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의 '염치'를 생각하다
    7분의 1 받은 노무현, 문재인 정부 인사청문회 그리고 염치(廉恥)
        2017년 06월 19일 06: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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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검 중수부는 2004년 5월 불법 정치자금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은 113억 8700만원, 이회창 전 총재 측은 823억 2000만원의 대선자금을 받았다.”였다. 노무현 대통령 측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측의 7분의1 정도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양측 불법 정치자금의 수치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2월 14일에 했던 발언 때문이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자금을 쓴 데 대해서는 국민에게 죄송하다”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라는 발언을 한다.

    자신보다 훨씬 많은 불법 정치자금을 사용했을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어법이라 하더라도 ‘10분의 1’이라는 수치를 사용한 것은 경솔했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아야만 했었고, 어쨌든 검찰 수사 결과상으로 자신이 장담했던 ‘10분의 1’이 넘은 것을 사과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13년 전의 그 일을 지금 생각하면 ‘염치(廉恥)’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보다도 7배가 많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꾸짖고 비판했다. 마치 노무현보다 7배 더 큰 불법을 저질렀던 자신들이 면죄부라도 받은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언론과 지식인들도 “노무현이나 이회창이나, 그게 그거다”라는 식의 질타가 이어졌다. 나는 2017년 오늘에 다시 묻고 싶다. “정말 그러한가?”

    재벌 돈을 금고로 옮겨 오기 바빴던 역대 독재자는 아예 제외하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불법 정치자금이 없었다면 정치활동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민세금으로 정치비용을 보조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수용되지 않았고, 정치자금법에 의한 투명한 정치자금 모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기득권 보수정당은 재벌과 결탁되어 정치자금이 풍족했으므로 정치자금법 개정에 관심이 없었다. 한국의 정치자금 문화 자체가 후진적인 상태로 2002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것이었다.

    묻고 싶다. 상대가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재벌에게 받아서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는데, 대통령 선거 승리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상대의 7분의1을 받은 쪽이 과연 상대와 똑같다고 볼 수 있나? 불법 주차를 한 사람과 차량 뺑소니범을 같은 ‘자동차 범죄자’로 동일하게 비난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측의 7분의1에 달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노무현을 ‘국민’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7배를 받은 한나라당이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스스로 성찰하지 않았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상대를 흠집 내기 위해서 목소리만 높였다.

    13년 전, 한나라당은 그렇게 ‘염치(廉恥)’ 없는 정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측근을 감옥으로 보내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2002년 대통령 선거의 여야 불법 정치자금을 함께 공개하였고,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2005년 정치자금법 개정을 이루어내었다. 그 결과, 정치인이 검은 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국정치의 큰 전기를 마련했다.

    2.

    2017년 오늘, 장관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역대 어느 정부의 인사청문회보다도 요란한 듯하다.

    인수위 없이 이 정부가 바쁘게 출범한 원인이 어디에 있나?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던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그로 인한 탄핵의 결과다. 수개월에 걸친 촛불 시위와 혼란 끝에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것이다. 탄핵으로 물러난 것은 전 대통령이지만 함께 국정을 이끈 집권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책임도 크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여 야당이 되는 순간부터, 집권여당으로서 자신들이 행했던 모든 과오의 면죄부를 받은 듯이 행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인사 참사’라고 비난하면서 한 달 근무한 청와대 민정 수석의 사퇴를 운운하게 된 인사 청문회의 이면을 보자.

    인사수석실에서 후보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균형인사를 고려하여 추천한다. 재산, 전과, 세금, 병역, 논문, 위장전입 등의 수백 가지에 이르는 검증은 민정수석실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각 부처와 관계기관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관계기관장, 간부들이 여전히 남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에서 업무 협조가 원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사검증의 이런 한계적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자유한국당이 인사 청문회를 문재인 정부를 향한 총력 투쟁의 장으로 삼을 만한 인사였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5대 인사 배제 원칙’을 내세웠던 이유가 ‘이명박·박근혜 자유한국당 정권의 인사 난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 국민을 실망시키고 당혹하게 만들었던 인사 참사를 경계하려고 제시했던 ‘5대 인사 배제 원칙’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이 원칙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인사를 찾기 힘들다는 현실을 악용해서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를 먼지털기 식으로 반대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는 35명이다. 그 중에서 임명이 강행된 청문 대상자는 32명이다.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문재인 정부 2명이다.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한 것을 ‘인사참사’라고 한다면 자유한국당은 할 말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내각은 병역의무를 행한 장관을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 3명은 국민 여론의 악화로 낙마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초대 총리로 지명한 사람은 전국의 부동산을 사들였던 ‘부동산 투기꾼’ 전력이 드러났고,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사람은 대통령을 수행하고 해외에서 행한 성추행으로 사퇴했다. 그 외에도 국민이 용납하기 힘든 많은 인사를 박근혜 정부는 추천했었다. 그런 일에 공동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이다. 근무하던 학교의 요청으로 연봉 2500만원의 비정규직 교사를 재신청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부인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그 부인을 ‘특혜 취업’이라 비난하고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경중(輕重)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이미 정치(政治)가 아니다.

    박근혜 자유한국당 정부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으로 인한 조기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다. 그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협력자들의 모습에서 어떤 반성과 성찰도 찾기 힘들다. 상대를 흠집 내고 죽여야 살 길이 열린다는 동물적 생존본능을 정치에 대입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더 철저하게 검증하여 더 좋은 후보자를 지명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도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야 할 것이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의 약속이었던 ‘5대 인사 배제 원칙’이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차후 인사와 관련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국민과 정치권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자유한국당 정권이 잘못했으므로 문재인 정부의 작은 잘못은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시중 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경계하는 것은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가 경계하고 경계할 것을 촉구한다.

    나는 다만, 13년 전에 불법 정치자금 7배를 더 받고도 성찰이 아닌 상대에 대한 비판에 몰두했던 그 염치(廉恥) 없음을 다시 봤다고 말한 것이다.

    한 사회의 도덕 수준을 초월한 정권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에서 완벽하게 일탈된 사람들로만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나는 수구기득권 자유한국당이 만든 불평등, 불공정한 사회에서 완벽하게 살지 못했다고 자유한국당에게 비난 받고 싶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가 지명한 후보자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유능한 개혁 정부가 되길 기원하는 국민들의 눈이다.

    필자소개
    콜리젠스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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