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위기의 원인
    [기고] 내부로부터, 좌파에서의 비판
        2017년 11월 23일 03: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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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차베스 사망 이후 등장한 마두로 정부는 항시적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그가 차베스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저유가 상황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17년 들어 그 위기 정도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마두로의 경쟁자였던 엔리케 까프릴레스를 중심으로 우파세력은 지속적으로 폭력 시위를 벌이고, 생필품 부족의 경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과림바(guarimba라고 불리는 일부 우파세력의 정치적 폭력시위는 사실 오래전인 2003년부터 있어왔는데 마두로 정부에 들어와 심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특히 2014년에 심각했다. 단순한 폭력 시위 정도가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고질병 중의 하나인 사병집단(paramilitares)의 폭력과 비슷한 정도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맥락은 1999년 차베스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는 다른 나라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적대적 정치구조가 거의 약 2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에 대한 적대 세력은 우파 세력 외에 대기업 조직, 미국 정부, 일부 국제기구(예를 들어, 미주기구), 가톨릭교회 지도부, 대학의 지도부, 상업적 미디어, 전통적 노조 지도부 등 거의 전 방위적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로 말미암아 최근 볼리바리안 혁명 또는 차베스 혁명의 기세가 많이 약화되었다. 그 결과 위기의 원인에 대해 미국의 압박과 독점적 기득권 계급(올리가르키아)에 대한 비판 외에 다른 성격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로 마두로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좌파로부터의 비판이다.

    대표적인 비판 세력은 정부 여당으로부터 이탈한 “사회주의자 밀물”(Marea Socialista)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탈식민성 담론의 좌파 지식인으로 유명한 에드가르도 란데르(Edgardo Lander)이다. 란데르는 마두로 정부를 포함하여 그 이전의 후반부 차베스 정부의 경제정책의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이지 않고 몇몇 소수에 의한 토론 부재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드러낸 것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계적 진영논리를 벗어나 정책 실패가 있으면 이를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 오류로 ‘경제전쟁’으로 불리는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 매점과 공급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그 같은 정책 실패는 ‘21세기 사회주의’라는 수사에 취해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안에 있으면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자본주의 논리와의 단절을 위한 다양한 전략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그 결과 현재 경제 사회적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5월에 밝힌 보건성 공식자료에 의하면 유아 사망률이 약 30% 증가했고 산모 사망률도 약 65% 증가했다.

    특히 마두로 정부의 경제 정책이 급진 좌파적 수사와 달리 국제 금융자본의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어, 일반 국민들에게 긴급한 수입을 희생하면서도 외채의 반환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으며 석유에만 의존하는 지대경제 모델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석유 채굴을 위해 더 많은 나라의 외국자본과 계약을 체결하고 달러를 구하기 위해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자유무역지대 개발에 힘을 쏟는 등의 경제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차베스 생존 시에 제시했던 ‘내발적 국가발전모델’과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천문학적 숫자의 불법적 외화 도피와 고위관리의 부정부패도 비판되고 있다. 이런 경제 정책의 모순 때문에 일반 시민의 차베스 혁명에의 지지도 약 3년 전 부터 약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의회에 대한 야당의 다수 지배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위기가 지속된다면 차베스 혁명의 ‘정치적 자산’을 낭비할 수 있으므로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마두로 정부의 대안은 최근 보도에서 알려진 대로 [제헌의회] 구성이었다.

    차비스타들의 지지 세력의 핵심은 차베스 혁명의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는 ‘대중의 자기-통치의 자율적 공동체인 코무나스’들이다. 예를 들어, 최근 보도에 의하면 제헌의회의 미란다주 대표인 에르만 에스카라는 양원제를 제안하고 “코무나스들을 대표하는 상원”의 구성을 얘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깊은 민주주의’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각 주 마다 코무나스에 의해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의회는 하원이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국의 코무나스 숫자는 약 1,700개에 이른다. 코무나스는 차베스 혁명의 핵심 가치인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의미하며 각 지방의 ‘주민평의회’와 연계되어 있다. 문제는 그동안 이들 코무나스의 주장이 정부의 담론과 공식정책에서 많이 소외되어 왔다는 점이다.

