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모든 영역 불공정·특권 구조 바꿀 것”
    보수야당 “비전 안 보여”, 정의당 “조세구조 개편”
        2017년 11월 01일 02: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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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제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불공정과 특권의 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중심 경제, 국가권력기관 개혁, 한반도 평화 원칙, 국민 참여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등을 주된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지난 6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을 20년 전 IMF 사태 당시를 되짚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큰 충격을 주었다”며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냈고, 국가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으나 그 후유증은 국민들의 삶을 바꾸어 버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됐고, 송두리째 흔들린 삶의 기반을 복구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능력과 책임에 맡겨졌다.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면서 “과로는 실직의 공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었고, 나의 실패를 내 자식이 다시 겪지 않도록 자녀 교육과 입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한경쟁사회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상식과 원칙이 아니더라는 생각도 커져갔다. 한번 실패하면 재기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구조에서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는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낸 공론의 장이었다”며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의 힘만으로는 고단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고, 삶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사람중심 경제’ 거듭 강조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 미래 보장하지 못한다”

    문 대통령은 경제개혁정책과 관련해 ‘사람중심 경제’를 설득하는 데에 연설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가 아니다.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며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는 빠르게 우리를 빈곤으로부터 일으켜 세웠지만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국민의 삶이 증명하듯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며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고, 모든 사람과 모든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사회개혁정책에 대해선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과제”라며 국정원의 국내정치 절연, 해외·대북 정보 전담 등 구조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법제화 등에 대한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최근 논란이 된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공공기관이 기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공공기관의 전반적 채용비리 실태를 철저히 규명하여 부정행위자는 물론 청탁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차 천명…“핵 개발, 보유하지 않을 것”

    문 대통령은 안보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 원칙도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한다”면서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술핵 배치를 위해 두 차례 방미한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듯 “남북이 공동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며 “우리도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또한 “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바른 선택과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북 도발에 대해선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국제사회와도 적극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국민안전과 안보에 중점”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429조원이다. 올해보다 7.1% 증가한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은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국민안전과 안보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예산에 대해 “올해보다 2조1000억원 증가한 19조2000억원”이라며 민생현장 공무원 3만명 확충을 비롯해 민간부문에서도 중소기업이 청년 정규직 채용을 할 경우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가처분 소득 증가 예산안과 관련해, 주거·교육 급여 인상을 통한 기초생활보장 급여 현실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대상을 모든 질환으로 확대, 치매국가책임제 시설 확충, 아동수당, 장애인·기초연금과 참전·무공수당 인상, 독립유공자 후손 생활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법 개정에 대해선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과 과표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서민·중산층,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경 분야 예산에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국가 책임 실현, 재방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예산을 반영했다. 국방예산에선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6.9%를 증액했다”며 방위력 개선 예산 확대를 비롯 병사 봉급을 2배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해야…선거제도 개편도 함께 이뤄지길”

    문 대통령은 연설 마무리 즈음에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개헌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이라며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개헌은 내용에 있어서도, 과정에 있어서도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어야 한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개헌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편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빈곤한 철학, 비현실적인 대책만 가득”
    바른정당 “‘안보’ ‘성장’ ‘통합’ 고민 없어”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 시정연설에 비판적 기조의 논평을 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현재도, 미래도 없이 과거의 흔적 쫓기만 가득할 뿐”이라며 사람중심 경제, 한반도 평화원칙, 불공정 구조 해소 등에 대해선 “그 어떤 비전도 보이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강 대변인은 경제정책에 대해선 “귀족강성노조만 웃고 일반 국민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에는 더 이상 국민은 없다”며 “변화의 혜택이 특정 이익집단,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국가, 특정 정파에게만 돌아간다면 그것이 곧 국민 기만이며, 신적폐”라고 주장했다. 또 적폐청산과 관련해선 “전 정부만을 대상이 아니라 조사 가능한 모든 정권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안보’ ‘성장’ ‘통합’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3무 시정연설이었다”면서 “과거에 대한 해석은 자의적이었고, 현실에 대한 인식은 추상적이었고, 미래에 대해서는 모호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에 대해서 “북핵 위협 앞에 대안과 강한 의지 없이 그저 평화만을 얘기했다”며 경제정책은 “사람 중심이라는 공허한 레토릭만 있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민통합 문제에 있어선 “여전히 촛불에 대한 자의적 해석 속에서 부정부패, 불공정, 불평등이란 단어만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당 “소통 위해 대통령에 반대하는 국회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정의당 “근본적 재원마련 방안 개혁 없어…조세 구조 개편 필수”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회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모두 촛불혁명을 이끈 국민의 뜻이라는 인식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라며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하는 국민, 야당, 국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한미FTA, 흥진호 나포, 한중·한일 외교, 방송장악, 에너지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인사실패 등 현재 국민의 최대 관심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도 했다.

    정의당은 예산 편성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현재와 같은 지출구조 하에서 근본적인 재원 마련 방안의 개혁 없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바를 이뤄내기는 어렵다”며 “이를 위해선 조세 구조 전반을 개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추 수석대변인은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이로는 부족하다”며 “사회복지세 신설과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 과표 100억 이상의 고소득법인에 대한 최저한세율 3%인상 등 보편적 누진증세 방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복지국가 체제의 기틀을 만드는 것이 적확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야정 상설협의체 같은 경우 주도해야 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야당에 대한 설득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면서 “국민의 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과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는 데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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