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로 회귀하는 이주노동자정책
    [나의 현장] 이주노동자에게 지금은 80,90년대의 현실
        2012년 08월 24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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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이주민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상담을 하고 있는 김성민 상담실장이 기고 글을 보내주었다. 김성민 실장은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노동자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비정규 노동자로 살았던 김 실장이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면서 겪었던 사례와 느꼈던 생각들을 진솔한 언어로 전해주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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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얼마 전까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하다 해고가 된 현장노동자 출신입니다. 이렇게 이주민 관련 사업에 상근 활동을 하게될 지는 저도 예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주노동자에게서 일어나는 일과 비정규직에게서 일어나는 일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마 직장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첫째 공통점일 겁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사용자의 힘이 우선인 현장 분위기에서 내가 요구하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인 것도 유사합니다.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의 연대가 절실하듯,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이주민센터, 인권단체 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이 되고,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저희 울산이주민센터에서는 센터를 후원해주시는 회원들에게 매월 상담건들을 취합한 통계 자료와 활동 상황들을 실은 소식지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노동부 지침을 규탄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상담 통계자료에서 나타나는 내용은 퇴직금 문제와 임금체불이 가장 많고, 그 다음 순으로 산재, 작업장 변경, 폭행, 비자, 사기, 의료지원, 다문화 등과 같은 것이 이주노동자들 노동 상담의 주 내용들입니다.  등록/미등록 구분없이 상담을 하고 지원합니다.

    상담활동가로서 겪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사례들

    처음 한 달은 잘 나오던 임금이 다음 날부터 안나옵니다. 다음 주에 준다고 계속 미루면서 일은 시킵니다. 그렇게 사업주의 말만 믿고 일을 마쳤는데 결국은 임금을 안주고 연락을 하지 않는 사업주들이 있는데, 이런 사업주들은 상습범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들은 친척이나 아들 명의를 빌려서 또 다른 사업을 운영합니다. 불필요한 다단계 하청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입니다.

    또 다른 경우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체불보증보험을 들게 되어 있는데 퇴직시 보험금만 지불하고 나머지 퇴직금에 대해서는 지급을 하지 않습니다. 사업주는 그게 퇴직금 전부인양 말하고 퇴직시킵니다. 그런 줄 알았던 이주노동자는 나중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퇴직금이 적게 지급되었다는 걸 알고 찾아와 문의를 합니다.

    체불업체 사장과 이야기해서 좋게 말로 지급하라고 하면 지급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큰소리 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꾀병 부리며 일을 제대로 안했다” “고발할려면 고발해라” “당신 누구야 난 사장인데…?” “당신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같은 한국사람이니까 한국 악덕사업주 편을 들어야한다?

    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면, 근로감독관이 이런 악덕사업주를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악덕사업주를 고발하지 않고, 돈만 받으면 된다고 진술하는 노동자들도 있는데, 그럴 때 사업주는 절대 체불임금을 주지 않습니다. 고발당하지않으니 배 째라고 버티면 답답할 것이 없으니까요. 이런 경우의 내국인노동자들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노동자들의 순진한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지금은 그래도 이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법이 적용이 되어 최저시급을 받습니다만 그이상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열심히 잔업과 특근을 시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많이 합니다. 그래야 가족에게 송금할 수 있는 돈이 많아지니까요.

    그런 점 때문에라도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내국인에 비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곳에서 일을 잘합니다. 아니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그리고 사업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사용할 때는 꼭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단계를 거쳐야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리고 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을 원하는 사업주는 자기 사업장의 노동환경 개선 노력이나, 임금에 대한 문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국인 노동자을 사용할 필요가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 한국에 데리고 와서 쓰면 되니까요. 싼 값에 일 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원하는 업체가 한국에 수두룩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을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업체가 더 많다고 들었습니다.

    겪었던 산재 사례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재는 거의 사고성 산재입니다. 여기는 울산이라 그런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하는 직종이 사상(그란인더-철을 깍아내는 작업), 용접, CNC가 주를 이룹니다.