    현재 제헌의회에는 주민평의회와 코무나스를 대표하는 의원이 24명이 있다. 코무나스 조직 활동가들은 최근 시위를 통해 앞서 언급한 경제위기 즉, 식품 등 생필품 공급문제와 부정부패, 정부의 경제정책 오류 등에 대해서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현재 마두로 정부는 이들 코무나스 조직(예: 대통령 직속 코무나스 대중 정부 위원회, 전국 코무나스 의회 등)을 공식적 정부의 담론에서 다루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코무나스 활동가들의 주장은 상기 위원회 조직의 대표가 각 부처의 장관과 같은 대우를 받고 정책 기획에 대해서도 장관들과 의논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들 코무나스들은 서로 연대적 물물교환의 활동과 지식 정보의 교류를 통해 ‘연대경제’의 실천을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책 담론에서 이들이 배제되는 핵심적 이유는 실제로 ‘권력관계’ 때문이다. 즉 권력을 가진 지방정부가 제도적으로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현재 시점에서 코무나스와 주민평의회 제도를 재구성하고 재정의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중 권력을 중요하게 인정한다는 수사는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에서 활발한 것에 비해 현실적으로 그 수사(레토릭)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헌법에 제도적으로 규정하여 GDP상의 몇 퍼센트로 예산 지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코무나스 활동가들은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차베스 집권 이후 약 20년이 경과한 지금 국면에서 차베스 혁명을 지지하는 광범한 세력이 제대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스티브 엘너는 앞에서 언급한 에드가르도 란데르의 주장을 비판한다. 란데르가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정책 결정을 하기 전에 충분히 민주적 토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엘너에 의하면 자본주의와 대의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사회주의로의 체제이행이 야기하는 고도의 복잡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엘너는 많은 외국의 전문가들이 정부와 야당을 같이 비판하는 양비론에 젖어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요한 성찰은 스티브 엘너에 의하면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를 지향하지만 베네수엘라와 같이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좌파들로서는 우파의 지속적인 공격에 대해 실용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포퓰리즘적 정책 집행을 통해 사회적 공공성의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를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엘너는 차베스 진영이 평범하고 광범한 대중에게 혁명의 수사를 통해 급진적 변화와 사회주의적 이상의 실현에 대한 약속을 지나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는 것도 실수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 실패 또는 아쉬움의 이유는 차베스주의자들의 무능이나 기회주의적 태도 때문이 아니라 워낙 어렵고 힘든 정치적 상황에 의해 이들로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고 엘너는 언급하고 있다.

    중요한 전략적 실패는 정치적 맥락이 유리했을 때 (예를 들어, 석유가가 고공 행진할 때) 더 과감하게 정치적 변화를 이룩하고 혁명의 진행을 심화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엘너는 덧붙이고 있다. 장기적 비전에 대해서는 차베스 지지 세력 안에 이견이 별로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 국면의 현실 상황에서 구체적 정책 조합을 산출할 때 실기한 적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르주아 세력이 실제로 아주 막강하다는 인식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 문제는 부르주아 기업가들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차베스는 이상주의자면서 현실적 고려를 어느 정도 잘했다면 마두로는 이점에서 부족했다고 한다. 특히 경제정책에서 현실적 국면이 바뀌면 구체적 정책 선택을 바꾸어야 하는데 이점에서 마두로는 서툴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베스가 전략적으로 지원했던 새로운 친정부의 비즈니스 그룹이 정부의 특권을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는 부정부패를 하는데 대해서 마두로는 차베스만큼 구체적 대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너무 심해진 부정부패는 일반 대중의 눈에도 띄게 되면서 정치적 지지의 힘도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전략적 실패에는 차베스 진영 내의 좌파 이론가들의 관념적 문제 인식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필자소개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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