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하강
[노동·문예 노트] <거짓말이다>, 김탁환 작가와의 만남 후기
    2017년 08월 03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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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오후, 부산의 사상문화원에서 열린 소설가 김탁환 작가와의 북토크에 대담자로 다녀왔다.

세월호 희생자 인양에 참가한 고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장편소설 <거짓말이다>의 독서콘서트였다. 당일 프로그램은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극단 ‘더(THE)’의 단막극과 김탁환 작가의 미니 강연, 그리고 대담 순서로 진행됐다.

당일 사회를 맡은 K형이 리허설을 본 후 자꾸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어른은 우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놓고는, 연극을 보는 내내 눈물을 훔친 것은 나였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참가한 북토크 중에서 가장 힘겨운 자리였지 싶다.

연극와 북콘서트 모습(아래)

세월호 사건 이후, 나는 네 편의 세월호 관련 칼럼(국제신문 1편, 부대신문 3편)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내가 느낀 것은 ‘문학이라는 건 한 없이 무력한 것’이라는 절망감과 패배감뿐이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변함이 없다. 다만, 지난 주 <거짓말이다>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느낀 것은, 혹시라도, 문학이라는 발화 양식이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문학이 무엇인가 대단한 문화예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이리도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처절하게 자각시켜 주는 ‘고통의 형식’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거짓말이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높이가 아니라 깊이를 아는 인간”

빛이 사라져버린, 어둡고 컴컴한 생의 심연. 그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단순한 잠수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배 질서와 기득권이 은폐해 놓은 사회적 진실을 인양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정부는 잠수사와 유가족에게 굉장히 가혹한 박해를 가하였다. <거짓말이다>에 등장하는 고(故) 김관홍 씨를 비롯해, 많은 세월호 잠수사들이 지금까지도 죽음과 병마의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부서지고 타락한 세상의 진실에 가장 근접한 존재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적어도 이 순간/소설에서만큼은 말이다.

누구나 밝고 환한 수면 위의 삶을 꿈꾼다. 그러나 어떤 이는 높고 푸르른 하늘을 등진 채, 어두운 수면 아래로, 아래로, 그리고 빛이 박탈된 심해 속으로 잠항하기도 한다. 그것은 검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죽음과 병마의 공포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난파된 세상의 구조 신호에 응답하는 ‘목숨을 건 하강’을 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용기’라고 부르며, 또 그것은 “실종자 한 사람이 곧 하나의 우주”(거짓말이다, 185쪽)라는 마음의 연대를 실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 책의 핵심은 눈물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의 망각을 넘어선 슬픔의 정체, 바로 그것을 마주하는 용기와 분노이다.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은 인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때까지, 수중에서는 눈물을 아낄 것. 눈물을, 아낄 것.

필자소개
문학평론가,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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