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운전,
불안해도 너무 불안하다
[기고] 청와대·4당 공동발표문 유감
    2017년 10월 06일 0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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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언제라도, 우리가 모르게 시작될 수 있다

‘몇 시간 안에’ 미국과 북한이 군사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말 그대로 ‘폭탄발언’이다. 지난달 2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심포지엄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가 한 말이다.

괌 주변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떨어지거나,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혹은 미국이 ICBM이라 판단하는 미사일을 고각이 아닌 정상각으로 발사한다면, 미사일이 미 전투기나 다른 항공기에 근접하는 일이 있다면 미 국방부 장관이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갈루치 전 특사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 승인 없이는 우리(미국)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내게 확언했다’라는 투의 말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럴(한국의 승인을 얻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중앙일보 17.09.27.)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언은 정면으로 부정당했다.

이미 지난달 23일 밤 미국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와 F-15C 전투기가 북한 동해 국제공역까지 날아갔다. 제 72차 유엔총회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연설한 트럼프는 한순간에 한반도를 선제군사옵션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북한은 유엔총회 참가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일련의 상황을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자위권을 발동하여 영해가 아니더라도 전략폭격기를 격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태평양상에서 수소탄 시험이 가능하다”라는 강경발언까지 있었다.

실제 북한이 태평양상에서 수소탄 시험을 계획한다면, 수소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태평양까지 선박수송 후 시험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짐이 보일 때, 미국은 미사일 기지 외과적 타격·미사일 격추시도, 선박수송 제지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갈루치 전 특사의 발언은 이러한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한반도 운전, 불안해도 너무 불안하다

밖으로 이렇게 위기가 심각한데, 안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청와대와 외교부·국방부, 송영무 국방장관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계속되는 엇갈림은 누가 보기에도 이상하고 불안정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정부가 외교·안보 문제, 남북관계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방부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대응을 한 것이고 외교부에서는 외교부의 해석으로 행동한 것”(조선일보 17.09.28.)이라고 답했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응이다.

그러나 손발 안 맞는 각료들은 문제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다. 진짜 문제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떠한 구상을 가지고 있냐다. 문 대통령 본인의 한반도 운전 자체가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북의 ICBM 시험발사에 김일성광장이 초토화되고 인공기가 불타는 한미연합미사일훈련 영상과 사드 추가 배치로 대응하는 등, ‘강대강’ 구도를 깰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겠다’고 자임한 것과 달리 미국의 행보에 맞춰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미 간 대결이 격화될수록 ‘코리아 패싱’ 가능성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이 높아져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점점 촛불의 요구에 어긋나는 모습들도 드러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고 한일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다수 촛불시민이 바라는 바다. 그러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회담으로 다 해결됐다는 건 맞지 않다”고 한 말이 무색하게, 9월 7일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 “당분간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유는 북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일이 긴밀히 공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재무장과 개헌, 장기집권을 향한 야욕을 더욱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핵 위기’를 근거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10월 총선을 발표했다. 집권 자민당·공명당과 새롭게 떠오르는 희망의당 중 누가 이기든 ‘우향우’인 판이다.

사드 배치는 작년 여름부터 촛불을 들고 투쟁해온 주민들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었고, “진실로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고 조영삼 씨 분신의 원인이 되었다. 북의 ICBM을 근거로 들며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는, 문재인 정권이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지와도 같았다. 결국 박근혜 정권 때와 다를 것 없이 8000명의 병력이 동원되어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끝에 사드 1개 포대 배치가 완료되었다.

청와대, 정의당, 이게 최선입니까?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문제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겠냐는 지적에도 타당성은 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뜻을 거스르기 쉽지 않은 것이 지난 70여 년간 변치 않은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할 때마다 들먹이는 한미FTA만 하더라도 미국이 폐기 통보를 하면 자동으로 180일 후 폐기되는 것이 절차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확실히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9월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회동 내용,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온 공동발표문의 내용은 이 발표문에 합의한 이들이 이대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증표나 다름없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역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등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대북 제재, 한미동맹, 확장억제 강화다.

발표문은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전쟁 위협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북한만을 규탄하고 있다. 그러나 ‘분노와 화염’, ‘완전한 파괴’ 같은 표현까지 쓰며, 연일 군사옵션을 언급하는 미국 정부 역시 한반도 위기에 책임이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확장 억제의 실행력 제고를 포함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노력”을 언급한 공동발표문 2항 역시 심각한 문제다. 위기상황에 아무런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지 못하고, 오직 북한 민중의 생존만을 위협할 뿐인 대북 제재는 ‘철저한 이행’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다.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부분은 사실상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을 용인하는 위험천만한 내용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대규모 충돌, 전쟁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이다.

이 발표문의 진짜 의의는 “안보가 엄중한 상황 속에서 적어도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께 큰 힘이 되고 경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 담겨 있을 것이다. 갈수록 문재인 정권에게 험로가 되어가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대통령과 원내 정당들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른 당들이야 그렇다 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촛불시민 이백만 명의 지지를 받았고, 당 강령에서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의 주도자”를 자임하는 정의당이 이러한 공동발표에 동참한 것은 큰 문제다. 대북 제재, 한미동맹, 확장억제 강화는 평화정당이 채택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위험하고 앞뒤, 손발 맞지 않는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평화를 위한 길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평화를 위한 촛불을 들 때

곧 있으면 촛불 1주년이다. 가을에 시작해 겨울의 끝까지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고, 정권이 바뀌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한반도는 더더욱 위험한 곳이 되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서 희생될 것은 다름 아닌 민중이다. 우리의 생명과 평화의 권리를 요구하는 촛불을 적극적으로 들어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촛불의 의미를 기억시켜야 한다. 민중의 생명과 직결되는 ‘평화’를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목표로 놓고 움직일 것을 요구하자. 지금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 같은 추상적 말잔치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말폭탄을 쏟아 붓는 미국과 북한에 분명하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든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한미일 군사동맹의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한 번도 제대로 가보지 못한 길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

필자소개
사회진보연대 반전평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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