    특이한 것은 주로 산재 사고를 당하면 손이 짤리거나 손가락, 손톱이 짤리거나 하는 사고를 많이 당한다는 것입니다.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면 바로 옆 침대에서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보곤 합니다. 말이 안통해서 한국말을 몰라서 그런지 후속 조치는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같은 병동에 있는 한국인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회사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하고, 저 외국인노동자는 산재 처리는 했는지, 보상은 적절히 받았는지 걱정하는 한국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면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공상처리를 한 경우가 있습니다. 산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을 악용하거나, 공상처리하면 월급 100%를 주고, 산재처리하면 월급의 70%을 주니 공상이 낫다고 속입니다(외국인노동자들은 잔업,철야를 많이 하니 기본급 100%보다 평균임금의 70%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산재처리를 하지 않으면, 중대재해 사업장으로 신고하겠다고 하면 그제서야 산재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악질적 경우는 적당히 치료만 하고, 이 이주노동자을 본국으로 송환시킬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이 이주노동자가 이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겠지요. 이 이주노동자는 치료를 다 받지 않았는데 회사에서는 자기 나라로 가라고 하니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센터에서 관리하던 산재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서 그 병원에 가니 손가락 4개와 손바닥의 2/3가 짤린 조선족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한 번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의수를 해야하는데 의수값을 회사에서 지불해주기로 약속했는데, 몇 달전부터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다행스럽게도 회사와의 전화 한 통으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산재 환자가 퇴직금을 요구하였더니, 퇴직금 줄테니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는 각서를 들이 밀더랍니다. 민사소송을 안받으려고 꼼수를 부리는 겁니다.

    이 밖에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달라고하니 미등록체류자라는 약점을 악용해 경찰을 부르는 나쁜 집주인을 상대로 센터에서 울산노동법률원(새날)의 도움을 받아 가압류 절차를 밟은 후 전세금을 돌려받은 일도 있습니다. 회사 관리자가 쇠파이프로 이주노동자를 폭행해서 가해자의 사과와 피해 이주노동자의 보상을 받아낸 일들도 있었습니다.

    상담실장으로서 이런 상담을 하고, 서류들을 정리하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90년도에 와 있나? 피부색이 틀려도, 말이 잘 안통해도 그래도 사람인데, 그리고 같은 노동자인데 이들의 현실이 너무 비참한 것 같아 개탄스러웠습니다.

    최근 노동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잦은 사업장 이동과 영세업체 보호 그리고 NGO 등 이주노동자 조력자들(정부에서는 브러커라고 표현하더군요)의 개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주노동자가 1년의 계약이 끝나 다른 회사로 옮길 때 제공하던 구인업체 리스트를 8월 1일부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업주에게는 구직자 리스트를 제공해서 사업주의 입맛에 맞는 사람한테만 전화를 할 수 있게 됐고, 이직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는 하염없이 사업주의 전화를 기다려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 고용센터에 가면 영문도 모르고 의자에서 고용센터 직원만 바라보며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지침이 바뀌어서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고 또 그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외국인 담당은 오직 한국말밖에 하지 못하고, 통역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부 지침 철회 요구 기자회견

    8월20일 울산고용지원센터앞에서 울산이주민센터 주최로 울산지역 연대단위 단체들과 함께 이러한 바뀐 개악 지침을 알리고 노동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캠페인과 지침 철회 서명운동도 함께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용센터의 업무 태만을 볼 수 있었는데, 고용노동부가 원래는 사업주의 구직전화를 거절하면 2주간의 구직 알선을 중단한다는 지침이 있었는데, 이주민단체 등에서 철회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내부지침을 철회시켰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버젓히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울산고용센터에서는 그 내용이 벽에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불공정한 계약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요

    위에서 보듯이 이주노동자들이 잦은 임금체불, 위험하고 더러운 작업환경, 비인간적인 처사 등을 겪으며 1년만 참으면 다른 회사를 갈 수 있고, 이 숙련된 이주노동자들을 붙잡기위해서라도 사업주는 이주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데, 이제 대한민국 정부는 사업주에게 무한 이윤을 챙겨주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지옥같은 공장에서 생활을 해야 할 것이고, 사업주들은 더욱 안하무인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저 시키는대로 말 잘 듣고, 회사를 옮길려고 하면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니 함부로 나대지말라고 협박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런 악덕 사업주를 상대로 대항할 수 있었던 “작업장 변경의 선택” 이 3년동안 3번이라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최소한의 방어권마저 강탈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론을 호도하고 인권과 노동권은 안중에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과연 이것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도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외국인노동자라는 사회적 인식,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이 과거와는 다르게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좋게 평가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달라진 건 없고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개탄스러운 현실이 오늘의 우리 현실입니다.

    보편적 평등권의 개념은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니 막 대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향상이 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이 우리 대다수의 한국인 노동자 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시급의 노동자가 있는 한, 불량스런 작업장이 존재하는 한, 이런 것들을 개선할려는 의지가 없는 한 우리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는 퇴보되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다만 소수의 자본가와 사업주는 계속적인 착취구조가 형성되니 기쁘겠지요.

    얼마 전 부산,울산,경남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이주노동자 노예계약 강요하는 노동부지침 철회 투쟁선포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노예계약 강요하지말고 우리도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이제는 이 나라 경제의 한 주축이 되었고 없어서는 안될 구성원인 이주민들에게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노예계약이 아닌 정당한 노동권의 보장을 받고, 보편적 평등권을 누릴수 있고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건강한 나라로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필자소개
    울산이주민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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