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원 노조,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에정칼럼] 핵기득권과 에너지전환
        2017년 08월 31일 02: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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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핵정책을 내걸고 대선에 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에너지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핵국가’ 선언을 하면서, 이미 공사에 들어간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에 관해서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곧이어 3개월 잠정 공사 중단 결정이 한수원 이사회에서 이루어졌으며, 공론화위원회도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갔다.

    이에 원자력학계 교수 등의 소위 ‘핵마피아’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제왕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들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어떻게 에너지정책을 바꿀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한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핵발전소 폐쇄와 같은 전문적 분야의 결정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어찌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다. 오랜 기득권을 누려왔던 이들의 반발인 것이다. 그들은 현재 제도 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취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사실 3개월 공사 중단 결정도 공기업인 한수원의 이사회에 압박을 가해서 정부 방침에 협조하도록 만든 것뿐이다.

    그러나 잘못된 제도와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를 ‘제도 미비’로 막아서는 것은 궁색한 일이다. 다투자고 한다면 국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수용하기를 거부하는 핵발전소의 위험성 문제 등을 두고 논쟁을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논쟁의 규칙을 바꾸자는 제안이 원자력계에게 더 큰 불만 사항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문가라고 자처한 자신들이 독점한 의사결정 과정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방침이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핵심적인 조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노동조합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 여부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의 한편에서 ‘선봉’을 서고 있다. 핵발전소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이하 한수원 노조)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 반대를 주장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장외 투쟁에 나섰다. 지부별로 거리 선전전과 유인물 홍보를 벌이고 있고, 9월 9일에는 울산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같은 날 울산에서 예정된 반핵운동 진영의 대규모 집회의 맞불 집회 성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법적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구성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소송을 내는가 하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면서 반핵 측 전문가(동국대 박종운 교수)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수원 노조는 조선일보(8월 21일)에 신고로 5, 6호기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하였다. 이들은 공론화에 법적 근거가 없으며, 핵발전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설에 이미 투자된 매몰비용으로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해외 원전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또한 핵발전소를 짓지 않으면 전기요금이 증가하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신규원전의 건설은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들은 소위 ‘핵마피아’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지난 날 몇몇 소수인원이 연루된 부패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그 여파로 원전감독법(가중처벌)에 제정되고 원안위에 사법권이 부여되는 등 원전 종사자들은 ‘원전마피아’라는 범죄 집단으로 매도당해 왔”다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부패 사건이 몇몇 소수 인원의 일이라는 주장보다는 오랜 기득권 속에서 나타난 구조직인 부패에 가깝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몇몇 소수 인원의 부패라고 하더라도 핵발전소의 안전과 직결된 사건들이었는데, 한수원 노조가 쇄신과 개혁을 위해서 앞장섰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못했다. 오히려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개혁 요구를 외면했다는 이야기만 간혹 들린다.

    사실 한수원 노조 내부에서도 조선일보 광고 내용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이 존재한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공개된 일이지만, 최남철 한수원노조 한울본부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탈원전을 논의할 때”이고 “탈원전은 자연스럽고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의 안전을 맹신할 수 없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인식 변화는 원전 종사자로서 쉽지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많은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사용 주체인 시민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큰 방향에 동의”한다는 발언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기사(한겨레, 2017. 8. 9)가 보도가 있었다. 한수원 노조가 신임 백운규 장관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한수원이 액화천연가스(LNG)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노조 투쟁소식지에서는 경북 영덕의 천지 원전 부지에 한수원이 LNG 발전사업소를 건설하는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발전소 건설 추진으로 지역 주민들을 그토록 고생을 시킨 영덕을 왜 다시 들먹이는지 답답한 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한수원 노조 측은 한수원이 LNG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도록 정부에 요청한 것은 맞지만, 탈원전 정책을 수용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긋었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 따르면, 한수원 노조는 2022년 이후 5년 안에 핵발전소 9기가 폐로되면 800-1,000명 인력이 구조조정될 가능성을 우려되고 있다. 한수원이나 노조는 노후 핵발전소가 수명 연장되거나 신규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그 쪽으로 남은 인력을 재배치해서 고용을 유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와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 정책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이며, 그들이 그토록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보도는 한수원 노조는 정부의 탈핵정책에 반대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고용 유지를 위해서 제2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준 것이다.

    노조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어찌 보면 익숙한 모습이고, 달리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한수원 노동자들에게도 “해고는 살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해질 필요는 있다. 지금까지의 핵산업이 가졌던 무소불위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핵마피아의 일원으로 남아 시민들과 손을 잡는 것을 거부할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전환을 동참하면서 그 속에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댈 것인지.

    한수원 노조가 “나의 시신을 화장해 고리1호기 취수구에 뿌려달라는 원전기술 1세대 선배의 유언”과 결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위한 대전환에 동참하면서 고용도 유지하고 에너지 노동자로서의 새로운 자부감을 가질 수 있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점점 선택의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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