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작사들의 민낯
    [영화와 현실] 근로환경개선은 나 몰라라 하는 현실
        2017년 08월 01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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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 1000만 관객, 한 해 2억 명의 관객이 넘쳐나도 영화노동자의 삶이 팍팍한 건, 영화제작사들의 이율배반적 행태 때문이다.

    ▲ 낮은 투자수익률, 손익분기점 넘기는 작품은 기껏해야 한 해 10%에 불과

    영화진흥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영화 결산”을 종합하면, 집계된 이후 최악의 투자수익률 -43.5%였던 2008년에는 개봉영화 108편 중 13.8%에 해당하는 15편이 손익분기점(BEP)(손익분기점(BEP: break-even point): 한 기간의 매출액이 당해기간의 총비용과 일치하는 점. 영화매출액이 영화제작 총비용과 일치하는 포인트로 해당 포인트부터 수익이 발생)을 넘겼고, 최고의 투자수익률 13.2%였던 2013년에는 개봉영화 182편 중 10.4%에 해당하는 19편이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

    그리고 작년 2016년은 상업영화기준 투자수익률 8.8%로 개봉영화 178편중 10.6%에 해당하는 19편이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상업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상업영화 기준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으나, 한국영화 결산에서 밝히고 있는 것은 ‘전체 상업영화’(스크린 수 100개 이상 또는 총제작비 10억 이상)’과 ‘핵심상업영화군’(스크린 수 300개 이상 또는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기준으로 나누어 산출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한국영화 1000만 관객, 한 해 2억 명 관객시대라고 하지만, 영화를 제작해서 발생하는 투자수익률은 지금껏 13.2%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투자수익률을 최소한 낼 수 있는 것도 한 해 개봉되는 영화 중 10%에 불과하다고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는 말하고 있다.

    즉 개봉영화의 90%는 수익금 1원조차 발생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만큼, 영화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의 유입이 쉽지 않다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 투자사들의 등장으로 자기 책임감이 사라진 영화제작사들

    한국영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극장주들이 최대 영화투자자들이었으나, 실상 대부분 내 돈 들여 내 영화를 찍으려 하다 보니 짧은 기간에 제작한 작은 영화들 일색이었다.

    당시 최대 투자자였던 극장주들은 스크린쿼터상 한국영화 상영일수를 지키기 위해 한국영화 작품이 필요했던 것에 불과하다 보니 쌈짓돈 투자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오리온, 삼성 등을 시작으로 대기업의 자금이 영화산업으로 유입되면서 영화투자 및 제작의 흐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시, 일반산업과 영화산업의 돈(자본) 흐름의 차이점을 간략히 짚어보자.

    상품을 만드는 공장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그 상품 판매가 잘되든 못되든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영화제작사가 투자사로부터 돈(투자)을 받으면, 영화가 잘되면 각각 수익률을 나누지만, 잘못되면 제작사는 투자사의 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제작사들은 수익률도 좋지 않고 손익분기점조차도 넘기기 힘든 만큼, 굳이 내 돈 들여 영화를 제작하려 하지 않았고, 상품가치 있는 시나리오와 흥행배우만 잘 엮으면 투자하겠다는 투자사들이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대규모 투자사들의 역할이 확고해지면서 내 자본금 없이 오직 투자사 바라보기기만 하는 현실인 것이다.

    ▲ 영화발전기금, 모든 영화산업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기초로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수 및 수익률 많이 나도록 유도하는 데 쓰일 뿐

    대한민국 영화관객들은 티켓금액 중 영화발전기금 3%가 포함된 금액을 내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2006. 12.22 당시 문화관광부였던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발전기금은 영화계의 숙원을 푸는 기금으로, 영상전문투자조합 출자, 한국예술영화의 발전과 관련한 사업 지원, 영상문화의 다양성․공공성 증진과 관련한 사업 지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영화향수권 신장을 위한 사업 지원 등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영비법 제25조(기금의 용도)).

