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과 사드 문제,
    본질은 중·미 관계에 있다
    미국, 평화협정 외면·무시하는 이유
        2017년 10월 27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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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 정세를 포함하여 현 국제정세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한 관건은, 우선 무엇보다도 현재 국제무대에 있어 대립의 초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G2’라 불리는 중미 간의 대립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 대선을 전후한 시기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사드 배치와 북핵문제 역시도 그 본질은 중미관계라 할 수 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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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과 사드 문제의 본질은 중미관계

    사드 문제는 북핵 문제의 발전과정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크게 보면 이 역시 북핵 문제의 범주에 속한다. 이 경우 북핵 문제는 겉으로 보기엔 한미와 북한 간의 문제인 것 같지만, 현 시점에 있어 그것의 본질은 사실상 중미관계라 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그간 일정한 자체 발전과정을 겪어 왔다. 처음 북한의 핵개발 정책은 냉전체제 말엽 안보 불안을 느낀 북한 정권의 자위적 수단으로 추진되었다. 이 무렵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동서진영 간 대립이 해소되고, 그동안 전통적으로 북한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였던 소련과 중국이 각각 해체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겪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대 사회주의권 봉쇄정책을 늦추지 않았으며 북한에 대한 기존의 적대 정책도 전혀 변화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체제위협을 이전보다 몇 배나 심하게 느낀 북한이 그 효과적 대항수단으로 채택한 것이 바로 핵무기 개발정책이다.

    북한은 1950년대 후반부터 소련과의 우호조약에 의해 평화적 목적의 핵 발전과 관련된 기술 도입을 추진하였으며, 실제 영변에 핵 발전 시설을 갖추고 일찍부터 그것을 가동해 왔다. 그것은 이후 북한이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기술개발의 단초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당시 비록 핵무기 개발의 의도를 다소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단지 주관적 염원에 그칠 뿐 구체적으로 정책화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봉쇄의 성격 역시 ‘대 중국 봉쇄’를 전문적으로 겨냥한 것이었다기보다는, ‘대 사회주의권 봉쇄’ 즉 중국과 북한 모두를 포함한 ‘일반적’ 차원의 봉쇄였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본격 착수하게 되었으며, 마침 소련의 해체로 인한 다수의 핵 기술자의 영입이 상당한 기술적 도움을 주었다. 이로부터 김영삼 정권 시기에 한반도에서 최초의 북한 핵문제 관련한 위기가 발생하였다. 이 첫 번째 핵 위기는 당시 클린턴 정권하에서 ‘4자회담’을 통한 타협이 이루어짐으로써 ‘경수로 지원협정'(1994년)이 체결되고 일차 마무리 지어졌다. 그러나 협상국인 미국의 ‘협정’에 대한 이행 의지는 확고하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그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 하였다. 북한과 미국의 상호 의혹과 반목이 시간이 가면서 증폭되는 가운데 2000년 들어 세계 유일패권 전략을 노골적으로 천명하는 부시 정권이 들어선 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부시 정권은 북한을 ‘4대 악의 축’의 하나로 공식 지정하고, 2002년 12월 일방적으로 경수로 협정을 폐기함으로써 북핵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였다.

    미국의 이 같은 북핵문제에 대한 태도변화는, 부시 정권이 ‘일방주의’에 입각해 고분고분하지 않은 몇몇 반미국가들(이라크·리비아·시리아·북한)을 길들이려는 차원과 함께, 보다 핵심적으로는 잠재적인 전략적 경쟁상대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가 강하였다.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북한 김정일 정권 역시 독자적인 핵개발을 지속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2006년 첫 번째 핵폭발 실험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의 소형화 작업과 운반체 개발에 집중하면서 그 실전 전력화에 전력을 기울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부시 정권에 이어 오바마 정권이 집권한 후 이 같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개발에 대해 별반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소위 모호한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였다. 이 기간 오바마 정권의 관심은 사실상 북핵 자체에 있었다기보다는, 이미 브릭스의 리더국가로서 또 ‘G2’라 불리면서 국제적 위상이 급격하게 부상한 대 중국관계에 확실히 두어졌다.

    미국은 이 시기 ‘아시아 회귀정책’을 공식 천명하였으며, 이렇듯 새롭게 강화된 대 중국 봉쇄전략의 측면에서 본다면 북핵문제는 오히려 일정 필요하기까지 하였다. 때문에 이 단계에 들어서서 북핵 문제의 성격은 질적으로 완전히 바뀌었으며, 북한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보다는 미국의 대 중국 억제정책을 위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관계 조성을 위한 빌미로서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2017년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핵문제는 다시 오바마 정권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핵문제가 다시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마치 일촉즉발의 전면전의 위기감이 감도는 것은 단순히 ‘트럼프’라는 개인적으로 변덕스럽고 예측하기 힘든 새로운 스타일의 미국 지도자가 등장한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북핵문제는 그 자체 발전에 따라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으며, 북한은 이미 수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소형화와 또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미국도 더 이상 오바마 정권 때처럼 모호한 ‘전략적 인내’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북한의 이 같은 핵전력의 지속적 발전은, 만약 그것을 일정 선상에서 제지하지 못하게 되면 한미동맹 내지는 한미일 동맹을 포함한 동북아의 군사적 역관계를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핵무기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다. 소형 핵폭탄 하나라도 그것의 실제 효과는 한 대에 3억 달러씩이나 하는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폭기 F22 100대의 효과를 훨씬 능가한다. 전자는 ‘전략무기’의 범주에 속하고 후자는 설령 첨단무기일지라도 ‘전술무기’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존의 동맹체계의 기조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이 점은 북한 핵의 발전수준이 단순히 그것을 대 중국 봉쇄 정책을 위한 빌미로만 삼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북한의 핵무장이 지속된다면 한국과 일본도 자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국내여론이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논리에 기초해 수립된 미국의 패권전략에 근본적인 동요가 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전 세계 핵무기의 독점을 수행하는 데 있어 미국과 그 서구 추종세력들의 중요한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또 만약 미국이 하위 동맹국들의 이 같은 독자 핵개발 노력을 무마시키고자 한다면 이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핵전력을 한반도 주변에 밀집 배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다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적 대립을 지나치게 노골화하면서 대국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경색시킬 수 있다. 이 역시 현 시기 국제정세의 일반적 기조와는 걸맞지 않으며, 미국이 바라는 기조와도 다르게 된다.

