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힌두 신의 수는 3억3천만?
    [인도100문-⑩]세상 만물 모두가 신
        2017년 08월 18일 03: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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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강연 자리에서 청중 한 분이 힌두교의 신이 몇이냐고 묻기에 셀 수 없다고 답했더니, 가르쳐드리겠다고 하면서 3억3천이라고 했다. 난, 세보셨냐고 물었고, 3억3천 하나는 왜 안 되겠냐고 되물었다. 그 분은 인도 사람이 그랬다고 했고, 난, 인도 사람이 나 같은 전공자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지 말라며 찬찬히 가르쳐 드렸다.

    기원전 1,500년 경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서 인더스 문명이 사라지고 난 뒤 일군의 기마 유목민들이 인도아대륙으로 들어왔다. 아리야어 즉 인도-유럽어를 쓰는 사람들이라 해서 이름을 붙인 아리야인이다.

    그들은 ‘베다’라고 하는 이름의 경전을 남겼는데, 각각이 다루는 바에 따라 네 개의 다른 이름들로 되어 있다. 약 1,000 년간에 걸치는 이동 기간 동안 그들이 만나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찬양 그리고 그에 대한 숭배 의례를 시(詩)로 노래한 경전이다.

    베다를 보면 당시 사람들은 세계에 존재하는 만물은 각각 숨(생명)을 가지고 있고, 그 생명들은 모두 영겁의 끝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윤회한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신은 곧 자연이고 자연은 곧 신이었다.

    그리고 이동이 끝나고 정착이 이루어진 시기에는 그 네 개의 베다를 새롭게 해석하는 몇 개의 부록이 생산되었는데 상당히 철학적인 것들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한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우빠니샤드’다. 이 우빠니샤드가 편찬되던 시기에 당시 사람들은 세계를 일정한 부류로 크게 분류하기 시작했고 그때 가장 널리 쓰인 숫자가 3이었다.

    세계는 천상, 지상, 지하 셋으로 나뉘고, 세계를 이루는 것은 시간, 공간 그리고 원인(혹은 인연)의 셋으로 되어 있고, 신(神)은 하늘, 땅, 바람과 같은 물질, 자연 현상을 의인화한 것, 어떤 개념들, 이렇게 세 부류로 크게 나누었다.

    이 세 부류로 나뉜 신은 강력한 힘과 에너지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11과 만나 33으로 상징화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그 상징화된 33개의 신이 구체적으로 지목되었다. 불교에서는 33천(天)이라는 이름의 한 신이 나타났으니 신라의 김유신은 33천의 아들로 이 땅에 왔다는 이야기까지 만들어졌다. 베다 시대의 33명의 신이 신라에 와서는 33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신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신의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힌두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다 신이다 @이광수

    베다 시기부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인도 사람들은 시(詩)적 표현을 좋아하고 그 가운데 특히 은유를 즐겨 사용한다. 자연은 생명이고 생명은 신이다, 라고 읊으면 시간이 가면서 그 구체적인 자연물 하나하나는 신으로 형상이 만들어지는 이치다. 그러다 보니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 신이다. 바람도 비도 땅도 하늘도 난쟁이도 칼잡이도 스승도 사랑도 미움도 도덕도 섹스도 운명도 모두 모두 다 신이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맘껏 늘려진 신들의 세계를 또 일정한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등급은 넷이라는 숫자로 나누었으니 그것이 널리 알려진 네 개의 카스트다. 그런데 우주 만물의 신은 셋으로 나뉘었다. 그러면서 그 세 신 이름 앞에는 힌두 특유의 과장되고 폼 나는 별칭이 붙기 시작했다. ‘위대한’, ‘찬란한’ 등은 물론이고 ‘우주의 주인’이라든가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이라든가 하는 식의 문구들이다.

    베다 시대 신의 가장 주요한 개념인 33신에게도 그와 같은 별칭이 붙었다. ‘찬란한’이라는 의미의 별칭이다. 그런데 이 어휘가 후대로 가면서 천만을 뜻하는 어휘로 오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세간에서는 힌두 신이 33천만 즉 3억3천만 명이다, 라는 식으로 널리 알려져 버리게 된 것이다.

    결국 3억3천만 명의 신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힌두교의 신은 3억3천만 명이다, 라고 하는 것도 정확하게 말하자면 틀린 말이다. 다만,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라고 하면 맞는 말이다. 결국 3억3천이라는 숫자는 구체성의 숫자가 아니다. 그냥 상징적인 숫자다. 게다가 그 안에는 오해로 인한 왜곡도 있다. 인도에 사는 알 만한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걸 왜곡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사실이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한다.

    그 사람들은 그만큼 사실이 확대되고, 변형되고, 바뀌고 하는 것을 보면서 원래의 것, 원칙적인 것, 기준이 되는 것, 표준이라는 것 등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다. ‘3억3천만 명의 신’ 안에는 세상 만물 모든 것이 다 존중 받고 숭배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라는 의미만 읽으면 된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길이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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