    하지만 영화발전기금은 표현의 자유 지원과 영상문화의 다양성 공공성 증진을 위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 전폭적으로 지원되기는커녕 사적 이익을 위해 제작되는 상업영화 지원에 너무나 많이 쏠려 있다. 관객들로부터 걷는 이 기금이 사적 이익을 위한 영화작품들에게 계속 지원되어야 하는지 진지하고 심도 깊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하여튼 영화발전기금을 운용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기획단계부터 영화 상영과 개봉 지원까지 모든 제작단계에서 각종의 제작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사에서 투자되는 돈과 진배없이 영진위의 지원도 어떠한 상환의무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공적 자금임에도 불구하고 지원 받는 영화제작사에게는 어떤 책임조차도 부여되지 않고 있다.

    투자사는 투자수익률도 좋지 않는 영화산업에서 상품가치 있는 작품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발전기금에서는 영상문화의 다양성보다는 사적 이익을 위한 작품에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보니, “굳이 내 돈 들여 영화 찍을 필요가 없다”는 풍토가 깊게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제는 자기 자본금 없이 그저 투자사의 입맛에 맞춰 지원받거나 영화발전기금 등 국고지원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 매진하고 있다.

    ▲ 자신들 이익 위해선 적극적이면서 근로환경개선은 나 몰라라 하는 영화제작사들

    수많은 작품들이 시나리오로 개발되고 그 시나리오을 통해 영화제작을 준비하는 기획개발도 하고 또 사전제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일해 봤던 영화노동자들은 자기자본금조차 없는 영화제작사로부터 매번 듣는 얘기가 있다.

    “미안하지만 좀만 참자.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영진위 지원 받으면 임금 줄게.”

    문재인 대선후보는 문화예술계 공약 중 “표준보수 마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실상 영화업계는 2015년 영비법이 개정되면서 동법 제3조의3에서는 이미 “표준보수지침”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산업 사용자단체들은 해당 개정 영비법의 “영화근로자 의제”를 부정하면서 그 연장선상에 있는 “표준보수지침 마련”은 물론, 표준보수지침 마련을 위해 법적으로 협의해야 할 “노사정협의회 구성(동법 제3조의2)”부터 반대하고 있어 2년째 진전된 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사용자단체들은 영화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갖지 않고 있다고 정부부처에 항변하는 것은 물론 영화산업 투자수익률이 저조한 것이 “‘임단협’과 ‘근로계약’이 일조하고 있다”고 단체교섭석상에서 서슴없이 말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등에 개정된 <2017년도 표준근로계약서>를 게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바꾸지 못해 여전히 문체부와 영진위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2015년 표준근로계약서>는 계약조항상의 해석의 오류는 물론 임금체불 등 영화노동자 근로조건을 저해시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저 나 몰라라 손 놓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산업 내 제작을 업으로 하는 사용자들의 민낯이다.

    ▲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영화산업은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 당연하고, 그로 인해 영화산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은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은 구조가 될 것

    여전히 영화제작사들은 근로계약 작성 및 4대보험 가입은 투자사가 인정해야 할 수 있다며 직접 고용한 영화노동자의 당연한 노동권을 투자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향후 투자사들은 이런 무개념의 영화제작사들이 아무리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있고 제작능력이 월등하더라도 투자를 해주면 안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영화발전을 위해 사용되도록 걷힌 소중한 영화발전기금은 상업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 지원에 작품 수로 생색내기를 그만하고, 4대보험 및 최저임금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4대보험료 사용자 부담금조차 납부할 능력 없이 소수의 사적 이익을 위해 제작하려는 상업영화 제작사들에 대한 지원은 보다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계약 작성, 4대보험 가입, 정기적인 주휴일 보장, 최대 12시간 일하고 최소 12시간 휴식을 보장받기 시작하는 것을 기초로 영화노동자의 노동권이 보호받아야 한다.

    제작현장의 영화노동자들이 즐거워야 영화작품도 잘 나온다.

    필자소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인신문고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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