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은 춤을 춘다
    [한국말로 하는 인문학] ‘추다’
        2017년 08월 25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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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춤을 추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춤’과 ‘추다’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로 ‘잠-자다’, ‘꿈-꾸다’의 관계와 같다. 그런데 춤, 잠, 꿈이 모두 명사형 접미사 ‘-ㅁ’이 결합한 것으로 보아 ‘추다’와 ‘꾸다’는 명사에서 동사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추다’가 가장 간단한 형태이며 이 말의 뜻을 체계화하는 것이 여기에서 뻗어나간 다른 말들의 뜻도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추다’는 (1) 한쪽을 채어 올리다의 뜻이 기본이고 (2) 고르거나 정리하다, (3) 찾으려고 뒤지다의 뜻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므로 ‘춤’은 ‘들어 올린 것’의 뜻으로 어깨, 팔, 다리와 같은 몸의 일부의 한쪽을 올리는 방법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다른 명사인 ‘추녀’는 지붕에서 네 귀의 기둥 위에 끝이 위로 들린 큰 서까래를 말한다.

    ‘맥을 못 추다’와 같은 표현에서 살펴보면 ‘몸의 일부에 힘을 쓰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는데 ‘추다’와 ‘서다’가 결합한 ‘추서다’도 있다. 이것이 추상적인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추기다’, ‘부추기다’, ‘추키다’, ‘추임새’와 같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하게 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발전한다. 또 ‘추어올리다’와 ‘추켜세우다’는 칭찬의 표현이다.

    두 번째 뜻을 잘 설명하는 예는 바지의 ‘춤’이나 ‘뒤춤’, ‘허리춤’을 ‘추거나 추리는’ 것에서 ‘고르다, 정리하다’의 뜻이 파생되었는데 ‘추다’ 이외에 ‘추리다’, ‘추스르다’, ‘간추리다’의 형태가 있다.

    마지막 세 번째의 뜻을 잘 나타내는 말에는 기본형 ‘추다’ 이외에 ‘들다’와 결합한 ‘들추다’가 있다. 전체를 모두 들어내어 확인하기 보다는 일부만을 들어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을 나타내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중세시대에 ‘추’는 ‘츠’의 형태였고 서로 음양의 짝을 이루고 있는 모음으로 바꾼 ‘치’는 발음은 다르지만 의미가 같은 이형태이다. ‘추다-치다’, ‘추밀다-치밀다’를 보면 형태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치다’의 뜻을 살펴보면 이 관계를 확정할 수 있다.

    중세어 ‘티다’에서 온 ‘때리다’의 뜻을 가진 ‘치다’와 구분되는 ‘치다’는 ‘파도가 치다’, ‘날개나 꼬리를 치다’, ‘도망이나 장난을 치다’, ‘가치나 값을 치다’, ‘줄이나 금을 치다’, ‘똥이나 도랑을 치다’, ‘새끼나 가지를 치다’ 등의 표현은 일부가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 ‘감다’와 결합한 ‘음식의 맛이 감치다’, ‘바늘과 실로 감치다’와 같은 표현도 있다. 명사로는 ‘새치기’, ‘소매치기’, ‘치다꺼리’, ‘치레’와 같은 재미있는 말도 있다.

    ‘치다’가 다른 말과 결합한 것에는 ‘굽이치다’, ‘치감다’, ‘치닫다’, ‘치밀다’, ‘치뿜다’ 같은 말이 있고 중간에 ‘-이-’나 ‘-우-’와 같은 말이 더해져 ‘치이다’, ‘치우다(갈아치우다)’, ‘치우치다’와 같은 구체적인 의미로 갈라졌다.

    이렇게 말의 뜻은 구상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하지만 한국어사전에서는 의미가 뻗어가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각각의 의미를 분리하여 별개인 것처럼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뜻풀이는 자녀세대에게 각각의 말을 흩어진 개념으로 받아들이게 하여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다. 말뜻의 논리적인 확장은 추론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바탕을 제공한다.

    필자소개
    최새힘
    우리는 아직도 뜻이 서로 맞지 않는 한문이나 그리스-로마의 말을 가져다 학문을 하기에 점차 말과 삶은 동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말의 뜻을 따지고 풀어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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