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론자들 궤변을 보며
[기자수첩] “체르노빌로 어린이 갑상선 암 6천명, 15명만 죽었다?”
    2017년 07월 28일 08: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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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가장 큰 이슈다. 경제성, 세계적 추세 등이 언급되면 찬반 양진영이 갑론을박을 이어가지만 결국 중요한 건 원전의 안전성이다. 아무리 값싸게 전기를 얻을 수 있어도,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에서 원전을 수십 개씩 지어대더라도 안전하지 않다면 원전에 대한 긍정적 여론은 돌아설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국회에선 탈원전 정책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가 중심이었지만 토론은 자연스럽게 탈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것으로 흘러갔다. 하나의 사안에 이토록 전혀 상반된 해석이 존재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찬반 양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여론이 70% 이상이었다. 친원전론자들은 위기의식을 느낀 듯 원전의 안전성을 앞 다퉈 주장했다. 그들은 정말로 원전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도 있다. 또 누군가의 얘기처럼 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원전 정책을 유지하고자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친원전론자들이 원전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내놓는 근거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탈원전 성공에 근접한 독일, 탈원전에 실패한 스웨덴, 일본, 중국, 인도, 미국 등의 사례를 들었다. 주요 국가들의 탈원전 과정과 원전 사고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에선 탈원전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빌려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서서히 탈원전에 도달해야 한다거나, 원전을 줄이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했어도 독일의 산업이 침체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통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기업이 다 망한다기에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의 경우 어떠했는지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날 토론회 토론자 중 탈원전에 반대하는 한 교수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다른 환경의 독일 사례를 빌려오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에 패배의식밖에 줄 수 없다”는 거다. 도대체 왜 외국의 여러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참고하는 게 후세대에게 패배의식을 주는 일인가. 하다못해 인터넷으로 만 원 짜리 티셔츠 한 장 살 때도 후기를 찾아보기 마련이다.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살 수 없으니 이미 사서 입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경우에 대입해보기 위해 후기를 보는 것이다.

먼저 탈원전 정책을 결정한 독일의 경우를 들어 그들이 탈원전 성공에 근접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참고하는 게 후세대에 패배의식을 줄 일인가. 그러면 도대체 친원전론자들은 원전 수명을 연장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중국에서 원전을 우후죽순 짓고 있다며 원전은 세계적 추세라고 떠드는 이유는 뭔가.

이 교수는 향후 전력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더 이상 신규 원전이 필요하지 않다는 탈원전 측의 주장엔 향후 우리나라가 인덕션 렌지를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해당 교수는 “저희 집도 얼마 전에 인덕션 렌지로 바꿨는데 바꾸길 잘한 것 같다 … 옆집에 인덕션이 있는데 끝까지 안하겠나. 우리나라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스렌지에서 인덕션렌지를 사용하는 추세이고, 때문에 향후 전기 사용량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덕션이 한때 유행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전자파 문제나 전기세 문제 때문에 사용하길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더군다나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인덕션이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도 못 켜는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다.

이날 또 다른 친원전 측 교수의 발제는 궤변의 정점을 찍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에서 1368명이 죽었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인원은 “피난했던 이들 중에 스트레스 등으로 죽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방사선으로 인한 직접적 사망자 수(피폭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1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원전 사고로 피난을 간 사람들은 스트레스 등 간접적 원인으로 사망했으니,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사망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결국 사망자 대부분이 원전 사고로 인한 간접적 피해자인 셈이다.

이런 논리를 펼칠 때부터 어이가 없었지만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이거였다. 돈이 아까우니 304명의 사람들이 수장된 배를 인양하지 말자거나,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의 정규직화는 후세대 부담이라는 몇몇의 국회의원의 막말과 견줄 만한 발언이었다.

“체르노빌 사고로 어린이 갑상선 암이 6천명이 넘었다. 방사성에 오염된 풀을 먹은 소가 생산한 우유를 먹고 감염된 것이다. 그 중 15명을 제외하고 모두 완치됐다. 어린이 갑상선 암이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다”

1986년 벌어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붕괴 참사 현장의 수습을 위해 동원되었던 35만 명 가운데 1만 2,500명이 숨졌다. 정비 수리와 오염 정화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 요원의 상당수가 갑상선암과 백혈병, 심장 혈관 진환 등 각종 질환을 앓았고, 수습 대원의 약 83%가 질병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직간접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약 100만명, 방사능 유출에 따른 유전자 변형으로 40만명 이상이 암과 기형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 등에선 여전히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고, 동식물들은 기이한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다. 80년대 벌어진 한 번의 원전 사고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재앙 수준의 원전 사고에 대해 이 교수는 “갑상선암에 걸려 사망한 어린이는 15명”이라고 말한다. 방사성으로 인한 질병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망자 수가 소수라는 이유에서다.

완치되지 못하고 사망한 15명 어린이는 원전 사고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가족의 곁에 있었을 것이다. 또 사망하지 않은 다수의 어린이와 그 가족들은, 아마 평생을 방사성의 공포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사망자가 소수이냐, 다수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여전히 그 곳의 사람들은 원전이 가져온 비극에 고통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체르노빌 인근 프리야트 지역에 지금도 있는 방사능 위험과 접근금지 표지판(사진=위키)

우리는 비용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을 봐왔다. 비용 때문에 19살 청년이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어 처참하게 사망했고, 회사에서 강압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졸음운전을 하던 버스노동자의 버스에 치여 도로 위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려온다. 세계 최고라는 기업에서 화학물질을 다루다가 사망하거나 시력을 잃은 노동자들 역시 비용과 이윤을 위해 희생된 이들이다. 이 교수의 주장은 죽은 자들은 살아있는 사람보단 소수니까 비용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속으로도 못하겠다.

친원전론자들은 국내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이고, 국내 가동 중인 원전들은 모두 과거 3번의 원전 사고의 원인을 보완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경주 지진 이후 확대된 원전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지금까지 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 사고가 없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탈원전론자들은 원전 사고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벌어질 수 있다. 100% 안전한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원전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싼 전기를 쓸 것인지,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안전한 전기를 사용할 것인지 이제 국민이 직접 판단해야 할 때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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