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노사정 8자회의’ 제안
    민주노총 “노정 신뢰 담보할 상황 아냐”
        2017년 09월 26일 06: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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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26일 한국노총의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회의’ 등 사회적 대화 프로세스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형식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 설치에 앞서, 노동기본권 보장 등 정부가 행정조치로 가능한 기본적 노동의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6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프로세스 3단계 프로세스’를 발표했다.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회의, 노동존중 개헌안 합의,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이 그 내용이다.

    김주영 위원장의 8자회의 제안 모습(사진=한국노총)

    핵심은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회의(노사정 8자회의)’다. 대통령이 참여한다는 점 정도가 기존 노사정위원회와 차이가 있지만, 기존 노사정위도 대통령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성격이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1단계 프로세스는 노사정 신뢰 구축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회의’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앞으로 지속돼야 할 대화를 위해 참여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과거의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대화틀을 만들어 ‘사회적 대화 준비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우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노사정 8자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대한상의와 경총, 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노사정위원회를 대표하는 8인의 주체로 구성된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사회적 대화의 문을 열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는 사회적 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선언을 해주길 희망한다”며 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의 노사정 8자회의 제안은 정부의 양대 지침 폐기가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위법적인 쉬운 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일방변경 지침 폐지를 발표했다. 형편없이 파괴되었던 노-정 간 신뢰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증표”라며 “이러한 조치들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노사정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며 “과거의 기형적인 노사정대화를 지양하고, ‘노사정 8자회의’에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대화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한국노총 조합원과 노동자들은 사회적 대화에 관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8자회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입장에선, 기존 노사정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8자회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기존 노사정위원회가 이미 무너진 집이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오늘 한국노총의 일방적 제안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 등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정부의 행정조치, 법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노동 기본권 보장’이 쟁점이 되는 노동현안도 아닌데다,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형식을 빌려 노사정 간 협상하고 양보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행정조치 등이 이뤄진 후, 노정 간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에 관한 논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국회 동의를 이유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타협, 노사정 합의, 사회적 대화와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형식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은 사회적 대화니 노사정위원회 참여니 하는 문제가 쟁점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포함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행정조치와 법·제도 개선이 우선이어야 한다”며 “이것은 사회적 대화나 사회적 대타협이 아니라 노동존중을 표방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노정 교섭을 통해 풀어야 할 의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대 지침 폐기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불인정 상태 지속,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에 대한 불명확한 입장,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전면 개정에 대한 유보적 입장 등 아직 노정 간에 신뢰를 담보할만한 상황이 아닌 조건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 제안은 적절하지 않으며 시기상조”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과거 실패한 노사정위원회 모델이나 노사정 대표자회의 구조의 틀을 넘어선 노정, 노사, 노사정 간 교섭구조가 중층적으로 보장되고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더 좋은 일자리와 노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가치를 바로세우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입장을 추후 내부 논의를 거쳐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사정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차대한 시점에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원 제안은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라며 “(8자 회의 관련)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 절실한 시점이니 만큼,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생각하며,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사정 8자 회의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한국형 사회적 대화 기구로의 재편과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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