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의 힘은
    '사람'과 '연대'와 '전략'
    [인천공항 사람이야기②] 노조 10년
        2017년 06월 16일 06: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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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나 공항 그 중에서도 국제공항은 그 나라 혹은 주변국까지 포함해서 돈과 권력이 집중된 공간이다. 사업적 측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니 엄청난 상업성, 광고 효과 때문에 돈이 집중된다. 국경 역할, 테러로부터의 안전, 노동자 통제를 위해서 국가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대부분 사람이 운영한다. 인천공항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인천공항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대해서 쓰는 이 글에서 나는 사람을 더 집중해서 쓰고 싶다. 그 동안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공항 ‘사람’ 이야기다. 감히 말한다. 인천공항을 이해하는 것의 시작과 끝은 인천공항 사람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노조 무풍지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인천공항지역지부가 공식 출범한 것이 2008년 11월이다. 2008년 봄부터 하청업체 산하에 기업노조 5개가 조직 통합을 논의했다. 그 논의가 결실을 맺어 750명 규모의 지부를 구성했다.

    한 업체는 지회장에게 ‘산별노조만 가입 마라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당연히 공항 터미널이나, 청사에 지부를 위한 사무실을 내줄 리 만무했다. 당시 터미널 내에 간이 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하던 한 지회 사무실에 얹혀 살았다. 상근자는 조직국장 1명뿐이었다. 지부 사무집기는 공공운수노조 인천본부에서 대여해 준 노트북 1대가 전부였다.

    아래 표에서 보이듯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은 회사의 반대와 불이익이 가장 심했던 지역이다. 지부가 2009년 노조 가입 상담을 시작한 당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것은 ‘우리 회사에서는 노동조합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했는데 맞냐’는 것이었다.

    간접고용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69p(2010.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우리식 전략조직화 사업

    지부가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이 근근이 버티고 있을 때, 지부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는 이름도 생소한 ‘전략조직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어떤 사업인지 교육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는 미국 이야기였다. 미국에 있는 전미서비스노조라는 곳이 ‘전략적으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투자했고 성공했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전략적으로’ 노동자 조직사업을 하자며 인천공항이 적격이라고 했다.

    가진 것은 노트북 1대뿐이었던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전략조직 사업을 통해 공공운수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일단 사무실을 얻게 된다. 터미널과 청사에 수많은 사무실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지부 조합원들 조합비와 공공운수노조가 지원한 전략조직 사업 기금을 합쳐 작은 오피스텔에서 지부 사무실을 열었다.

    너무 좁아서 10명 이상은 들어가서 회의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둥지가 생겼다. 인천공항 모든 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는 계획하에 처음 진행한 것은 노동상담 사업이다. 마침 뜻을 모아준 노무사와 협조하에 거리상담을 진행했다. 커피를 끓여주기도 하고 물티슈를 나눠주기도 하고 볼펜을 나눠줬다.

    거리 상담하면서 커피를 대접하는 모습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인천공항이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지 알려야 했다. 그래서 신문을 제작해서 배포하기 시작했다.

    공항신문, 노동상담 물티슈, 노동상담 볼펜

    창립 후 10년 중 7년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전략적’으로 지원

    이렇게 차곡차곡 인천공항 현장 노동자들에게 인천공항지역지부가 ‘믿는 구석’이 되어 갔다. 상담 사례가 쌓여 갔다. 지부가 산별노조이다 보니 태생적으로 정부와 공항공사를 상대로 투쟁했다. 현장에 알려졌다. 기업노조로 오랫동안 하청업체를 상대로 하던 기업노조들이 하나씩 지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 인천공항세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2011년 12월 31일 밤에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원청이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노동자들이었지만 지부는 이미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터였다. 이때 인천공항 세관장실 앞에서 약 15일을 노숙농성을 진행하며 투쟁했다. 결국 원청인 인천공항세관과 하청업체, 지부가 전원 고용승계에 합의하며 승리로 마무리했다. 그 후 인천공항공사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뿐 아니라 다른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담이 대폭 늘어나고 조직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그 후 지부는 조합원이 약 1500명으로 늘었다.

    그 후에도 2012년 정규직화 투쟁 선포, 정치권 연계 사업, 2013년 파업 등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세상에 알려진 굵직한 사업과 미조직 노동자들을 받아들여 지금의 2600명 조직이 될 때까지 공공운수노조(2009~2010년, 2016년~ 현재), 민주노총(2010~2013년), 전략조직화 사업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실제로 2008년, 2014년, 2015년을 제외하면 우리 지부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의 전폭적 지원 아래 활동했다. 물론 내부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면서 헌신적으로 활동한 지부/지회 간부들, 조합원들이 있었다. 지원과 내부 활동이 잘 맞아떨어졌다.

    박근혜 정부도 전략적으로 관리한 인천공항

    2013년 파업 당시 정부 관계자 비공개 면담에서 했다는 말이 기억난다. 우리가 인천공항은 노조에게 전략조직 사업 지역이라고 하니 당시 박근혜 정부 관계자가 ‘노조가 전략적인 만큼 우리도 인천공항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악착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부터 다시 전략조직 사업으로 선정된 후에는 더욱 치열하게 현장 조합원, 간부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미조직 노동자들 중 우선순위를 정해 조직사업을 진행하자고 결의했다. 그 결과가 2016년 8월 조직된 수하물유지관리용역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5백여 명 중 약 4백여 명이 2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열악한 처우에 시달렸다. 이들 중 약 340명을 조직했다. 전략조직 사업을 위해서 공공운수노조에서 지원 나온 실무자 3명, 지부의 지회장들과 상근자 약 10여 명이 3개월을 매달려 교육, 협상, 투쟁을 했다.

    지금은 20~30대 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웹툰을 제작하고, SNS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기적으로 약 천여 명 넘는 인천공항 노동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에 노동상담, 가입을 홍보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교육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인천공항공사다. 2천6백 명이 넘는 조합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서 교육을 했다. 이때 들어간 수백만 원도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 사업 기금으로 충당했다.

    위에부터 시계 방향으로 버스 광고, 전 조합원 교육, 웹툰 소식지

    현실적으로 유능한 소수의 활동가 몇 명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사업 규모와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의 결단을 바탕으로 지부 조합원과 간부들,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이 서로 협업하고 헌신했기 가능한 일들이다.

    전략조직 사업을 위한 기금은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 아마도 더 명분 있는 곳에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인천공항지역지부 10년이 말하는 노동조합은 ‘사람’과 ‘연대’와 ‘전략’이다.

    * 앞 회의 글 ‘인천공항 사람 이야기- 노동자 당사자 논의 참여가 출발점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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