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한 교사의 좌충우돌 모험기
    [책소개] 『식물의 힘』(스티븐 리츠 / 여문책)
        2017년 09월 02일 10: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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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교사가 있다. 유대계 백인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빈곤지역이자 우범지대인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스티븐 리츠. ‘리츠 쌤’(그의 아이들이 부르는 애칭)은 2015년 교육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교사상 최종 10인에 오른 인물로서 30년 넘게 특수교육 대상이라는 딱지가 붙은 아이들의 삶과 건강, 성적을 향상시키며 그 가족들과 지역사회까지 변화시킴으로써 미국에 녹색 교육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실제로 그는 미국 최초의 ‘먹는 교실’을 창시했다).

    테드 강연에서는 사상 최초로 두 번이나 기립박수를 받으며 감동의 물결을 자아냈고, 그 여세 덕에 백악관에도 초청받고 나중엔 교황을 접견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우연히 피어난 꽃 한 송이 때문인데, 그 극적인 ‘우연’의 순간을 리츠 쌤은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순간’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피리 부는 콩 사나이, 초록 손의 마법사, 아버지 자연, 빅 치즈, 식품정의를 위한 투사, 슈퍼영웅, 농부 스티브 쌤 등의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스티븐 리츠가 어린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토록 사랑을 받기까지는 최소 20년의 교사 경력이 필요했고, 정식 교사가 되기 위해 자신이 정말 아는 게 없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하는 시련의 기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만난 한 은사 덕에 참된 교육의 이론과 실천에 눈을 뜨게 된다.

    그는 다리 부상 때문에 그토록 되고 싶었던 프로 농구선수의 꿈을 접은 이후 어머니의 권유로 1984년부터 임시교사직을 시작했다. 당시는 건강한 음식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농구, 힙합, 신상 운동화와 파티에만 열정을 쏟던 철부지 교사였을 뿐이다. 아이들보다 딱 한 단계 앞서 수업준비를 하던 그저 그런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한결같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곤경에 처한 학생들을 진심을 다해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만은 가득했다.

    그러던 그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역사회운동가로 거듭나기까지 30년 넘게 좌충우돌하며 깨달은 교육철학과 숱한 에피소드들이 맛있게 버무려져 『식물의 힘』이라는 감동적인 책으로 탄생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쾌하며 강력하다. 아이들은 잠재력 가득한 씨앗이다! 아이들에게 씨앗을 주고 함께 정성껏 키워보라. 잘못된 식습관을 돌아보고 그 텃밭에서 나는 건강한 음식을 함께 먹어라. 교육은 사랑과 관계의 힘에서 비롯된다. 자연을 본받아 올바른 양육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다. 교육의 장은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아이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지역사회가 토양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암울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결코 아이들을 포기하지 마라! 아이들과 더불어 당장 대서사를 만들어라!!!

    아이들은 씨앗이다! 그리고 교사에게는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세계적 도시 뉴욕에서 마치 버려진 섬처럼 고립된 가난한 동네 사우스 브롱크스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0여 년 전만 해도 교사가 되는 길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출근카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 줄 알면 그만이었다. 정각에 펀치를 찍는 것, 그러면 끝이었다! 스티븐 리츠는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교사직에 몸담게 되었다.

    그런데 세월이 제법 흐른 뒤에는 이런 학교에 재능 있는 교육자들이 보낸 이력서가 쌓이기 시작했다. 모두 스티븐 리츠의 녹색 교실 혁명 덕이었다. 아이들도 교사들도 희망이라곤 전혀 없이 타성에 젖어 오가던 학교에 자부심과 사랑, 희망이 넘쳐나게 된 기적은 오롯이 식물의 힘에서 비롯되었다. 시작은 이렇다.

    2004년 가을, 교실 안 싸움이 일상인 월턴 고등학교에서 어느 날 수업 중에 남학생과 여학생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스티븐 리츠가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하려는 찰나, 남학생이 라디에이터 밑에서 무언가를 홱 잡아 뜯자 꽃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개화 시기가 한참 남은 수선화였다. 아이들은 마치 마술 모자에서 토끼가 튀어나온 양 탄성을 내질렀고 날아가던 주먹들이 곧바로 멈추었다. 남학생들은 야단법석을 떨며 여학생들에게 꽃을 건넸고 여학생들은 한두 줄기를 엄마에게 가져다주고 싶어 했다. 리츠의 말대로 ‘우주적 경험’의 순간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리츠와 그의 아이들은 도시공원 조성사업에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고 콘크리트와 철조망뿐인 삭막한 동네에서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화단을 조성해나갔다. 이 일이 신문에 나자 아이들은 차츰 생활태도와 학습태도가 달라지고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떼기 시작했다. 녹색 공간이 생기자 주민들의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놀라운 변화의 소식은 더욱 빠르게 퍼져 뉴스에도 나오고 여러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기에 이른다. 나중에 리츠는 화단 대신 텃밭을 만들어 아이들과 직접 채소를 키워 수확하고 서로 나누게 했으며 먹고 남은 것은 기부하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교과목에 통합시켰다.

    또 그것이 일회적 사업으로 끝나지 않게 ‘그린 브롱크스 머신’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확산시켰다. 이 과정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아이들은 성적은 물론 출석률과 졸업률을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지역사회의 각계로 진출해 어엿한 시민으로 성장해나갔다. 그러는 동안 리츠는 올해의 애리조나 교사상, NPR 방송국 선정 위대한 교사 50인, 국제교사상 최종 10인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쌓아나가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기적을 만들어내기 한참 전에도 스티븐 리츠는 정말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며 아이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무엇보다 아이들도 인정할 만큼 정말 성실했으며 본능적으로 생명의 놀라운 힘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학교나 교육당국에 손을 내밀기보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 아이들의 관심을 단박에 사로잡은 어항을 교실에 들여놓는가 하면 거리낌 없이 애완용 이구아나, 거북이, 알비노그물무늬비단뱀까지 들여놓았다. 어른들은 질색했지만 아이들은 환호했다. 스티븐 리츠는 언제나 아이들 편이었다.

    30여 년간 그가 사랑으로 심고 가꾼 학생이라는 씨앗들은 제각기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성장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줄 아는 아름다운 시민이 되었다. 이 기나긴 과정에 빠지지 않는 멋진 구호가 있으니, 바로 “씨 쎄 푸에데Si se puede(그래, 할 수 있어)!”다.

    스티븐 리츠의 여정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단순한 ‘사랑의 교실’ 이야기가 아니라 숱한 눈물과 좌절, 반전과 웃음, 사랑과 영감이 가득한 ‘살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 모두는 학교와 교사, 교육, 양육과 무관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힘』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도중에 책장을 덮기 어려우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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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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