짜 박사들은 자칭 한국러시아음악협회를 결성해 기념연주회 등을 열며 음악계에 세력을 형성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만을 제기하는 인사들은 ‘왕따’를 시키기도 했다.

    현재 외국 교육기관이 국내에서 강의를 하거나 학위를 수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것이 상식인데도 이렇게 허술한 박사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황당하다. 검찰은 “러시아는 음악 등 예술분야의 수준이 높고 특히 사건에 연루된 음악대학은 러시아 안에서 유수 음대 중 하나”라며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 대다수 음악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해외 학위라면 사족을 못 쓰는 국내 학계의 관행이 이런 일을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교육부에 이들 ‘짝퉁 박사’의 명단을 통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앞으로 이 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계속 수사하고 이와 같은 사례가 또 있는지 살피기 위해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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