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교통, 시민의 권리
    "대부분 도로 '건설' 예산"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와 수도권 교통체계 중장기 발전방향 토론회
        2017년 07월 24일 06:33 오후

    Print Friendly

    전국공공운수노조 등 노동계가 수도권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수도권 교통체계 개편 방향을 직접 제시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전국공공운수노조,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서울시의회 서소문별관 제2회의실에서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와 수도권 교통체계 중장기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서울시, 수도권, 광역 대중교통을 성공적으로 개편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토론회 개최 배경을 전했다. 노조는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교통체계 개편안 마련을 위해 파리와 런던에 가서 직접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대중교통의 가장 중요한 원칙 첫 번째가 안전이고, 두 번째는 저렴한 요금, 세 번째가 차별 없는 운행 서비스 제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운영 적자 해소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대중교통 확대에 따른 적자를 공적으로 감수하더라도 사회적 편익이 크다는 차원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며 “최근 에너지 정책 전환과 관련해 ‘탈원전’, ‘탈화석연료’가 주요한 이슈인데, 새 정부가 교통정책에 관해서도 ‘감도로’, ‘감건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 모습(사진=유하라)

    우리나라 대중교통, 지나치게 요금에 의존….
    도로 까는 예산 대신 대중교통 재정지원 확대해야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안에 ‘수도권 광역 교통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계, 시민사회계, 학계 등은 모두 정부 차원의 수도권 광역 교통청 신설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이었다. 다만 ‘교통재정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약한 재정 지원, 지나친 요금 의존도 등을 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수입구조를 보면 대략 7대3의 비율로, 70%를 요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재정적 구조는 해외 사례와 견줘보면 상당히 비정상적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해외 주요한 도시들은 전체 대중교통에 필요한 재정 중에서 많아야 50% 정도만이 요금수입으로 구성되고, 나머지 50%는 국가나 지방정부 재정투자를 통해 보충된다”며 “그러나 이런 도시들은 대중교통 운영과정에서 재정 투자를 자연스럽게 본다. 반면 서울시에선 이를 비용이고, 적자로 바라보고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원은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이런 태도는 특수한 사례”라며 “시민들의 이동권이라는 측면보다는 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둔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권보다 이윤이 중심이 된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은 안전, 저렴한 비용 등보다 적자 문제가 더 부각된다. 지하철, 버스 등의 적자 문제를 두고 “공공기관 방만경영”이라고 하는 일부의 비판이 그렇다. 적자 폭을 재정으로 채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진국의 주요 도시와는 다른 점이다. 그러다보니 매년 요금 인상이나 노동자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의 해법이 등장한다.

    돈이 없는 건 아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교통재정이라는 항목이 별도로 있으나 대중교통에 쓰이는 규모는 매우 적다. 대부분 도로나 철도를 까는 데에 소요된다.

    김 정책위원은 “2017년 기준 국토교통부의 예산은 크게 15조3,452억원 규모다. 이중 14조원 이상이 교통시설특별회계”라며 “대중교통 재정과 관련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최근 세입세출 현황을 보면 절대적으로 도로계정의 비중이 크고 그 다음으로 철도계정이다. 대부분 예산이 교통운영과 관리보다는 교통시설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에 대해 그는 “교통인프라 투자사업에 대한 과잉 투자”라고 규정하며 “이미 도시화율과 도로포장률이 해외와 비교해 급격하게 늘어난 측면을 고려하면 9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도로인프라 중신의 지출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돈이 도로를 까는 데에 사용되다 보니 대중교통 이용에 관해 쓸 돈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올해 예산엔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지원 사업은 전무하다.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보조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재정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정책위원은 “현재 중앙정부가 대중교통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버스 이용자에 대한 보조와 도시철도의 시설개선, 건설부채 등 인프라 부담을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런던이나 파리 모두 주요한 노선을 신설, 연장할 때 중앙정부의 보조금 부담이 절대적인 반면, 한국은 주요한 정책 결정권을 독점하면서도 권한에 비례하는 재정부담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중교통이 공공재라고 인식하면서도 재정 지원에 상당히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중교통은 저렴한 요금체계, 이용 고객이 적은 구간도 운행해야 하는 점 때문에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 이를 두고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방만경영’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난하는데, 이런 왜곡된 주장들은 대중교통 운영기관의 적자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만들었다.

    대중교통 보다 강한 공공재로…”정부 의무 강화돼야”
    버스, 지하철 노동자 장시간 노동 강요.. ‘구시대 유물’

    이날 토론자 중에서도 “한국의 대중교통은 공공재인가, 시장재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이는 재정구조 개혁에 앞서 먼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신종원 YMCA 본부장은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점이 있다”며 “최근 국민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에 대한 이해가 늘면서 대중교통 특히 버스와 지하철은 당연히 공공재라는 인식이 크지만, 대중교통 정책과 재정구조의 형편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본부장 또한 요금 의존도가 높은 재정구조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서울의 경우 준공영제 성격의 버스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지원은 과거 시장재였던 시절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버스 재정 지원액이 증가하면 예외 없이 퍼주기, 방만경영 등의 비판이 뒤따르는 것도 한 예”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을 보다 분명한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고 정책 및 예산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신 본부장은 “현재보다 좀 더 분명히 공공재, 즉 보편서비스로서의 가치가 분명해지려면 시민의 교통권,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한 정부의 의무가 강화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재정지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지하철·버스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운행 시스템도 사라져야 할 구시대 정책으로 꼽혔다.

    신 본부장은 “ 대중교통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른 새벽 5시부터 심야인 밤 12시까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운행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6, 70년대 개발시대의 패러다임이 의심없이 그대로 유지돼 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제까지 운수 종사자의 장거리,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한, 또 버스 이용자들인 시민의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한 현재 한국 대중교통의 운행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으며, 안전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하철과 버스는 밤10시까지만 운행하도록 해 노동자들도 여유 있게 일을 하고,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야만 시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물론 이른 새벽시간과 심야 시간의 대중교통 이용자층이 있을 것이지만, 그 수요에 대응할 교통대책은 올빼미 버스의 예와 같은 세부적, 선별적 대응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이동권 헌법 명시 운동 벌여야

    이번 개헌 때에 ‘이동권’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오훈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위원장은 “대통령 선거에 몇 천억의 적자가 나지만 투표가 보편적 권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적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며 “대중교통 이용 권리, 이동권을 어떻게 돈으로 책정할 수 있겠나. 이동에 대한 권리도 비용의 논리가 아닌 권리의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2018년 30년 만에 헌법 개정의 기회가 온다. 노동조합은 국민기본권 강화 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헌법 개정에 대응해야 한다”며 “그 국민기본권 중 하나로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