    물론 북한의 현재 기술적 능력만 가지고서 본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아직 미국 본토에 대한 실제적 위협을 가하기 힘들며 그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아직도 수많은 세월이 흘러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을 공개적으로 추진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에 대한 여론효과는 충분하다. 미국 내에서는 이 때문에 심각한 책임론이 일 수 있으며, 이란과 이집트 등 다른 제3세계 국가들도 북한의 핵개발이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국은 이제 북한 핵무기에 대해 더 이상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상의 북핵문제의 진행과정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현 단계에서 북핵문제의 본질이 북미관계가 아닌 미중관계임은 다음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입증할 수 있다.

    첫째, 한미 양국은 표면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강조함에도 그간 그것을 실제 제거키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예컨대 지금처럼 북한 정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강공책 이외에도 북미 간의 ‘평화협정 체결’ 등 상호타협에 의한 평화적인 해결방식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애써 무시하였으며, 이미 타결된 북한 핵개발의 평화적 사용목적으로의 전환을 위한 ‘경수로 지원협정’조차도 일방적으로 폐기하였다. 이는 사안 자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기보다는, 그것을 빌미로 혹은 이 같은 위기를 일정 정도 ‘의도적’으로 조성함으로써 다른 더 큰 목적을 달성코자 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목적은 다름 아닌 미국 동북아 전략의 요체이자 나아가 현 단계 미국 세계전략의 핵심인 중국에 대한 억제전략의 수행이며, 북핵문제는 단지 그 구실로써 이용될 뿐이라는 점이다.

    둘째, 지난해(2016년)부터 갑자기 불거진 사드 문제는 위의 판단에 더욱 무게를 실어준다. 왜냐하면 군사상으로 볼 때 사드와 같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에서 발사되는 근거리 미사일에 대해선 별반 효력이 없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감시하는데 더욱 적합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 내 많은 반대여론과 중국·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무시하고라도 굳이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의도는 북한보다는 현재 자신의 세계패권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 중국을 노리고 있음을 보다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북한에 있어서도 핵무기는 본질상 공격용 무기이기 보다는 방어용이며 자위용이라 할 수 있다. 즉 경제력과 재래식 무기에 있어 북한은 한국 혹은 한미동맹에 도저히 경쟁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핵무기 개발을 통해 이 같은 열세를 일거에 만회할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결국 북한 핵은 한미동맹의 위협으로부터 북한이 자신을 지키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렇게 볼 때 만약 한미가 북한에 대해 체제전복의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현재 군사·경제 방면에 있어 압도적인 역량 차이를 감안할 때 북한의 선제 핵 공격을 비롯한 주동적 무력도발의 위협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북한이 이 같은 현저한 역관계를 무시하고 먼저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면, 이는 곧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다. 예컨대 꿀벌의 침은 겉으론 무섭긴 해도, 그것이 결코 선제공격용이 아니라 위협용 내지는 최후의 방어수단에 불과한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 자신도 죽기 때문에, 꿀벌은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는 한 자신의 침을 최후의 순간까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절대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으며, 북핵 문제는 미국이 아무 때고 또 무제한으로 대 중국전략 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대만 카드’와 같이 일정 범위 내에서는 미국에게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을 벗어나면 앞서 본 것처럼 오히려 미국에게 불리하고 부담스러운 사안으로 변질되게 된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이 범위 내로 사안의 심각성 정도를 통제하면서, 그 가운데서 최대한 이득을 얻는 곡예를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 정권에 있어 핵무기는 비록 애초에 한미동맹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방어적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그러나 이에 덧붙여 현 개인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측면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예컨대 현재에 와서 세습적인 일인독재체제를 유지하고 내부 단결력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측면이 많아진 것이다. 이는 확실히 지금 시기 북한이 자신의 핵문제에 대한 태도에 있어 본래의 초심을 상실한 채 유연한 자세를 갖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방어적’ 본질을 바꿀만한 것은 되지 못한다.

    필자소개
    과거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사노맹 사건으로 3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사회를 연구할 목적으로 16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보냈다. 중국인민대학과 상해재경대학에서 각각 금융(학사)과 재정(석사)을 전공했고 최종적으로 북경대 맑스주의학원에서 레닌의 정치신문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8월 귀국하여 울산에 정착해 현재 울산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교육강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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