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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노자와 가즈히로 저/ 이매진)
        2012년 08월 25일 06: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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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혁명, 세계 인권 선언, 6월 민주 항쟁…

    어느 하나도, 사회를 크게 바꾸는 어떤 사건도 단 한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점차, 조금씩 변해가던 것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1cm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1센티미터라니? 세상이 보기에 너무나도 작은 단위인 1센티미터씩 변한다는 그 제목은 단연 내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장애인 차별문제에 대한 관심이라곤 지나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고 ‘그래, 불합리한 차별은 안되지’라며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나에게 “장애 인권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다가왔다.

    이 책은 작은 지바현에서 주민들이 직접 하나하나 사례들을 모아 조례를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열의에 놀라기도 하고, 조례안이 철회되었을 때는 가슴이 막막해지기도 하며, 마침내 성사시켰을 때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처음 놀란 건, ‘장애인 차별 철폐 연구회’의 위원을 뽑을 때 였다. 바로 차별받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차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인들도 뽑은 것이다!

    장애인의 처지를 세상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우리들이 먼저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차별받는 사람의 고통을 알리려면 차별하는 쪽의 논리를 알아야 한다. – p. 21

    시작부터가 달랐다. 조례안이 통과된 것은 어쩌면 첫 모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을 수도 있겠다.

    차별의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차별이 너무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대에 가까운 악의적인 차별도 있겠지만 친절하게 대하려는 의도인데 차별을 하거나, 제도나 의식 속에 깊게 침투해서 몰라서 차별을 하거나, 무의식 중에 차별하고 있거나, 사람이 아닌 건물이 차별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차별받은 쪽이 차별이라는 인식도 못한 채 상처만 받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다른 층위의 차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처한 것이다.

    심한 차별 행위자를 상대할 때는 권총(처벌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게 안심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권총은 상대의 생명(사회적 생명)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무기이므로, 만에 하나라도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정말 그 행위가 차별인지, 권총을 사용해도 될 정도의 심한 차별인지를 엄밀히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 .69

    하지만 장애인 차별 철폐 연구회는 소규모 주민 토론회를 계속해서 열어 계속 연구하며 주민들과의 거리감도 좁히고, 조례의 취지에 대해 알리며 비장애인, 장애인, 또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가족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아 조례안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2월 의회에 제출했다.

    지바 현에서 누구나 있는 그대로, 그 사람답게 지역에서 사는 ‘새로운 지역 복지’의 실현을 목표로 당사자를 포함한 주민과 행정이 협동해 정책 만들기를 진행하던 중 장애인 차별을 없애는 방안이 생겼다.
    이 방안은 장애인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 주민 운동의 계기이자 차별을 우리 가까이에 있는 문제로 생각하는 출발점이 된다. 또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식을 육성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함께 살기 좋은 지바현만들기 조례 원안 전문 中 』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의석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에서 조례안에 제동을 걸었다. 일부 자민당 간부는 “다음 6월 의회에서는 지지하겠다” 고 했지만 대다수의 자민당 의원들은 조례안에 대해 심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사민당이나 공산당, 시민네트 등 다른 정당에서는 연구회의 노고에 박수를 치며 지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민당은 “원안 그대로는 통과 시킬수 없다”며 재차 수정을 요구했고, 결국 마지막에 가결된 조례는 처음의 조례안과는 확실히 달랐다.

    조례안을 지지했던 정당들도 여기저기 수정되고 삭제되어 완전히 바뀐 조례안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원래 가고자 하던 목표에서 우회해 버린, 그런 마지막일까?

    아니다. 이것은 시작이며, 처음 조례안을 만들기 위해 모인 시작과도 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한 순간에 변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알게모르게 변해가는 것이다.

    “바람이 꽤 변했어요. 노자와 씨는 언제나 도쿄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못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처럼 지바에서 몇십 년이나 살고 있는 사람은 잘 느낄 수 있지요. 지바는 변하고 있다. 1센티미터씩, 확실히 변하고 있다. 지역에서 계속 살고 있으면 알 수 있어요.” -p. 128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 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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