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갠지스 강이지?
[인도 100문-17] 어머니 바라뜨(Bharat Mata)의 젖줄
    2017년 09월 22일 11: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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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다양해졌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TV에 나오는 인도 풍경의 태반은 갠지스 강이었다. 모든 것에 합리적 의심을 놓지 않는 사람은 이런 의문을 가져 볼 만하다. 왜 갠지스 강이지? 인도 최고(最古)의 문명 발상지는 인더스 강이라면서? 갠지스 강만 강인가? 그런데 안타깝지만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누구나 다 당연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꽤 피곤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갠지스 숭배의 출발은 그들이 인도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하나의 여신으로 간주하는 신앙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인도를 어머니 바라뜨(Bharat Mata)라고 부르는데 그 어머니의 젖줄이 갠지스 강인 것이다.

그들은 그 젖이 원천인 히말라야의 강고뜨리(Gangotri)에서 출발하여 갠지스의 문이라는 뜻의 강가드와라(Gangadvara)라고도 불리는 하리드와르(Haridvar), 힌두에게는 갠지스와 더불어 최고의 성스러운 강인 야무나(Yamuna)와 만나는 쁘라야그(Prayag), 쉬바의 성도 까쉬(Kashi) 즉 바라나시를 거쳐 강가 사가라(Ganga Sagara)에서 바다로 들어간다고 믿는다. 그러니 힌두교의 대표적인 성지들이 대부분 이 강을 끼고 몰려 있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힌두는 자신들의 종교를 통해 물질과 정신을 모두 갈구한다. 물질 추구 즉 기복 신앙을 무시하거나 수준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물질과 정신을 이 갠지스를 통해 추구한다. 돈 많이 벌게 해주시라, 건강하게 해주시라, 아들 낳게 해 주시라, 귀신을 쫓아내주시라, 씻을 수 없는 오염을 덮어 썼으니 그것을 씻어 주시라 (암소를 실수로 죽이는 것은 너무나 큰 관습법의 죄이므로 반드시 갠지스로 와서 갖은 의례를 해 그 오염과 죄를 씻어야 한다.), 죄를 용서받고, 천상을 기원하고, 영원한 해탈을 하는 등의 물질과 정신의 모든 갈망을 이곳에서 추구한다. 갠지스는 삶의 시작이요 끝이다.

인도에서의 강을 성스럽게 간주하는 전통은 아리야인들이 인도 땅에 처음 들어오던 때인 『리그베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자연 환경을 신으로 숭배하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강도 그 여러 자연물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 여러 강들 중에서 오직 갠지스가 된 것은 갠지스 강 중상류 유역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소위 갠지스 문명 때문이었다. 기원전 8~7세기의 일이다.

유목민인 그들이 철기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정착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시기에 와서 비로소 도시 문명을 이루었던 것이다. 갠지스는 정기적으로 범람을 하여 그 주변에 충적토를 가져다주고 여기에 철제 농기구를 바탕으로 하는 관개, 파종, 수확, 운송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농경 생산이 크게 확대되고 삶이 윤택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카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체계를 이루고 그 위에서 서서히 16 영역국가의 시대 – 중국으로 치면 춘추전국시대다. – 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 시대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면 당연히 생산력이고, 그 생산력의 근간은 갠지스 강이다. 그러니 갠지스 강은 어머니 중의 어머니로 숭배 받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생산이라고 하는 물질 문명의 근원에서 출발하였으나 나중에는 종교의 영역이 정신으로 확대되면서 갠지스는 정신 문화의 원천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힌두 세계에서 구복에서부터 해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종교적 갈망은 ‘정화’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갠지스 강물에 몸을 담금으로써 모든 죄, 오염, 불길한 징조, 질병 등은 정화되는 것으로 믿는다. 나아가 갠지스의 정화욕 의례는 단순한 오염과 죄를 씻어내는 의미를 넘어 그로 인해 속죄하고 궁극적으로 해탈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까쉬얌 마라남 묵띠’(kashyam maranam mukti) 즉 갠지스에서의 죽음은 해탈이다, 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니 지금도 갠지스에는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죽은 사람들을 화장해 뿌리는 최고의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갠지스는 오염이 아주 심하다. 사람들이 모여 목욕하고, 똥 싸고 오줌 싸고, 쓰레기 버리고 그래서만은 아니다. 죽은 사람을 화장해 유골을 뿌리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 긴 갠지스 2,500 킬로의 강 주변은 온통 도시고, 온통 공장이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유독 물질을 정화할 만한 돈이 이 정부에는 없다. 사람들이 갠지스를 어머니로 숭배한다고 해서 그 강을 더럽히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인간은 소중한 것을 착취하고, 마음껏 착취할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갠지스 강은 이제 거의 죽은 강이 되었다.

모디Narendra Modi 정부가 갠지스에게 인격권을 부여한 일이나 인도에서 가장 큰 주인 웃따르 쁘라데시Uttar Pradesh의 주 수상이 2017-18년 예산을 편성했는데, 그 가운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갠지스 강 정화 사업이다. 양수겸장이다. 성스러운 강을 보호함으로써 지지표를 확보하고, 강을 살려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고자 함이다. 이렇든 저렇든 갠지스 강은 인도의 한 중심이다.

이제 갠지스 강은 주요 관광지로까지 되었다. @이광수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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